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일으키는 것, 내가 일으키는 것

[에세이] 나는 왜 나처럼 사는가?

by 하트온

웬만해선 나를 일으킬 수 없다


나는 아주 어릴 때부터 아침에 일어나는 것을 몹시 힘들어했다. 밤에 쉽사리 잠을 깊이 못 이루고 아침에 살풋드는 잠이 달아서였기도 했지만, 나는 몹시 깡마르고 허약하기도 했다. 몸이 약해서인지 밤에 악몽도 많이 꾸고, 헛것이 잘 보이기도 해서 무척 겁도 많았다. 어두운 것도 무섭고, 귀신이 나온다는 파란 새벽으로 쉴 새 없이 다가가는 시곗바늘도 무섭고, 밤이 깊어지면 선명하게 드러나는 밤의 소리들도 다 무서웠다. 약한 아이에게 무서운 것은 밤만이 아니었다. 아침에 겨우 내 몸을 따스하게 데워 재우는 데 성공한 이불을 확 낚아채서 걷어 버리는 아빠와 연이어 날아오는 자비 없는 등짝 스매싱. 몇 백명의 아이들이 아침 조례가 열리는 운동장으로 질서 없이 우르르 밀려 내려가는 어두컴컴한 계단. 내리쬐는 태양 아래 세상을 노랗게 뒤집어 놓는 길고 긴 조례 연설. 죽어가는 느낌이 이런 건가 싶은 의식과 무의식을 오락가락하는 빈혈 증상. 이렇게 밝은 햇살 속에 도사리는 공포도 적지 않았다.


나는 지금도 루틴을 깨고 특별히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는 급한 스케줄들을 싫어한다. 병원이나 정부기관에서 해결해야 하는 일 - 그런 일들은 아침 일찍 가서 해결하지 않으면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해야 하곤 한다 -, 가까운 가족이나 가족 같은 절친의 급한 일이 아니고선, 결코 아침 일찍 약속을 잡는 일이 없다. 내게 아침 일찍 몸을 일으켜야 하는 일은 내 일상 루틴을 깨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아침에 잠이 깨 눈을 뜨고도, 침대에 기대앉아 기다려야 한다. 오늘 예상되는 삶이 불러오는 자극과 충동 설렘 같은 감정들이 내 전신의 신경을 타고 흘러 구석구석 충전해 주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감정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감정만이 내 몸을 벌떡 일으키고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관건은 내 삶이 그런 긍정적인 감정 에너지를 주는 일들로 잘 구성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다.



나를 일으키는 것


늦잠꾸러기 나를 아침 일찍 절로 일으키는 일들이 있다. 처음으로 그것을 경험한 것은, 석사 졸업 논문을 쓸 때였다. 석사 과정 내내 했던 연구활동을 총망라하는 긴 논문집을 만드는 일이었다. 영어로 쓰는 글인 데다, 그런 긴 책을 쓰는 것은 처음이어서 굉장한 강도의 감정들 - 처음으로 내 책을 만든다는 설렘과, 이 한 권의 책에 졸업 성패가 달려있다는 긴장이 주였던 것 같다 - 이 몇 달 동안이나 나를 아침 일찍 일으켜 연구실로 달려가게 만들었다.


