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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트온 May 05. 2021

이런 차 만들어 타는 당신은 누규?

세상 하나 뿐인 내 꿈과 내 일

멋진 차가 드러내는 멋진 사람


어느 파킹장에서 만난 이 희귀 템 자동차에서 나는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아마도 195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싶은 아주 옛날 디자인의 빨간 자동차가, 방금 뽑은 새 차처럼 반짝반짝 윙크를 해대니, 조부모, 부모 시대의 미남 배우 알랭 들롱이 청년 모습으로 환생하여 내 앞에서 끼 부리는 듯한 비현실적인 느낌에 정신이 아찔해졌다. 


어느 파킹랏에서 본 멋진 옛날 디자인 자동차


이런 자동차는 누가 개인적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닌 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단종된 지 오래된 디자인인 만큼, 자신이 직접 만들어 내야 하는 수 밖에 없다. 어떤 고생을 무릅쓰고라도 옛날 부품을 하나하나 찾아서 장만해야 하고, 분명 녹슬고 낡았을 부품들을 하나하나 닦고 다듬어 새 것 같은 상태로 복구해야 한다. 옛날 느낌과 똑같은 색을 찾아 정교하게 칠 해야 하고, 작은 디테일 하나라도 빠진 것이 없는지 옛날 자동차 사진을 옆에 놓고 계속 비교하며 꼼꼼히 재현해 내야 한다.


이 자동차를 만든 사람은, 얼마나 끈질기고, 꼼꼼한 사람일까. 자신의 꿈을 손으로 실현하는 손재주가 얼마나 뛰어난 사람일까. 자동차가 완성된 그 날, 마음이 얼마나 뿌듯했을까.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차, 이제는 더 이상 나오지 않는 디자인을 내 손을 완성시킨 그 만족감은, 아마 작가들이 책 한 권을 출간한 기쁨에 맞먹지 않을까 싶다. 자랑스럽게 출간한 책 한 권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내가 책 한 권을 완성하는 끈기와 실력을 가진 사람임을. 내 책이 널리 읽히고 알려질 가치가 있는 작품으로 인정받았음을. 


마찬가지로, 이 아름답게 완성된 자동차 한 대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먼길을 돌아 돌아 꿈을 이루는 사람의 포기하지 않는 근성을.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자신을 위한 멋진 자동차를 완성한 실력을.


얼굴도 모르는 자동차 주인에게 벌써 반해버렸다. 책처럼 한 권 사갈 수 있는 것이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으니 염치 불구 사진을 찍어왔다. 2021년 5월 2일, 날씨 끝내주게 화창했던 일요일, 이 자동차 몰고 나오신 분, 당신 작품 양손 엄지 척이 저절로 터져 나오게 멋집니다!



내 꿈과 내 일


자동차 주인은 저 빨간 자동차를 완성하기까지, 자신의 차고에서 살다시피 하며 일을 했을 것이다. 모든 눈돌아가게 완벽히 아름다운 것은 그냥 생겨나는 것이 없다. 돈으로만 해결되지 않는다. 시간과 노력과 정성을 쏟아부어야만 내 작품이라 할 수 있는 결과물이 완성될 수 있다. 


내 인생을 의미 있게 하는 나만의 빨간 자동차는 무엇일까. 내가 아름답게 완성하고 싶은 작품은 무엇이어야 할까. 내 인생의 차고, 작업장은 어디일까. 어디여야 할까. 


내가 내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하는 일은, 눈에 보이는 가치일 수도,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일 수도 있다. 한 가지 일이 아니라 여러 가지 일일 수도 있다. 끊임없이 집 밖으로 나돌아야 하는 일일 수도 있고, 감옥에 스스로를 가둔 것처럼 골방에서 은근과 끈기로 일에 매진 또 매진해야 하는 일일 수도 있다. 어쩌면 내가 아낌없이 나를 주어야 하는 것은 일이 아니라 사람일 수도 있다. 사람도 아닌 다른 무엇일 수도 있다. 


그것이 무엇이든, 완성된 모습은 나를 행복하게, 내 인생을 의미 있게 할 것이다. 내가 내 시간과 에너지를 헛되이 쓰지 않았다고 생각될 만큼, 깊은 만족감과 기쁨을 줄 것이다. 완성의 날만 기쁜 것이 아니다. 완성으로 가는 날들도 모두 의미 있고 기쁠 것이다. 나의 빨간 자동차가 완성된 모습을 상상하며 매일 즐겁게 차고에서 일하는 시간도 내가 매일 기꺼이 눈뜨고 이부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원동력이 될 것이다. 내 꿈이 있고 내 일이 있어서 감사한 하루하루일 것이다. 나에게만 의미가 있는 내 꿈과 내 일은, 다른 어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이 세상 단 하나의 무엇이라서 더욱 의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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