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발견 32. 엄마가 강해졌다

Educated: A Memoir by Tara Westover 32

by 하트온

챕터 32. 큰 집의 다투는 여인 (A Brawling Woman in a Wide House*)

*큰 집의 다투는 여인: 성경, 잠언 21장 9절에 나오는 표현
"다투는 여인과 함께 큰 집에서 사는 것보다 움막에서 사는 것이 나으니라"



산골 집의 변화


타라는 할머니 - 아버지의 어머니 - 가 돌아가시게 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가을에 아이다호 산골집으로 왔다. 타라의 충실한 친구, 드류가 공항으로 타라를 마중 나왔고, 그녀를 할머니가 계신 병원으로 데려다주었다. 타라를 반가워하는 할머니와의 짧은 만남 후, 드류는 타라를 산골 집까지 태워다 주었다. 드류가 타라의 이야기를 다 들어 알기는 했지만, 타라는 드류를 집으로 데려가는 일이 조금 긴장되었다.

Drew said he would drive me to Buck's Peak. I agreed, and it wasn't until the mountain came into view that I wondered whether I'd made a mistake. Drew had heard my stories, but still there was a risk in bringing him here: this was not a story, and I doubted whether anyone would play the part I had written for him.


드류와 함께 부모님 집에 도착해 보니, 집 분위기는 어수선하기 짝이 없었다. 집은 일하는 여자 직원들로 가득했는데, 일부는 전화로 주문을 받고 있고, 나머지는 오일을 섞거나 추출액을 거르고 있었다. 집의 남쪽으로 새 건물을 지어 놓아, 거기에선 신입 직원들이 오일 제품을 병에 담고, 주문 발송을 위한 소포 포장을 하고 있었다. 어머니의 사업이 정말 대박이 난 것이었다. 어머니는 너무 바빠 지친 듯 보였다.


아버지는 활짝 웃으며 드류에게 인사했다. 드류는 사업이 번창하는 모습이 인상 깊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으쓱해하는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그는 "하나님의 일을 하니 축복을 받는다"라고 드류에게 응답했다.


타라는 드류와 함께 어수선한 집을 벗어나, 집 주변 산기슭을 돌며 산책했고, 늦은 오후가 되어 드류는 유타주 솔트 레이크 시티로 떠났다.


타라가 다시 집에 왔을 때는 집이 조용해져 있었다. 사람들은 다 퇴근하고 없었고, 전화선도 다 빼놓았다. 어머니 혼자 방 가운데 앉아 계셨다. "병원에서 전화 왔는데, 할머니가 돌아가셨단다," 라고 어머니가 말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는 어머니의 오일 사업을 같이 하는 일에 관심을 잃었다. 점점 우울 모드로 거의 침상생활을 했으며, 때때로 침대 밖으로 나오는 이유는, 누군가에게 소리 지르고 비난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작업장 관리 못한다고 숀 오빠에게 소리 지르고, 직원 관리 잘 못한다고 어머니에게 소리 질렀다. 그는 점심을 챙겨 주러 온 오드리에게 퉁명스럽게 굴었으며, 타라가 타이핑하는 소리가 너무 시끄럽다고 야단을 쳤다. 타라의 눈에 아버지는 자신의 어머니를 그렇게 떠나보내고 스스로에게 화가 난 듯 보였다. 어쩌면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 끝나지 않았던 두 사람 사이의 갈등에 대해 어머니를 원망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러는 사이, 사업은 계속 바빴고, 어머니는 사업장 관리하랴, 여기저기서 걸려오는 조문 인사 받으랴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어머니가 이렇게 분주한 동안, 아버지는 침대에 누워 있기만 했다.


장례식장에서 아버지가 망자의 아들로서 앞에 나가 말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는 그 자리에서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신 것들을 주제로 20분짜리 설교를 했다. 그는 20분 말하는 동안 자신의 어머니를 고작 두 번 언급했을 뿐이었다. 모르는 사람들 눈에, 아버지는 자기 어머니 잃은 것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처럼 보였다. 하지만 우리 가족 눈에는 보였다. 지금 그가 얼마나 말할 수 없이 슬픈지.


