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 대한 나의 책임

한 지인의 죽음이 내게 남긴 것

by 하트온



대학 1학년 때, 같은 건물 안에서 자주 마주치는 한 남학생이 있었습니다. 이래저래 건너 건너 아는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그와 저는 마주칠 때 반갑게 웃으며 인사를 나누기도 했으니까요.


제가 기억나는 것은, 그는 나와 같은 신입생이었다는 것, 순박하고 사람 좋은 인상, 자그마한 체구. 그 청년이 언제부터 보이지 않았는지 기억에 없을 만큼 제 삶에 존재감이 있는 사람은 아니었어요. 그저 마주치면 미소 지으며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아는 사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어요.


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저의 웃음은 가식이었습니다. 제 얇은 레이스 커튼 같은 친절 뒤에는 타인을 쉽사리 믿지 못하는 강철 철벽이 막고 있었으니까요. 제가 이렇게 되었던 사연은 다음에 다른 글에서 풀겠습니다.


그 청년이 자취방에서 목을 매달았다는 이야기를 누군가에게서 전해 들었던 순간, 잠시 세상이 멈춘 듯 멍했던 그 느낌이 기억이 납니다. 제 인생 최초로 경험한 지인의 자살 소식이었고, 처음 경험하는 종류의 충격과 슬픔이었습니다.


누군가 그의 일기장을 나무에 걸어 두었는데, 저는 비가 세차게 내리는 어느 날 길을 걷다, 대학 노트 한 권 빽빽이 적힌 그의 올곧은 글씨들이 빗물에 흘러내리는 걸 보며 더 슬퍼졌던 기억이 납니다. 그 일기장이 처한 상황이 마치 그 남학생이 이 세상에서 받았던 취급처럼 느껴졌던 것 같아요.


함부로 허락 없이 그의 내면을 길거리에 발가벗기고, 차가운 비에 젖어 망가져가게 내버려 두는 비정한 세상. 그 냉혈한 세상의 일부, 더 이상도 이하도 아닌, 그에게 가졌던 무관심에 가까운 얄팍한 관심, 결국 내 인생과 별 상관이 없는 얄팍한 슬픔, 그의 일기장 위를 어쩔 수 없이 흘러내리는 빗물처럼, 보고도 못 본 채 어쩔 수 없이 지나치는 타인인 저.


저 자신의 조금도 책임지지 않는 얄팍한 감정들이 무안했어요.


그 사건이, 남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내 책임은 없을까, 시간을 되돌린다면 무엇을 다르게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만들었던 생애 최초의 사건이었어요.


어차피 시간은 되돌릴 수 없는 것이었고, 이후 많은 시간이 지났습니다만, 그 남학생은 아직도 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저는 아직도 가능하다면 되돌린 시간 속에서 그에게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힘내라고! 너는 정말 멋지게 성공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한 삶을 살게 될 거라고!


희망의 말, 긍정의 말을 진심을 담아 해주고 싶습니다.


그것이 우리 서로가 서로에게 빚지고 있는 책임이라는 것을 그가 가르쳐 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희망과 응원과 격려의 말을 하고,

상대가 진심으로 잘 되기를 바라고,

서로가 서로를 일으켜 세우고,

위로하고, 돌아봐 주고,

꺼져가는 불도, 살려내고 또 살려내는,...


이젠 더 이상 못해준 것들을 후회하지 말고, 내 말과 글이 닿는 모든 사람에게 그렇게 하자고 다짐하고 또 다짐합니다.


오늘도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은 영상 에세이 형식으로도 볼 수 있어요 >>>

https://www.youtube.com/watch?v=1XGAtggHLd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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