배움의 발견 25. 그래도 아버지를 사랑하고 싶은 딸

Educated: A Memoir by Tara Westover 25

by 하트온

챕터 25. 유황의 작용 (The Work of Sulphur)


신과 조상이 지켜주는 집안


타라는 어릴 때 마르고 닳도록 들었던 할아버지 (아버지의 아버지) 이야기를 생각한다: 할아버지가 말을 타고 산을 오르다가 예기치 않게 말에서 떨어져 머리가 돌이나 쇠에 부딪치는 바람에 머리가 심하게 깨져 피가 발목까지 적시고, 뇌가 흘러내릴 정도의 부상을 입었다. 할머니가 집 앞에 쓰러져 있는 그를 발견해 그를 병원으로 데려가, 응급 수술을 받게 하여 살아났다고 한다.


수술에서 깨어난 할아버지는 자신이 어떻게 산에서 - 심하게 가파른 길이 이어진 - 집까지 왔는지 기억하지 못했고, 다만 그는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장인어른 - 이미 10년 전에 돌아가신 - 이 누군가에게, 이 사람이 어려움에 처해있다고 호소하는 목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평소 말 수 적기로 유명한 할아버지가 이 이야기할 때만은 처음부터 끝까지 세세하게 한참을 얘기하곤 하셨고, 할머니와 어머니도 이 이야기를 자주 해 주셨다. 이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타라는 조상들이 이 산골 정상에 걸어 다니며 돌봐주고 있는 느낌, 천사들이 그들이 시키는 대로 우리를 지켜주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화상 입은 아버지


이번엔 타라의 아버지가 큰 사고를 당했다. 타라는 아버지의 화상 사고와 그 이후에 일어났던 일,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들이 아버지를 돌보고 치료했던 과정에 대해 정말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폐차 압착기가 곧 도착할 예정이라, 아버지는 급히 폐차 내 연료를 다 비워 내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탱크 하나가 폭발하였다. 아버지는 긴소매 옷을 입고, 가죽 장갑을 끼고, 용접용 방패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하지만 폭발적인 불길 앞에서는 아무것도 소용이 없었다. 거센 불길이 얼굴 하관과, 손가락, 가슴과 어깨 부위를 심하게 할퀴고 지나갔다.

He was wearing a long-sleeved shirt, leather gloves and a welding-shield. His face and fingers took the brunt of the blast. The heat from the explosion melted through the shield as if it were a plastic spoon. The lower half of his face liquefied: the fire consumed plastic, then skin, then muscle. The same process was repeated with his fingers - the leather gloves were no match for the inferno that passed over and through them - then tongues of flame licked across his shoulders and chest, When he crawled away from the flaning wreckage, I imagine he looked more like a corpse than a living man.


어떻게 아버지가 그렇게 화상을 입은 채로 움직여, 그것도 일터에서 몇 백 미터 거리인 집까지 몸을 끌고 올 수 있었는지 타라는 놀랍기만 했다. 그는 천사의 도움 없이 스스로 그 일을 해냈다.


마침 집에 타라의 어머니를 도우러 방문하고 있던 사촌 카일이 아버지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다. 어머니는 아버지를 병원으로 데려가려고 애를 썼지만, 아버지는 차라리 집에서 죽겠다고 고집을 부렸다고 한다. 아버지는 화상이 너무 심해서 물조차 못 삼키고, 숨쉬기도 힘들어하는 상태였다.


패혈성 인두염에 걸려있던 타라는 자신이 병균을 옮기면 어떡하냐고 어머니에게 물었다. 어머니는 지금 아버지 숨이 곧 넘어가게 생긴 마당에 상관없을 것 같다고 집으로 오라고 했다.


타라는 지난 몇 달간 아버지와 연락을 끊고 지내던 상태였지만, 아버지가 곧 돌아가실 것 같다는 소식을 듣고

집으로 달려갔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고기 썩는 냄새가 진동하는 역한 냄새에, 형체가 다 이지러진 끔찍한 아버지의 형체에 큰 충격을 받았다. 아버지는 물과 음식을 흡입할 수 없어 심하게 탈수된 상태였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몸에 수분을 넣을 온갖 방법을 강구하다가, 현재 가장 멀쩡한 부위인, 항문으로 물을 넣을 시도를 했다. 놀랍게도 그 방법이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던 아버지의 생명을 연장했다. 타라는 이젠 정말 자신이 걸린 인두염 바이러스가 큰 해가 될 수도 있겠다 싶어 얼른 집을 떠났다.


