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미국 소식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트온 Apr 17. 2021

반전미 찬란한 지성인

유튜버 Beau of the Fifth Column

남편이 소개해준 남자  


남편은 사람을 꿰뚫어 보는 편이며, 모든 종류의 bull-shit*을 싫어한다. 헛소리, 개소리를 바로 알아보는 레이다를 장착하여, 웬만한 정치인이나 교수, 종교 지도자조차도 남편의 날카로운 분석 망을 통과해 독창성과 진정성을 인정받기는 힘들다. 

*bull-shit: stupid or untrue talk or writing; nonsense. 우리말로 순 엉터리, 구라, 개소리라고 해석할 수 있겠다. 거짓말 혹은 별 가치가 없는 내용을 그럴싸하게 포장해서 있어 보이게 만든 것들도 포함될 수 있다. 


그런 남편이 나에게 들어보라고 소개해 준 남자 유투버라니, 도대체 뭐하는 누구일까. 



레드넥* 분위기를 뚫고 나오는 반짝이는 지성


*레드넥(redneck, 빨간 목): 주로 무식하고 촌스러운 남부 시골 백인을 비하하는 표현. '빨간 목'은 밖에서 노동일을 많이 하는 생활 패턴으로 인해, 특히 백인들의 목 피부가 햇볕에 심하게 그을린 상태를 의미. 

햇볕에 그을린 붉은 얼굴, 덥수룩한 수염, 낡고 때 묻은 유치한 티셔츠, 자신이 일하는 곳인 듯한 창고 배경에, 왠지 총도 몇 자루 가지고 있을 것 같고, 도시와 문명의 이기를 혐오할 것 같은 시골 극우주의자 느낌이다. (심한 편견 비하 표현이지만, 그의 아름다운 지성을 강조하기 위해 썼다.)


하지만, 그가 입을 열고 말하기 시작하면, 그의 외모, 배경 풍경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의 천재적인 상황 판단력, 분석력과, 어느 쪽에도 어떤 두려움에도 함부로 치우치거나 굴복하지 않는 냉철한 지성만이 아름답게 반짝거리기 시작한다.


얼마 전, 조지아 총격 사건이 벌어지고 미국 네티즌들 간에 이것이 아시안 혐오 사건이다 아니다를 놓고, 혹은 아시안이 미국에서 차별을 당한다 아니다를 놓고 한참 논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그는 <역사를 통틀어 미국에서 아시안들의 경험에 대해 이야기합시다>라는 제목으로 영상을 올렸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FbHml5ba0M

'Let's talk about the Asian experience in the US throughout history....'라는 제목의 유튜브 영상

이 영상은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혹은 저렇게 행동해야 한다' 하는 의견을 전혀 담고 있지 않았다. 미국 역사 초기부터 아시안 - 미국 개척시대의 중국인 이민자들 - 이 함께 했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언급하는 것으로 시작해, 백인 우월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미국 정부가 아시안들이 주류 사회 안에 자리잡지 못하도록 어떻게 아시안들을 교묘하게 외각으로 내모는 정책을 펼쳐 왔는지, 오랫동안 아시안들이 어떤 억울한 일들을 당해왔는지를 담담하게 설명해준다. 미국 백인들이 아무리 나는 아시안 차별한 적 없는데, 아시안 싫어한 적 없는데 생각한들, 미국 정부와 기관들이 체계적으로 차별해 온 것을 부정할 수 없다는 말을 한다. 그리고, 스스로가 아시안을 차별하지 않는 사람이 되기 원한다면, 그냥 가만히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차별을 안 하는 게 아니라, 아시안 이웃 친구들을 당신이 몸담은 커뮤니티, 주류 사회 안으로 적극 초대하고 모든 일에 함께 하여야 '나는 아시안을 차별 안 한다'는 말을 완성하는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영상을 맺는다.


