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 현실로 쌓아가는 일상

<에세이> 나는 왜 나처럼 사는가?

by 하트온

꿈의 상대성


정확히 어떤 책인지 기억할 수 없는 어느 책에서 꿈은 상대적인 것이라는 구절을 읽었던 걸 기억한다. 비교대상이 있어야만 꿈이 생길 수 있다는 부연 설명이 있었다. 가난을 경험할 때 부자가 되고 싶은 꿈이 생기고, 형편없는 인성의 부모 아래 있을 때, 좋은 부모란 무엇일까 나는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꿈이 생겨나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나는 이 말을 듣고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꿈의 씨앗은 부족함을 채우고 싶은 작은 바람이었던 게 아닐까. 내게 없는 무언가를 원하는 작은 마음이 결핍의 고통 한가운데서 싹을 틔우고, 질투의 분노 폭풍을 견디면서 단단히 성장하여 꿈이 된 것이 아닐까. 꿈은 그러니까 내게 없는 것 부족한 것이 있다고 끊임없이 상기와 자극을 당해야만, 인간이 견디기 힘든 감정의 고통 속에 있어야만 자랄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의 바람이 어떻게 생겨나 꿈으로 커왔는지, 그것을 키운 고통은 무엇이었는지, 그렇게 시작된 꿈이 내 인생을 따라 어떻게 흐르고 있는지 찬찬히 살펴보고 싶어졌다.


무엇을 바랐던 것인가? 내 어린 마음에 내려앉았던 최초의 바람을 생각해 본다. 내 부모 안의 결핍. 그것이 시초였던 게 아닐까. 먹고 살아 남기 바쁜 세상을 헤쳐온 사람들. 그들에게 부족했던 모든 것, 그들이 부모로서 부족했던 모든 것들이 내 안에 바람을 만들었을 거라는 생각에 이른다.


수많은 바람을 이루고 채워야 했기에 나는 부산말로 '애살' 많은 배움 열정 가득한 소녀로 자라났다. 피아노, 주산, 컴퓨터, 서예, 미술, 발레, 테니스, 태권도, 권투, 수영, 영어, 일본어, 불어, 공학, 화학, 물리학, 철학, 역사, 언어학, 고고학, 교육학, 심리학,... 내 삶의 한계, 힘의 테두리 안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닥치는 대로 부딪쳐 배워보았다. 물론 그 모든 배움의 과정이 꿈을 키우고 이루어가는 여정인 것은 아니었다. 단순한 호기심이 풀리자마자 관심이 없어져 버린 것들, 여러 가지 이유로 계속할 수 없거나, 계속할 가치가 없는 것들은 겨울바람에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처럼 가차 없이 떨어져 나갔다.


오직 가장 중요한 몇 가지만 내 안에 차곡차곡 쌓여갔던 것 같다. 가장 중요한 몇 가지가 중요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중요한 정도는 내 감정과 상관이 있었다. 내 감정을 크게 일으킬수록 내게 중요한 것이었다. 내가 남보다 잘하지 않으면, 잘하는 것을 인정받지 못하면 몹시 화가 나는, 속이 상하는 영역들이 있었다. 물론 화가 나도 내가 결코 잘할 수 있는 것이 아니구나 뒤늦게 깨닫곤 쓰린 속을 부여잡고 미련의 눈물을 뚝뚝 흘리며 포기해야 했던 영역들도 있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파도 앞에 모래성처럼 내 안에 쌓이지 않고 흩어지는 허무감을 총탄처럼 발사해대는 영역들도 있었다.


아무리 해도 안되고, 아무리 애써도 손안에 남는 것이 없는 것들은 다 인생의 파도에 쓸려나갔다. 인생은 그런 것들을 박살 내는 능력이 있다. 난파와 상실의 감정이 내 삶을 거세게 후려치고 지나간 후에야, 빠져나가지 않고 점점 쌓여가고 있는 것들, 계속 쌓아가고 싶은 소박한 재미가 느껴지는 것들이 보였다. 그것들이 무너지지 않고 쌓여갈 수 있었던 이유는, 내 안에 그것을 붙잡을 '타고난 재능 혹은 지능 성향'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자력이 있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꿈에서 현실로 쌓이는 원리


내 타고난 성향이 끌어당겨서 쌓여갈 수 있는 그 무엇. 그것은 각 사람의 꿈이면서 동시에 사명일 것이다. 그 사람만 잘할 수 있는 무엇, 그 사람만 이 세상을 위해 발휘할 수 있는 무엇이기 때문이다. 나의 꿈, 나만을 위한 일, 그것을 찾는 것만으로 사람은 훨씬 행복해진다. 하지만 거기서 멈춘다면, 언젠가는 되겠지 미루어 두기만 한다면, 꿈은 어느새 이제 더 이상은 나가서 쳐다보지도 않는 그저 밤하늘에 떠 있는 별이 되고 만다. 별을 따기 위한 제1 단계 조건이 하늘에서 눈을 떼지 말아야 하는 것이듯, 꿈에서도 눈을 떼지 말아야 한다. 꿈을 일상으로 끌고 와서 매일 봐야만 한다. 매일매일 간절한 눈빛을 쏘아주어야 한다. 쉼 없이 꾸준히 쌓아가는 일상의 노력이 없다면 꿈을 이룰 수도 사명을 다할 수도 없다.


매일 무엇을 하는가? 무엇을 쌓아가고 있는가? 그것이 내가 이루어 가는 나의 꿈이다. 끝없이 쌓아가는 그 방법만이 나의 꿈을 현실로 이룰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나는 읽을 가치가 있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은 꿈이 있어서, 틈만 나면 독서와 글쓰기를 한다. 나는 좋은 영어 선생님이 되고 싶은 꿈이 있어서, 매일 열심히 영어 훈련을 한다. 나는 건강한 심신을 유지하고 싶은 꿈이 있어서 무슨 일이 있어도 매일 운동을 하고 내면을 수시로 꼼꼼히 들여다보고 챙긴다. 이 모든 것은 조금씩 내 삶에 달라붙는 즐거움을 주는 것이고, 뿌듯함을 느끼며 오래오래 쌓아가고 있는 것들이다. 세상이 크게 인정을 해 주기 때문이 아니라, 내 안에 쌓여가는 산을 내가 알고 매일 그 위에 오르기 때문이다. 남들 눈에는 보이지 않아도, 내 안에는 알프스의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감사함을 모르던 철없던 결핍이 바람을 낳았고, 감정조절이 미숙했던 질투와 분노가 작은 바람을 간절한 꿈으로 부풀렸고, 미련한 일상의 꾸준한 노력이 꿈을 현실의 산으로 쌓아간다. 이렇게 쌓이는 산은 아무도 가볍게 치울 수도, 파도가 쓸어갈 수도 없는 내 삶의 흔적, 나만 만들 수 있는 흔적이 될 것이다. 그것이 나 자신의 삶과 주변 세상을 돕는 좋은 흔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신성한 바람이 방향을 잘 잡아 주기를 바란다.


대문 이미지 출처: Pixabay (by plonk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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