장례를 마치고, 아버지는 조그만 일에도 짜증을 참지 못했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전전긍긍 뛰어다녔다. 저녁이 되자, 타라의 형제자매들도 모두 떠나고, 커다란 집에 부모님과 타라만 남았다. 타라가 들어 보니, 부모님이 말다툼을 하고 계셨다. 요는, 장례식에 조문 온 손님들한테 감사 카드를 직접 쓰라고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었다.

적어도 감사 카드 쓰는 건 당신이 해야죠. 남의 어머니도 아니고, 당신 어머니잖아요. (The least you could do is fill out these thank-you cards. It was your mother, after all.)


아버지도 지지 않고 맞받아 쳤다.

그런 건, 아녀자들이 하는 일이지. 남자가 카드 쓴다는 이야기는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네.(That's wifely work. I've never heard of a man writing cards.)

타라는 속으로 아버지는 참 한결같이 틀린 말을 한다 생각했다. 지난 10년간 바깥일도 집안일도 모두 엄마가 다 했지만, 한 번도 엄마가 불평하는 걸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맞서 따지는 게 지금이 처음이었다.

그럼 당신이 바깥 일을 제대로 하시던가요.(Then you should do the husband's work)

여기서부턴, 서로 소리 지르고 난리가 났다. 지금까지는 아버지가 화내고 소리 지르면 어머니가 금방 기죽었는데, 지금은 아버지가 소리 치면 칠수록, 어머니도 더욱 세게 받아칠 뿐이었다. 어머니는 결국 카드를 테이블에 팽개치며 "카드 쓰든지 말든지 맘대로 해요. 근데요, 당신이 안 하면 아무도 대신해 줄 사람 없어요."라고 말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버렸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따라 내려가더니, 1시간 여를 더 소리 지르며 싸웠다. 타라는 한 번도 부모님이 저렇게 소리 지르고 싸우는 걸 본 적이 없었다. 항상 어머니가 양보하고 피하는 모습만 보아왔던 타라에게 부모님이 함께 소리 지르며 싸우는 모습은 매우 이상해 보였다.


다음 날 아침, 타라는 아버지가 부엌에서 팬케이크를 만들어 보려고 애쓰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아버지가 요리를 시도하는 자체를 처음 보았다. 타라가 어머니에게 가 보니, 어머니는 화장실에서 울고 있었다. 어머니가 타라를 보더니 꼭 끌어안았다.

It wasn't like Mother to leave Dad to make his own breakfast. I thought she might be ill and went downstairs to check on her. I'd barely made it to the landing when I heard it: deep sobs coming from the bathroom, muffled by the steady drone of a blow-dryer. I stood outside the door and listened for more than a minute, paralyzed. Would she want me to leave, to pretend I hadn't heard? I waited for her to catch her breath, but her sobs only grew more desperate.

I knocked. "It's me," I said.

The door opened, a sliver at first, then wider, and there was my mother, her skin glistening from the shower, wrapped in a towel that was too small to cover her. I had never seen my mother this way, and instinctively I closed my eyes. The world went black. I heard a thud, the cracking of plastic, and opened my eyes. Mother had dropped the blow-dryer and it had struck the floor, its roar now doubled as it rebounded off the exposed concrete. I looked at her, and as I did she pulled me to her and held me. The wet from her body seeped into my clothes, and I felt droplets slide from her hair and onto my shoulder.