나는 그의 마지막 말이 참 옳다 생각이 들었고, 비단 미국만이 아닌 모든 국가 모든 사회 상황에 적용될 수 있는 말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주변에 약자나 소수자, 쉽게 차별당하는 누군가가 있을 때, 그들과 함께 하고 존중하고 지지한다는 것은 나는 그들을 괴롭힌 적 없고, 비하한 적 없다는 생각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을 내 생활 내 사회 안으로 적극 초대하고 포함하고 동등한 자리에 세우려는 노력을 해야 '나는 차별주의자가 아니다'라는 말이 완성된다는 그 말이 참으로 옳다. 


또한, 이 말은 '인종 차별' 뿐 아니라 각종 인간 차별과 서열주의에도 적용될 수 있는 말이다. 내가 나이, 성별, 직업군, 재산, 외모, 학벌... 기타 등등의 이유로 사람을 차별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으려면, 쉽게 비하당하고, 무시당하는 입장에 처한 사람들과 동등한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려고 적극 애써야 '나는 인간을 차별하지 않는 평등주의자'라는 말을 완성한다고 본다.



열린 마음으로 정확한 사실을 기반으로


또한, 최근 그는 <태평양에서 미사일 테스트를 하는 북한, 그리고 북한에 대한 인식에 대해 이야기해 봅시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https://www.youtube.com/watch?v=PqS29hy6Egw

'Let's talk about Korea, that test over the Pacific, and perception....'라는 제목의 유튜브 동영상


그는 영상에서, 미국 정부가 자신들이 디자인하는 대로 외교 정책을 펼치기 위해, 미디어를 통해 북한을 필요 이상으로 지금 현재 미국에 가장 위협적인 존재로 그리고 있다는 말을 한다. 


물론 북한이 시시때때로 미사일 테스트를 하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알고 보면, 이 지구 상 많은 나라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군대를 만들고, 군사 훈련을 하고, 끊임없이 무기 테스트를 한다. 어쩌면 땅 넓은 미국은 조용히 더 많은 테스트를 한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것에 대해 크게 관심을 가지고 보도하지 않는다. 미국을 적으로 돌릴 의사가 없는 외교정책을 펼치는 나라에서는 결코 그런 부분들을 집중해서 보도하는 일이 없다. 미국 스스로도 일일이 국민들에게 정부와 군대가 하는 모든 군사 무기 테스트를 상세히 공개하지 않는다.


하지만 북한이 뭐 하나라도 하면, 그건 미국 언론에서 대서특필 감이다. 아시안 혐오 범죄가 아무리 일어나도,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에서 그 어떤 일이 일어나도, 그건 관심 있는 사람들이 뒤지고 찾아봐야 하는 뉴스거리에 불과하다면, 북한에 대해서는 정말 너무 자주 대서특필한다. 코끼리처럼 무겁고 느린 나라에서 과잉반응도 이런 과잉반응이 없다. 북한이 미사일 테스트를 할 때마다, 정말이지 북한이 새벽에 전쟁이라도 일으킨 것처럼 보도한다. 덕분에 미국 사람들은 다른 나라 일에 너무나 무지하면서 동시에 북한에 대해서는 모두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떠든다.


미국에 오자마자 정말 놀랐던 부분이었다. 한국에서보다 미국에서 북한이 하는 일거수일투족을 더 많이 들을 수 있었고, 북한과 남한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미국인들은 나에게 북한에 관해 자꾸 물었다. 내 얼굴이 그들의 머릿속에 심긴 북한을 자꾸 불러 내는 모양이었다. 나는 불쾌했고 불편했다.(북한 사람으로 보인 것 자체가 불쾌했다는 뜻이 결코 아니다) 그들이 제대로 역사를 알지도 못하면서, 누군가 프로파간다를 만든 대로 북한에 대해 떠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속시원히 설명해 주기가 힘들었다.


그런 내 속을, 이 백인 유투버가 시원하게 풀어주었다. 너무너무 시원하게. 나만 보면 북한 이야기를 꺼내던 그 수많은 미국인들에게 이 영상을 보내주고 싶을 정도로. 내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주고 불편한 곳을 제대로 짚고 설명해 준, 내가 구독하는 1호 백인 유투버를 내 글을 읽는 모두에게 자랑스럽게 소개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발렌타인 데이를 저주했던 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