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제인 오스틴의 소설로 보는 18-19세기 여성 교육
제인 오스틴의 교육 개혁 반란
18-19세기 여성 교육의 목적은 '남편을 기쁘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 시대 여성들에게 요구되었던 남편에게 순종하고 보필하며 따르는 덕은, '예수님을 기쁘시게' 하려는 기독교적 가치관, 도덕관을 바탕으로 하는 여성의 주되고 참된 의무였다. 남편을 기쁘게 할 수 있는, 교양 있는 여성이 되기 위하여 그들은 음악과 미술, 사교댄스와 바느질, 여러 가지 언어를 배우고, 자신을 아름답게 잘 꾸밀 줄 알아야 하는 것을 물론, 목소리 톤과 언어 표현력, 우아하게 행동하는 예의범절까지 단단히 익혀, 가정 살림, 자녀 교육, 사교 모임,... 어떤 영역에서도 빠짐이 없는 만능 플레이어가 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부단히 개발시켜야 했다. 제대로 된 학교 시스템이 아직 제대로 없던 시절, 대부분의 귀족 여성들은 집에서 교육을 받았기에, 부유한 가정의 자녀일수록 여러 명의 뛰어난 가정교사를 두고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더 컸다. 하지만 그 어떤 지위의 부잣집 딸이어도, 남자들이 하는 일에 관심을 보이고 지성을 자랑하는 것은 덕이 못되는 현실의 한계만큼은 마찬가지로 벗어날 수 없었다.
아버지의 교육관, 가치관에 따라 드물게는 딸들도 책을 많이 읽고 깨우치기를 바라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 어떤 경우에도 남편을 기쁘게 할 만한 태도를 벗어나서는 안된다는 것, 남자들 앞에서 뛰어난 지성을 결코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단단히 주지 시켜야 했다. 남성이 여성보다 지적으로 우월하다는 것, 그래야만 한다는 것이 보편적 생각이고 믿음이던 시대였으며, 그것에 도전하는 행동은 추한 소문과 함께 혼인 길이 닫히고 사회적 매장을 당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었다.
자신의 마음을 숨기지 않고 스스럼없이 드러내는 똑똑한 딸을 둔, 아버지의 불안한 마음이 <오만과 편견> 소설 마지막 부분, 딸이 청혼을 받은 상대와 결혼을 다시 생각해 보라며 딸에게 덧붙이는 아버지의 말에 잘 나타나 있다.
그 사람이 부자인 건 분명하니까 제인보다 더 좋은 옷을 입고 더 근사한 마차를 타겠지. 하지만 그런 것들이 널 행복하게 해 줄 것 같니?... 리지, 난 네 성격을 잘 안다. 너는 남편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너보다 훌륭한 사람으로 존경하지 않는다면, 행복할 수도 없고 남부럽지 않게 살 수도 없을 거다. 너는 발랄한 성향이라서 어울리지 않는 결혼을 하면 더없이 큰 위험에 빠지게 된단다. 불명예와 비참함을 좀처럼 벗어나기 어려울 수도 있단다. 그러니 얘야, 이 아비에게 네가 평생의 반려자를 존경하지 못하는 모습을 봐야 하는 고통을 겪게 하지는 말아다오. <오만과 편견> p.726
남편을 존경하지 않고, 묵묵히 따르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시대인 것이다. 아버지가 가장 사랑하는 똑똑한 딸, 존경심을 가장할 수 없는 솔직한 딸이 행복하게 사는 방법은 그녀가 진심으로 존경할 수 있는 더 훌륭한 사람을 만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신 것이다. 존경심을 가질 수 없는데, 혹시 재산이 주는 안정감에 현혹되어 어리석은 선택을 한 것은 아닌지 아버지는 - 이미 본인의 평생 경험으로 여성의 입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재산이나 안정감만으로 결혼생활이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아는 경험자로서 - 묻고 있다.