타라는 자신의 어머니가 점점 강해지는 것을 목격하고 있는 중인 것 같다. 아버지와 싸운 다음 날 어머니의 눈물은 어떤 의미였을까. 어머니는 처음으로 아버지를 대적하는 것이 죽을 용기를 짜낸 것이었는지 모른다. 아버지와 맞서 싸우고 나서 별거 아니란 걸 깨닫고, 지금까지 무서워하며 눈치 보며 살았던 세월이 다 허망해서 이렇게 눈물이 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자신의 여성관 - 남편에게 고분고분 순종하는 여인 - 의 길에서 벗어났다는 생각에 죄책감이나 자괴감이 들었던 것일까. 아니, 조울증 심한 남편과 살면서 어머니는 그렇게 늘 괴로워했고, 숨어 울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 식구들은 모두 아버지 그림자만 봐도 벌벌 떨도록 조련되어, 오랫동안 아무도 맞설 생각을 하지 못했다. 나는 만으로 스무 살쯤에 아버지가 동생을 때리려 하는 모습을 보고, 난생 처음으로 비명이란 걸 질렀다. 아버지가 쇠파이프를 가지고 동생을 쫓는데, 동생이 베란다 쪽으로 가는 것이, 거기서 뛰어내릴 까 봐 너무 무서운 생각이 들어서였다. 우리 집은 아파트 12층이었다.


아버지는 분노는 비명 지른 나에게 향했고, 그 사이 동생과 엄마는 집을 빠져나갔다. 아버지가 주먹으로 내 얼굴을 치셨다. 어릴 때 빠릿빠릿하게 행동 안 하면 등을 찰싹찰싹 맞아 본 기억은 있어도, 그렇게 주먹질을 당하는 건 처음이었다. 나는 난생처음으로 눈탱이가 밤탱이가 되는 경험을 했다. 그러고도 아버지는 분이 풀리지 않아, 내 전공책들을 다 불사르고,... (입에 담기도 그런 각종 분풀이를 했다)


말로 차근차근 따질 수가 없으니, 나는 그냥 비명으로 맞섰던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버지는 내가 비명 질러 이웃이 듣게 하고 아버지를 신고당하게 하려고 작정했다고 생각해서 괘씸했던 것이라고 한다.


나는 똑똑하게 생겼다는 말을 평생 많이 들었다. 심지어 미국 사람들도 나에게 눈빛만 봐도 스마트한 사람인지 알겠다는 말들을 하곤 했다. 그만큼 내가 어떤 행동을 하면 많은 계산 속에서 나온 행동일 것이라고 사람들은 지레짐작했다. 그렇지 않았다. 그 반대였다. 위기 상황에서 말을 똑 부러지게 할 수도 없고, 머릿속이 이성적으로 정리되지도 않고, 가슴에 쌓인 수많은 감정들을 어쩔 줄 몰라 그렇게 비명 지르거나, 울기만 하였다.


아버지와 연락을 끊었다가, 다시 연락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야생마 같은 남자아이들을 낳아 기르며 특공대 훈련을 받은 뒤였다. 아버지가 엉뚱한 소리를 하며 억지를 쓸 때, 나도 모르게 절로 언성이 높아지며 아버지의 말을 제압하고 있었다. 나에게 힘이 있었다. 그걸 나도 분명 느꼈다.


하지만, 벌벌 떠는 강아지로 조련된 사고 습관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나는 맞서지 못하고 늘 대충 좋게 좋게 넘기려고만 했다. 내가 좀 더 용기 있고 주도적인 사람이었다면, 아버지를 더 사랑했다면, 무서워도 아버지를 찾아가서 맞서 제압하여 함께 힘들지 않게 잘 지내며 사랑하며 살 길을 찾았을지 모른다. 겁쟁이에 사람 사랑할 줄도 모로고 게으르기까지 한 나는 끝까지 그냥 적당히 돈 주고 적당히 연락을 피하며 적당히 넘길 생각만 했다. 사랑이 없으면 아무리 돈을 주고 비위를 맞춰주어도 결국 쓴맛을 남기는 악한 행동이 될 뿐이다.


아버지에 대해 회한이 남는 것은, 내가 좋은 딸이 아니었던 걸 - 나에게 생긴 강한 힘을 사람을 사랑하는 데 쓰지 않았던 걸- 나 자신이 알기 때문이다. 끝까지 비겁했고 거짓말쟁이였다. 사랑에 최선을 다 하지 않은 것이 후회로 남는다.


나의 과거 경험들을 통해 깨달은 것은, 사람은 눈 앞의 악을 제압할 만큼 강하기도 해야 하고, 갈등을 직면할 용기도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사람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능력 없이는 나는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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