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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트온 Nov 03. 2021

때론 '척' 하는 나의 의지

꼭꼭 씹어먹고 내 것으로 만들 오늘의 영어 표현 양식 3

Fake it until you make it


시작부터 속이다, 위조하다, 사기 치다 라는 뜻을 가지는 fake라는 단어로 시작하는 문장의 느낌이 그리 썩 좋지는 않다. 하지만, 자꾸 반복해서 문장을 읽다 보면, 말하는 사람의 의지가 느껴지기 시작한다. 처음엔 속이는 느낌이 들지만, 반드시 그것이 진짜가 되도록 만들어 내겠다는 의지. 내 솔직한 내면 상태가 따라오지 못하는 데도 불구, 나의 의지 내가 정하는 정체성으로 끌고 가겠다는 의지. 아직 뿜어낼 자신감이 차오르지 않았어도 자신감 있게 나아가겠다는 의지. 아직 마음에 행복감이 충분하지 않아도, 충분해질 때까지 불행해하며 기다리기보다, 미리부터 행복하겠다는 의지. 


이 의지는 물속에선 동동걸음을 칠지언정, 겉으로는 우아하게 유유히 물살을 가르고 나가는 오리의 품위를 닮았다. 개인적인 일로 속은 썩어 문드러져도 사회생활하는데 아무 문제없는 프로다운 차분하고 자신만만한 행동을 닮았다. 처음 물건을 팔아보지만, 한 20년 세일즈를 한 사람처럼 행동하는 능수능란한 연기를 닮았고. 카메라 앞에 서는 일은 처음이지만, 훌륭한 모델, 연기자가 되고 말 거라 믿는 과감하고 당당한 표현 시도를 닮았다.


어떤 영어 표현들은 한 번 배우고 잊히지 않는다. 나에게 필요한 언어일수록 그렇다. 내 몸에 바로 흡수되고 달라붙는 느낌이 든다. Fake it until you make it이라는 표현이 나에게는 그런 것이었다. 지금까지 내 의지로 끌어 온 방식들을 설명해 주고 혼돈을 정리해 준다.


해낼 때까지 잘하는 척하는 거야


물론 솔직한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이 나도 좋다. 우리는 그런 진솔하고 투명한 사람들을 좋아하고, 그것이 옳은 것이라고 믿는다. 법도 도덕도 그런 삶을 살기를 지지한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그런 태도가 피해가 되는 상황이 있다. 그리고 솔직할 여유가 없는 상황이 있다. 다 드러내고 솔직해선 안 되는 상황이 있다. 나는 아이들을 키우고 가르치는 엄마로서 교사로서 감정을 생각을 솔직하게만 드러내선 안 되는 상황을 매일 같이 경험한다.


가령, 나는 아이들을 돌보다가,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감정이 상하기도 하고,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의구심에 순간적으로 자신감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때론 주저앉아버리고 싶다. 하지만, 그런 감정을 드러내고, '사실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 나 너무 속상해. 나도 너 같은 애 만난 건 처음이라서. 네 성격 상대하기 정말 힘들다,...'라는 것을 곧이 곧대로 알려서 좋은 일이 생길 일이 없다.


내 진짜 감정이 무엇이든, 잠시 치워내고, 거기에 내가 지향하는 감정, 아직 나 자신이 충분히 그 수준에 이르지 않은 생각들을 채워 넣는다. '나는 이 아이들을 수용하고 사랑하고 잘 돌볼 수 있는 유능한 교사야. 나는 아이들이 따르고 존경할만한, 아이들을 가장 잘 도와줄 수 있는 좋은 엄마야. 나는 해내지 못할 일이 없는 특전사야. 나와 나에게 맡겨진 사람들을 잘 이끌고 가는 지혜와 능력으로 무장한 장군이야.'


나는 나에게 스스로 정한 정체성을 되새겨 주며, 때때로 잘 따라오라고 다그친다

 Fake it until you make it



Fake it만 계속한다면, 이건 사기꾼 위선자가 되는 길이다. 실제로, 미국에선 fake it until you make it 문화가 너무 늘어나고 왜곡되기까지 만연하여, 취업을 하는 과정에서나 자신의 사업에 대해 광고하고 투자유치를 하는 과정에서 취직만 하면 되고, 투자만 따면 된다는 생각에 심하게 타인을 속이는 문제를 일으키고, 독립적이고 강해야 한다는 강박이 fake it 과 손을 잡고 행복한 척 다 괜찮은 척 병적으로 진실을 가리고 실상을 속이는 현상을 심하게 일으켜, 이런 문화를 미국사회에서 좀 걷어내야 하지 않을까 여기저기 반성의 목소리가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자신과 타인을 다치게 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마침내 make it을 해내는 한 fake의 과정은 새로운 정체성을 세우고 거기에 자신을 맞추어 가는 자아 양육 과정, 고난을 견디는 과정이라는 긍정적인 스토리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Fake it until you make it, 이 문장은 또한 오래 지속되는 다정한 부부관계를 설명해준다. 부부가 몇십 년 오래 살고 나면 설레고 가슴 뛰는 사랑의 감정은 사라지고 없다. 솔직한 감정에 따르기를 선택하기로 하여 이혼을 결정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오래 함께 한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사랑을 지키겠다고 마음먹는 사람들도 있다. 그때부터는 의지와 의리로 관계를 지키는 것이다. 오래 참는 사랑을 지켜가는 노력 속에서 사람은 '사랑은 의지'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없어지고 상대에게 불만과 권태가 생기는 구간에도, fake it until you make it 하며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다. 내가 이 사람을 사랑하기로 결심하고 무조건 끌고 가는 것이다.  


나는 오늘도 순간순간 내 감정에 솔직하며, 진솔한 자세로 주변 사람들을 대하려 노력하지만, 때때로 내가 사랑하고 지키고 싶은 소중한 사람들, 중요한 것들 지키고 관계를 지속시키기 위해서, 잠시 내 진짜 감정을 내려놓고, fake it until you make it 하며 나아간다. 나는 이런 의지가 때때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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