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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를 넘어선 아시안 혐오 범죄, 이제 깨어나 일어설 때

#StopAAPIHate #StopAsianHate

by 하트온

지난해 봄, 당시 대통령이었던 트럼프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차이나 바이러스'로 부른 이 후, 아시안을 상대로 한 인종 혐오 범죄가 여기저기서 과감하게 터져 나오기 시작하더니, 지난 1년 사이에 크고 작은 혐오 범죄 사건 사고가 4천여 건에 달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작게는 온라인상의 욕설이나, 지나가는 아시안에게 욕을 하며 침을 뱉는 일부터, 크게는 얼마 전에 조지아주 애틀랜타 일어난 총격 사건으로 한국인 4명을 포함한 아시안 여자 6명이 죽는 사건 까지, 점점 그 과감한 정도가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아시안이 인종차별을 당해온 역사는 어제오늘의 문제만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제대로 사회적 이슈가 되지 못한 것은, 이상하게도 아시안을 타깃으로 하는 범죄는 항상 애매모호했고, 의도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아 인종혐오 범죄로 인정을 받기 힘들었다. 아시아인이 운영하는 상점을 턴다거나, 길에서 밀어버린다거나, 갑자기 다가와 칼로 찌른다거나,... 분명 당하는 건 아시안인데, 가해자가 딱히 아시안을 혐오해서 범죄를 저질렀다는 증거를 찾기가 힘들었다. 더욱이, 아시안들의 성향 자체도 문제를 일으키기 싫어하고, 웬만해선 경찰까지 소환하는 일을 피하는 쪽이다 보니, 사건을 수면 위로 올리고, 인종혐오 사건으로 인정받고 정당한 처벌이 이루어지기까지 합당한 만큼의 사회적 이목을 끌며 심각하게 다루어진 사례가 거의 없었다.


항상 통계적으로, 법적으로 무시할만한 입장에 있던 아시아인이었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대대로 살아도 외국인 취급에서 벗어나기 힘든 아시아인. 아시안으로 은근한 차별과 모욕을 견디며, 학교와 직장에서 유리벽, 유리천장에 부딪쳐가며 살아가는 일은 사실 많이 힘든 일이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을 미국 시민으로 완벽히 보호할 수 있는 법망과 문화가 잘 구축된 사회가 아직 아닌 것이다.


지난 1년간 벌어진 인종 혐오 사건 사고에서 대부분의 피해자는 아시안 노인과 여성이었다. 마치 그 사회에서 가장 힘없는 사람이 화풀이를 당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불러온 손실과 지난 선거 결과의 패배까지, 화가 잔뜩 난 사람들이 있고, 그 화풀이가 코로나의 발원지 중국을 연상시키는 존재, 그중에서도 가장 만만해 보이는 사람들을 향하고 있다는 게 피부로 느껴진다. 뉴욕 맨해튼에 살고 있는 대만 친구 부부가 길에 나갔다가 누가 소리 지르며 침을 뱉는 걸 당했다고 어제 연락이 왔었다. 이미 특정 부류의 인간으로 판단해 버렸다는 눈빛, 환영하지 않는 눈빛, 상종하기 싫다는 눈빛은 서구권 국가에 사는 한국인들이 상습적으로 당하는 무언의 인종차별이었지만, 이젠 그 눈빛에 그치지 않고 말과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차이가 생겼다.


조지아 총기 사건 소식에 더해, 그 범죄를 모방한 총기 사건이 오늘 또 일어났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길에 혼자 나갔다가 총 맞는 봉변을 당할 수도 있겠구나 두려움이 생기면서, 부모님들이 산책 나가시는 일도 못하게 해야겠구나 생각이 들어 한없이 슬퍼졌다.


비열하게 묻지 마 폭행을 가하고 지나가 버려도 말 한마디 못하는 만만한 이미지를 입고 있는 아시안 여자인 것이 슬프고, 인종이 다르면 노인에 대한 존경도 존중도 다 사라져 버리는 이 땅에서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이 새삼 서럽다. 그중에서 가장 내 마음을 괴롭히는 것은, 이런 경험들로 인해, 내 마음에 쌓여가는, 내 자녀들의 마음에 쌓여가고 있을지 모를, 인종에 대한 인간에 대한 선입견이다. 이젠 누가 가까이 다가오면 나를 혐오할 수 있는 인간, 나아가 공격까지 할 수 있는 잠재적 혐오 범죄자로 보인다는 것이 너무나 슬프다. 안 그래도 얇은 신뢰가 내 안에서 와르르 무너지고 있는 것이 가장 슬픈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마음을 지켜내리라고, 무너져도 다시 세워내리라고 결심한다. 사람을 함부로 혐오하게 되지 않도록 내 마음이 완전히 닫히지 않도록 잘 지키자고 마음먹는다. 인간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서 나름의 노력하기로 결정한다. 더 이상 생긴 모습만 가지고 사람을 집단으로 묶어 폄하하고 혐오하는 일은 그만하자고 목소리를 내려한다. 세상을 향해 외친다.


#StopAAPIHate #StoptheHate #StopAsianHate #HumanityMatters #StandwithAsian


이안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 아시안 청년이, 미국 CNN 신문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을 남기고 글을 마치겠다.


There's no desire to see me as a person. There's no desire to get to know me. It's purely, 'I've made up my mind about who you are and I hate you for it.' And to me, that's where racism is. (나를 한 사람의 인간으로 볼 마음이 없어요. 나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친해지고 알아갈 마음도 없죠. '네가 어떤 인간인지 - 외모나 말투를 토대로 - 나는 마음을 정했고, 그 이유로 나는 너를 미워한다'는 마음뿐이죠. 저에게는요, 그런 마음 자체가 인종차별이에요.)



인터뷰 내용 출처: https://www.cnn.com/2021/03/19/us/asian-american-hate-pandemic-trnd/index.html

대문사진 출처: © AFP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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