뭄바이 관종 여우 마무리 작업 중
화룡점정의 어려움
소설의 마지막을 쓰는 일은 어렵다. 소설의 처음부터 후반부까지가, 내 안의 무언가가 이끄는 대로 달려온 감정적이고 자유로운 과정이었다면, 글을 마무리 짓는 마지막 단계는 이성이 훅 치고 들어와 목을 조아오는 단계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글에 독자의 삶이 비치면서 일체감을 만들어 가면 좋겠다는 생각, 책을 덮으면서 이 작가의 소설을 또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의미 있는 여운을 남겨야 한다는 생각, 현대인이 현대를 삶며 품게 되는 중요한 질문과 답이 제대로 조명되는 시대정신이 담겨야 한다는 생각 같은 것들이 압박해 온다. 출판사에 투고할 가능성에 대한 염두까지 밀려들어 와, 그들의 눈으로 내 글을 다시 평가해 보려는 비판적 태도까지 끼어든다. 그렇게 잡념이 많아지니, 잠시 손을 놓게 되었고, 소설을 멈춘 그 순간부터 다시 손대기가 어려워졌다. 마치 용 한 마리를 다 그리고 눈을 찍어야 하는데, 이 눈이야 말로 이 그림이 살아날지 말지를 결정하는 가장 큰 역할을 하리라는 부담감 때문에 손이 떨려 눈을 찍는 일이 더 어려워진 상황 앞에 서 있는 것만 같다. 손을 덜덜 떨며 붓을 들었다가 내려놓고 들었다고 내려놓기를 수차례 반복하고 있는 나.
붓을 들어 눈을 찍기 전에 할 일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내가 쓰고 있는 소설이 하나 있는데 마무리를 못하고 있어.'라는 말을 뱉는 것이 더 이상은 부끄럽다. 컴퓨터 폴더 속에 방치하고 내버려 두고 있으면서, 가끔 누군가에게 현재 작업 중인 듯한 뉘앙스의 말을 하며 잠시 빌려와 이용만 하는 것은, 더 이상 연락하지 않는 친구를 소환해 '나에게 이런 친구가 있는데 말이야..' 하면서 친구의 사생활 이야기를 여기저기 떠벌이고 다니는 일만큼이나 미안한 일이다. 그런 짓은 소원해진 친구에게도 내 소설에게도 할 짓이 아니다. 진솔한 삶, 진지한 양심을 되찾아 살려내야 한다.
그래서 시작하기로 한다. 소설을 다시 열어 들어다 보기 시작한다. 시작하면 졸작 초안이라도 만들어진다. 졸작 초안이라도 만들어야 고치고 다듬어 볼 여지라도 있다. 처음 이 소설을 시작했을 때처럼, 떠오르는 대로 초안 스케치를 마구 써 내려갔다. 머릿속에 생각하던 마지막에 일어나야 할 사건의 전모를 나무 기둥들을 세워 툭툭 못 박아 기초 공사를 하는 것처럼 전혀 다듬지 않은 뭉툭하고 진부한 단어들을 툭툭 뱉어 문단이라는 기초를 세웠다.
첫 소설의 교훈
5여 년 전 첫 장편 소설을 쓰고 나서 깨달은 것이 있다. 트렌드에 맞춰, 인기를 위해, 장르 색채에 맞추어 소설을 쓰는 것이 내 글에 좋지 않다는 것. 결국 후회하게 되는 아쉬운 글을 쓰게 된다는 것. 첫 소설을 아직 투고하지 않고 저장만 하고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그대로 세상에 내기에 너무 아쉬움이 많다는 것이다. 10번이나 수정한 정성이 가득한 글임에도 아쉬움이라는 감정도 그만큼 크다. 마치 아쉬움 가득한 첫사랑처럼 말이다. 너무 큰 감정들을 가득 안은 미완성의 글. 내 첫 소설은 첫사랑처럼, 언제나 그 자리 내 마음 한구석에 그렇게 남아있을 것 같다.
나는 첫 소설을 투고해서 출판하려고 애쓰는 대신, 그 경험의 기억들을 내 소설의 멘토 스승으로 삼기로 마음먹었다. 첫 소설에 대해 느끼는 애잔하고 안타까운 감정들을 파헤쳐, 다음 소설을 이어나갈 용기와 지혜, 자유와 소신을 배워내기로 마음먹었다.
나의 첫 소설은 나에게 말해준다.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기준을 두고, 내 본질에서 나오는 나다운 글을 쓰며, 특정 장르에 맞추지 말고 나라는 독특한 장르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사랑으로 끝맺음
<뭄바이 관종 여우>라는 이 두 번째 장편 소설을 쓰면서 내 안에 뭉쳐있던 의식과 무의식이 자유롭게 마음대로 흐르도록 풀어 주었다. 우연히 탄생한 상처 가득한 여자 주인공 은수의 눈으로 세상을 보았고, 은수의 삶에 필요한 다른 인물들을 만들어 내었다. 그렇게 만든 인물들이 모두 모여 아수라장 마지막 대잔치 한 판을 벌일 참이다. 이 한 판 잔치가 모두에게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어 냈으면 좋겠다. 소설의 각 인물들에게 의미 있고 행복한 경험이 독자의 삶에도 의미가 되고 두고두고 사색의 기회가 되는 간접 경험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집중하기로 한다. 외부의 시선이 아니라, 내 글 세계 안 내부의 시선에. 그리고 내가 만든 인물들의 삶에. 그들이 느끼는 삶의 의미와 행복에. 그들의 꿈과 미래에.
이젠 쉬지 말고 나아가자. 끝까지 그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사랑으로 마무리 하자. 언제나 사랑에서 시작하고 사랑으로 끝맺는 나만의 소설을 완성해 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