그런 시대에, 제인 오스틴은 로맨스 코미디로 달콤하게 포장한 여성 교육 개혁을 시도하였다. <오만과 편견> 주인공 엘리자베스는 다른 여자들과 달리, 여성이 남편을 기쁘게 하기 위한 만능 재주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 그렇게 다 갖춘 사람은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생각한다. 또한, 작가는 어떤 무엇보다 여성 교양의 중요한 조건으로서 '폭넓은 독서를 통해 정신을 갈고닦아'야 한다는 생각을 멋진 남주 다아시의 대사에 슬쩍 흘려 넣는다. 이건 마치,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김주원(현빈 분)이나, <도깨비>의 김신(공유 분)이, 혹은 가수 <방탄 소년단>이 "나는 책 많이 읽고 지적인 여자가 이상형이야"라고 말해, 전 세계 수 백 수 천만 소녀들로 하여금 책을 읽게 만드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대대적인 여성 독서 문화 및 교육에 혁명을 일으킨 것이다. 제인 오스틴 작가가 답답하고 빡빡한 전통 관념을 뚫고 헤쳐가는 방식이 어찌나 그 시대 여성의 예의범절처럼 우아하고 교묘한지 무릎이 탁 쳐질 정도다! 게다가 높은 귀족 부호 남성과 아버지 돌아가시면 길에 나앉기 직전인 여성의 로맨스, - ‘재벌-서민 로코’의 원조 조상이된 - 그녀의 창의적 매력적 스토리는 지금까지 아류작이 쏟아져 나오게 하는 힘을 발휘하고 있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에 드러나는 여성 독서 교육 현실
<오만과 편견>은 1813년에 출간된, 영국 조지 4세 시대 - 1837년 빅토리아 여왕이 즉위하기 전 섭정 시대 - 소설이다. 당시는 르네상스 이후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과학적 발견과 사유의 영향으로, 유럽 전체에 비합리적이고 독단적인 종교적 미신적 생각을 벗어나야 한다는 계몽주의 운동이 종교적 정치적 기득권 세력에 맞서 치열한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었고, 그 결과 이웃 나라 프랑스엔 혁명이, 미국엔 독립 전쟁이 성공을 거두고 상황을 역전시킨 여파가 일파만파 퍼지고 있던 시간이었다.
전 유럽에 활활 불타오르던 배우고 각성하자는 계몽주의 운동과, 인쇄 기술의 발달로 가능해진 책의 대량 생산이 맞물려, 18세기 영국은 이미 독서 보편화가 이루어졌고, 책이 나온 19세기 초-1813년 전후-의 시간은 모두가 편하게 책을 편하게 읽었으리라 짐작되는 시기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에서 부자 귀족집엔 화려한 서재방 만들기 열풍이 불고, 책을 원하는 만큼 사들일 수 없는 형편의 사람들도 책을 대출해 볼 수 있는 도서관이 있다는 대목들이, 누구든지 원하는 책을 쉽게 볼 수 있었다는 것을 암시해 준다. 또한, 다아시의 아버지가 위컴에게 케임브리지에서 공부하게 지원했다는 이야기와, 베넷 일가의 사촌 콜린스가 대학 교육을 받고 목사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통해, 체계적인 대학 교육 시스템이 설립되어 있었음도 짐작할 수 있다.
제인 오스틴 작가는, 교육 수준이 집안 형편과 부모의 교육 의지와 능력에 따라 천차만별로 다를 수밖에 없는 당신의 현실과, 그런 차이만큼 귀족 부호의 자제들이 교육을 잘 받은 교양 있는 사람들로 인식되고, 그들의 재산 배경까지 더해져 몹시 매력적인 존재로 경외에 가까운 인기를 누리는 상황을 다아시와 다아시의 여동생을 바라보는 빙리 자매들의 시선을 통해 묘사하고 있다.
<오만과 편견>을 읽고 소감
<오만과 편견> 작가는, 다아시와 엘리자베스라는 주체적이고 주관이 뚜렷한 인물을 설정하여, 열린 마음으로 사람에게 다가가는 사랑을 방해하던 자신들의 오만과 편견을 반성하고 성장하여, 사회적 계급 및 재산 차이가 불러오는 입장 차이까지 넘어서 진정한 행복과 사랑을 추구하는 모습, 행복과 사랑에 도달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감정적 공감을 이루어 가는 통쾌한 사랑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몹시도 개성이 강한 두 사람이 만나 부딪치고 오해하고 싸우며 나아가는 과정 자체가 너무나 생생하고 흥미로워, 책과 영화, 드라마를 보고 또 봐도 질리지가 않는다. 사람의 성격과 성향에 대한 작가의 관찰력이 소름 끼치도록 뛰어나고, 동시에 몹시 기발한 재치와 유머가 약방의 감초처럼 이야기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계속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게 만든다. 또한 알게 모르게 우리 마음에 스며드는 작가의 '보편적 사고에 도전하는 혁명 의식'이 우리의 억눌린 정신들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부분도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재밌다. 웬만한 요즘 드라마보다 훨씬 더 재밌다. 정말 재밌다.
대문 이미지: <A Young Girl Reading (1776)> by Jean Honore Fragonard (1732-1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