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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네네, 좋네요!

약하고 착한 사람들

by 하트온

솔직할 수 있다면 솔직했을 것이다


말을 걸면 반응이 항상 긍정적이다. '아, 네네! 좋네요!' 당사자의 생각을 물어볼 때도, 상대의 생각을 들려줄 때도, 항상 대답이 같다. 곧바로 동조한다. 그런데 실제로 하는 행동은 말과 다르다. 행동을 보면 자신의 생각도 고집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말을 할 때 그것을 밝히지 않을 뿐이다.


그들은 상대와 맞설 근육이 없는 사람들이다. 상대와 의견이 다를 때 거절하고 거부할 근육,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드러낼 힘이 없다. 그래서 마주한 순간은 '아, 네네, 좋네요!' 버릇처럼 동의하고 넘어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 동의엔 사실 '당신이 지금 한 말 잘 알아들었어요' 이상의 의미는 없다. 진정성있는 동조가 아니다.


내 생각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이유는, 내 생각을 말해서 안전했던 적이 없기 때문이다. 안전하지 않았던 경험이 확장되어, 어디서건 솔직한 생각을 그때그때 가볍게 말하지 못한다. 한참을 쌓아두었다가 속에서 견디지 못하고 뜬금없는 일탈적 행동으로 밀려 나올 때까지 기다리거나, 작은 일에 감정이 욱해서 터져 나오는 패턴을 반복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좋았던 관계들이 깨지고 소멸되는 것을 경험한다. 추하고 흉하기 그지없는 자신의 뜨거운 감정에 놀라, 꾹꾹 쑤셔 넣고 앞으로는 더더욱 마음을 솔직히 노출할 수 없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건강한 관계를 맺지 못하는 착한 사람들


사람의 관계는 서로의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고 서로 인정해 주는 것을 기반으로 꽃 피는 것이다.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인정해 주지 않는 사람과, 즉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사람과 결코 가까워질 수 없다. 또한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지 않는 사람을 신뢰할 수도 없다. 물론, 내 감정을 반복적으로 상하게 하는 사람과도 결코 친해질 수 없다. 사람 사이의 긍정적인 상호작용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감정을 솔직히 말하고 이해하고 배려하고 수용하는 선순환이 지속적으로 일어나야 한다.


도처에 많이 참고 다 받아주는 듯 행동하는 착한 사람들이 많다. 나 또한 평생 착하다는 말을 들으며 살아왔다. 착하게 자신의 감정을 누르고 숨기면서 상대에게 최선을 다해 배려해주고 잘해주었다고 믿는다. 하지만 상대는 오히려 부담스러워 뒷걸음질 치게 된다. 상대의 친절하고 형식적인 '아, 네네, 좋네요!' 뒤에 진심이 없다는 것을 느끼며 누군가 나에게 끊임없는 거짓말을 할 때와 같은 상처를 받는다. 나를 끊임없이 속이는 사람을 믿을 수도 없고 곁을 줄 수도 없을 뿐 아니라, 점점 묘하게 부정적인 감정이 쌓여 좋은 마음으로 대하기도 힘들어진다. 갈수록 착한 사람을 무시하고 막대하는 듯한 구도가 되고, 착한 사람은 재빨리 피해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차갑고 성질 나쁜 사람에게 당하기만 하는 모양새를 만들어 간다.



착한 피해자의 자리를 벗어나 생각해 보면


나는 그냥 내 생각을 솔직히 말하는 근육이 약하고, 나의 경계선을 선명히 보여주는 일에 미숙한 사람이었을 뿐이다. 못된 말, 잘못된 생각을 들어도 착하게 넘기는 순한 사람이라는 것은 사회가 권하고 발 뻗을 자리를 제공해 준 썩은 판타지였다. 예의와 배려를 갖추되 솔직해야 한다. 과거의 힘든 경험으로 솔직하게 말하는 근육이 약한 상태에 있다면, 안전한 관계를 만들고 감정을 그때그때 솔직히 드러내는 연습을 해 나가야 한다. 근육을 키우고 강해질 필요가 분명히 있다.


내가 끝까지 내 진짜 맘을 속이고 착하고 친절하게 굴 테니, 거짓이라도 우리가 좋은 관계인 것처럼 행동해 달라고 상대에게 요구하는 것은, 내 몸이 근육이 없고 약하다고 힘센 사람들에게 항상 모든 것을 다 해달라고 응석을 부리고 있는 것과 같지 않을까.



약하고 착한 사람이 아닌, 강한 인격자가 되고자


약한 자, 착한 자, 늘 피해 보는 자의 자리에서 일어나야 한다. 거짓 긍정과, 가식 친절을 벗어내고, 나의 진짜 모습을 솔직히 드러내는 근육을 키워가야 한다. 그럴 수 있기 위해서는 나를 사랑하고 수용할 수 있어야 하고, 수치심을 걷어내고 사람들 앞에서 당당해질 수 있어야 한다. 그 바탕 위에, 솔직함을 깔고, 그 위에 친절과 배려를 담아낼 때, 그때 강하고 향기로운 인격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지금 당장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닐지라도, 피해자의 자리를 벗고 일어나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이 달라진다. 지금 당장 근육이 없어도 오늘부터 10분이라도 운동하고 연습할 장소를 찾아 두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가 일어난다. 내가 솔직하게 드러내기를 연습할 수 있는 안전한 타인을 찾기 전에, 내가 먼저 나 자신에게 안전한 친구가 되어 주는 일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내면이 어떤 말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해도 격려하고 응원하며 잘 받아 줄 수 있는 스스로를 잘 다독거리는 내가 먼저 되어야 한다. 먼저, 나 스스로에게 솔직한 사람이 되는 것을 목표로 연습을 시작해 보자. 당신과 나, 우리 함께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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