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것을 비워내고 가벼운 삶

미니멀 라이프 그다음엔?

by 하트온

나의 멍에는 쉽고 내 짐은 가벼우니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그리하면 너희 마음이 쉼을 얻으리니, 이는 내 멍에는 쉽고 내 짐은 가벼움이라


성경 마태복음(마 11:28-29)에 나오는 구절이다. 내 나이 스무 살, 이 대목을 처음 읽었던 그때, 나는 그때까지 마음에 힘겹게 이고 지고 있었던 모든 짐을 눈물로 쏟아내 버리겠다는 듯 몹시 울었다. 한참 동안 실컷 울고 나서 마음이 가벼워진 나는 시를 썼었는데,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마도 내 마음이 날아갈 듯 가벼워진 그 감동을 표현했었지 싶다.


예수의 멍에는 실로 가벼웠다. 내게 부려진 것은 사랑의 짐밖에 없었다. 그 작은 사랑의 짐이 다른 모든 무겁고 큰 짐을 다 이기고 털어냈다. 생각해 보면, 그때 내 마음에 일어난 일은, 엄청난 강도와 속도로 마음의 짐을 비워낸 대대적인 미니멀리즘 실천이었다.



가볍게 하는 진리


가벼워지는 방법은 단 하나다. 무거운 것을 비워내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선뜻 무거운 것을 비워내지 못한다. 그 무거운 것이 결코 내려놓아서는 안 될, 중요한 것 같기 때문이다. 더 중요하고 가벼운 것을 찾아내야만 우리는 덜 중요한 것들을 버리고 가벼워질 수 있다.


어느 순간, 그 더 중요하고 가벼운 것이 '진리'라는 걸 깨달았다. 진리를 알게 되면, 진리를 제외한 거짓 군더더기는 다 버릴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요 8:32)'는 성경 말씀이 참으로 진리인 것이다.


내게 모든 것 위에 가장 중요한 것, 가볍고 작은 몸으로 모든 거짓을 버릴 수 있는 엄청난 힘을 주는 '진리'는 '사랑'이었다. 사랑의 중요성이 나를 충분히 설득했으므로, 나는 다른 모든 무거운 것들을 사도바울처럼 '배설물로 여기고' 과감히 비워낼 수 있었다. 사랑이 아닌 마음, 사랑을 못하게 방해하는 마음, 사랑이라고 착각하는 유사 감정들을 다 밀쳐낼 수 있었다.


사랑하지 않는 모든 마음 - 질투 시기, 분노, 공포, 원망, 적대감, 소외감, 거절감, 자기 학대, 무관심,...
사랑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모든 마음 - 트라우마, 과거에 집착하는 마음, 미래에 대한 불안 걱정에 사로잡힌 마음, 서열주의, 비교의식, 완벽주의, 결과 중심의 사고,...
사랑이라고 착각하는 사랑과 유사한 모든 사이비 마음 - 집착, 통제욕, 동정, 연민,...


한 번에 다 비워진 것은 아니지만, 서서히 하나하나 빠져나갔고, 지금도 빠져나가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어머니라는 무게


나는 아이들을 늦게 낳았다. 완벽주의에 갇혀있던 나답게 아이들의 시선이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아이들에게 존경할만한 어머니, 엄마라는 이름에 맞게 그럴듯하게 잘 갖춘 엄마, 미국이라는 환경에서 필수인 운전과 영어를 제대로 하고, 커리어가 번듯하게 있는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준비할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


아이들을 낳고 나서도 나는 마음 편히 있을 시간이 없었다. 아이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시선이 계속 신경이 쓰였다. 그럴수록 자꾸 실패감이 쌓였다. 나는 어떻게 해도 좋은 영향을 준 엄마가 못될 것만 같은 자격지심이 자꾸 내 심장을 파고들어 습격했다.


20대에 사랑이라는 진리로 마음을 씻어낸 경험이 있으면서도, 나는 새로이 경험하는 '자식'이라는 중차대한 외부 시선에 마음을 있는 대로 잠식당하고 있었다. 마음을 진리가 아닌 중요해 보이는 무거운 것들로 채워가고 있었다.


그럴 때, 미니멀리즘이 나를 찾아왔고, 사랑이라는 진리로 다시 한번 내면을 청소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했다.


사랑 하나만 남기고 다 버리자.


돈 잘 벌고 턱턱 지원해 주는 대단하고 멋진 엄마가 되려는 야심을 버리고,
아이들 인생에 좋은 영향만을 주는 인격 완벽한 엄마가 되고자 하는 바람도 버리고,
뭐든 다 아는 똑똑한 엄마가 되어 끊임없이 가르치려는 태도도 버리고,
어디서든 남들 앞에 번듯한 모습이 될 수 있도록 준비시키려는 완벽주의도 버리고,
내 아이는 유치원부터 직장까지 명문 명품으로 다 도배해야 한다는 최고만을 고집하는 강박도 버리고,
내 아이가 이런 정도 지성과 실력을 갖춘 이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내 머릿속의 그림도 지우고,



나는 한 가지 목표만 붙들었다.

사랑하는 사람


아이들이 언제 엄마를 생각하고 기억해도, 사랑의 존재로만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아이들 기억에 완벽하게 좋은 사람이 아니라도 상관없다. 나름의 인생길을 끊임없이 걸어가는 성장 과정에 있었던 사람으로 느껴지면 충분히다. 사랑 외엔 내세울 것 아무것도 없어도 괜찮다.


가볍다. 내 삶은 이제 날아갈 듯 가벼워졌다.




대문 사진 출처: Pixabay (by TheVirtualDen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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