설렘과 긴장감이 함께 연합하여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달릴 수 있게 만드는 마약 작용을 하는 것을 두 번째 느낀 것은, 몇 년 전 웹소설을 연재할 때였다.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고 즐거워한다는 사실이 주는 설렘과, 기다리는 독자들과 약속한 시간에 맞춰 다음화를 연재해야 하는 긴장감이 거기에 있었다. 하루 종일 내가 쓰는 소설 속에 빠져 살았던, 삶과 글의 균형을 잃고 글에 잠식당했던 시간이었다. 500 페이지가 넘는 소설이 완성되었을 쯤엔, 건강이 위협받고 있었다. 그리고 글 슬럼프가 와서 나는 몇 년간 전혀 글을 쓰지 못했다. 그때의 일이 교훈이 되어, 후폭풍이 따르는 그런 벼락치기 마약 글쓰기를 하지 않도록, 삶과 글의 균형을 잘 지키는 글쓰기, 매일 무리가 되지 않는 시간과 분량을 정해놓고 쓰는 글쓰기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루 한걸음 차분히 가는 느낌으로 나아가는 매일 글쓰기와, 내가 마음으로 하는 모든 일들은 나에게 매일 하루치의 충분한 설렘을 준다. 무언가가 나를 즐겁게 깨워주는 일은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과한 마약 작용이 오래가는 것은 건강에 좋지 않겠지만, 적당한 양의 즐거움이 매일의 삶을 깨우는 것은 건강하고 좋은 일일 것이다. 그런 적당한 양의 좋은 감정을 주는 것들을 찾아 생활 곳곳에 비치해 두는 것은 삶에 활력소를 공급하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일으키는 것


나를 일으키는 힘도 있지만, 내가 일으키는 힘도 있다. 내가 받는 힘이 있다면 주는 힘도 있다는 말이다. 내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정성으로 만든 것들이 타인의 마음에 가 닿아 일으키는 작용들이 분명히 있는 것을 본다. 내가 어떤 마음으로 시작하는가, 초심을 잘 지켜내는가가 결국, 일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것도 충분히 경험했다. 내 마음이 온 힘 다해 최선을 기하는 일들, 내가 가진 것을 나누는 일들, 글쓰기, 서로의 내면 성장을 돕는 각종 모임, 학생들의 성장을 돕는 수업,... 이런 일들은 초심을 잘 지키는 한 끊임없이 나아간다. 나를 일으키고, 내가 일으키고, 나를 성장시키고, 내가 성장시키고, 끝없는 선순환이 이어진다.


오랜 시간 후에, 내 글을 읽었던 사람, 내가 운영했던 모임이나 수업에 참여했던 사람들에게서 문득 연락이 온다. 그때 함께 해서 마음을 다잡고 견뎌낼 수 있었다고.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었다고. 편해지고 나서야 뒤늦게 감사한 마음이 밀려온다고. 어느 날 문득 찾아오는 그런 메시지들은 내 마음의 검은 구멍들을 하나하나 메워간다. 그렇게 날아온 소박한 한 줄 메시지들이 어느새 내 삶을 의미 있게 느끼도록 지탱하는 단단한 내면의 기반을 이루고 있다. 마음을 소중히 돌보고 싶은 내 열렬한 진심 한 조각이, 누군가에게 생각지도 못한 큰 힘으로 다가가고, 그렇게 큰 힘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사실이 내게 의미 있는 설레는 삶을 선물해 주는 선순환의 소용돌이가 내 작은 삶 안에 더 크게 일어나는 것을 경험하기 시작한다.


나를 일으키는 것이, 내가 일으키는 일이 되고, 내가 일으키는 일이 다시 나를 일으키는, 이 강풍 순환의 시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중심의 핵, 시작점이다. 내 마음 한가운데 무엇을 품고 있는가, 무슨 마음으로 시작했는가, 그 마음을 지키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그것이 바람의 강도와 그 영향권의 넓이와 지속 시간을 결정한다.


이 세상 어떤 일에 있어서도, 주변 사람들이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감사함을 느끼고, 시작한 사람에게 의미있는 큰 성공을 가져다주는 핵은 사랑, 즉 따뜻하게 돌보는 마음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어떤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내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내가 해야 할 일은 억지로 성공이라는 결과를 잡아당기려고 경쟁하고 잠 못 자고 애를 쓰는 일이 아니라, 먼저 마음을 사랑으로 가득 채우는 일이고, 마음을 사랑으로 계속 유지할 줄 아는 능력을 갖추는 일이다.



대문 이미지 출처: Pixabay (by Ster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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