어머니는 아버지 병간호에 전적으로 매달리기 위해 어머니의 허브 오일 사업을 접었다. 퍼듀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던 타일러 오빠도 와서 어머니를 도와 병간호에 전념했다.


타라도 자신의 몸이 완전히 다 나았다는 확신이 드는 순간, 다시 산골 집으로 와서 아버지 병간호를 돕기 시작했다. 작은 스푼으로 물을 떠서 아버지 입에 넣어드리기도 하고, 야채 간 것을 먹여 드리기도 했다. 아버지는 아기처럼 그것들을 받아먹었다. 아버지는 거의 말이 없었다. 고통이 너무 심해서 한 문장도 제대로 말할 집중력을 가질 수 없었다. 어머니가 진통제를 사 오겠다고 했지만, 아버지는 한사코 거부했다. 하나님이 주신 고통이니 모조리 다 달게 받겠다고 했다.


그렇게 말을 잘하고 말을 많이 하던 사람이 듣기만 하는 사람이 되었다. 타라는 그를 위해 비디오 가게를 다 돌아다녀, 예전에 아버지가 즐겨보던- 2000년이 오던 순간에 보고 있던 프로 - 티브이쇼 세트를 구해 아버지가 볼 수 있게 틀어 주었다.

While I was away, I had scoured every video store within a hundred miles until I 'd found the complete box set of The Honeymooners. I held it up for Dad. He blinked to acknowledge he'd seen it. I asked if he wanted to watch an episode. He blinked again. I pushed the first tape into the VCR and sat beside him, searching his warped face, listening to his soft whimpers, while on the screen Alice Kramden outfoxed her husband again and again.






끔찍한 사고 이야기가 읽기 너무 힘들어서 이 짧은 챕터 몇 장을 읽는데 2-3일 동안 미루고 미루면서 겨우 오늘 아침에 다 읽었다. 누군가 인간의 형상을 잃을 만큼 다치는 이야기, 극심한 고통이 상상되는 이야기는 너무나 마주하기가 힘들다.


그런 아버지를 병원에 보낼 수 없으니, 가족 모두가 열심히 병간호하는 모습에서, 나는 무엇을 느껴야 할지 좀 혼돈스러웠다. 마치 옛날 며느리들이 시부모님 10년씩 병수발을 드는 모습을 보는 것 같은 느낌과 비슷했다. 너무 훌륭하다는 마음과, 너무 안됐다는 마음과, 왜 전문 간병인이 아닌 당신이 그 일을 해야 했나... 너무 많은 감정이 들고, 또 그런 선택을 한 그 사람의 삶에 함부로 왈가왈부 없으니, 한마디도 할 수 없는 그런 느낌.


타라는 아버지를 떠나 연락도 하기 싫은 심리상태였지만, 가족 모두가 아버지 병간호를 하는데 나 몰라라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기에, 집에 또 왔다. 게다가, 그녀는 아버지의 삶에 조금이라도 즐거움을 주고 싶은 마음에, 사방팔방 비디오 가게들을 뒤져 아버지가 전에 즐겨보던 티브이 프로 비디오를 찾아왔다.


타라는 곁에서 아픈 가족을 돌보고 몸으로 충성하는 일에 익숙했다.


나는 타라가 아버지를 돌보는 모습을 보며, 또 내 아버지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내 모습과 비교를 할 수밖에 없다. 나는 아버지를 떠나 멀리서 돈을 벌어 부치는 일 밖에 한 것이 없다. 나는 누군가를 곁에서 돌보는 법을 배우지 못했었다. 전통적인 여자의 삶을 살지 않겠다고 거부한 것이, 나 자신을 사람을 돌볼 수 없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내 아이를 낳아 돌보는 경험을 하기 전까지, 가족 누군가를 내 몸을 희생해서 먹이고 사랑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내 아버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떠나서, 아버지를 사랑할 수 없었던 내 마음, 그의 곁에서 돌보고 챙기는 희생을 해 본 적 없는 내 몸이 나에겐 회한이고 아쉬움이다.


그래서 나는 진짜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일에, 누군가에게 먹을 것을 챙겨주는 일에 이렇게 간절해졌을 것이다. 옆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 큰 후회를 남긴다는 것을, 힘들 때 돌봐주며 따스한 사랑을 보여준 기억이 없는 것이 큰 아쉬움을 남긴다는 것을 몸서리치게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오늘도 나 자신을 망가뜨리지 않고 지키면서, 동시에 곁에 있는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는 길, 사랑의 마음으로 대하는 길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나는 같은 후회를 반복하는 것을 아주 싫어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내 눈빛도, 내 입도, 내 마음도 오직 '사랑'만을 뿜어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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