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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분노의 친구, 행복한 구원자

[소설] 앵그리 힐러 화니

by 하트온
6/20/2022부터 새 소설 연재 시작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화니도 무력하고 절망적인 감정에 방향을 잃었던 적이 있었다. 생각해 보면 그녀의 우울은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것이 아니었다. 땅 깊은 우울이 오기 전에 하늘 높은 분노가 있었다. 바닥으로 꺼지는 경기 침체 이 전에 하늘로 치솟는 금리와 물가가 먼저 왔었던 것처럼 말이다. 다만, 자신의 심장을 채워가던 감정이 분노인지 알지 못했을 뿐이었다.


분노는 마치 금지된 감정을 품은 것처럼, 마땅히 취해야 할 삶의 태도에 대한 반역처럼, 많은 은퇴자들의 노후를 곤경에 빠뜨린 망할 놈의 주가 폭락처럼 그렇게 긴 죄의식의 그림자를 달고 다가왔다. 그 죄의식의 검은 그림자는 분노가 크게 부풀어 타오르는 만큼 열 배로 더 길고 검은 힘이 되어 끌어당겼다. 독초처럼 질긴 그것은 복잡한 실타래처럼 감정을 뒤덮어 타고 올랐고, 그 복합적 감정이 뒤엉킨 발작은 아래로 아래로 죄의식을 따라 우물을 파내려 갔다. 괴물 덩어리가 된 그 감정 집합을 조금이라도 자극하면, 내면이 심연 속으로 끝도 없이 파인 우물 아래로 떨어져 깊이깊이 침잠하는 것이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병증들이 피부 발진으로 터져 나오고, 그것을 모두 묶어 피부병이라 두리뭉실 부르는 것처럼, 사람들은 이유를 파악할 수 없는 감정적 우물 상태를 '우울증'이라 부른다. 그것의 원래 이름이 우물인지 우울인지 정확하게 알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화니는 그 우물을 거슬러 다시 솟아 나온 여자다. 영리한 그녀는 어느 날 눈을 떴다. 제 속의 괴물 덩어리 한가운데 가장 중심을 이루는 핵은 작게 뭉쳐진 분노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확실히 본 것이다. 나머지는 죄의식이라는 껍데기 뭉치였다. 그녀는 소포 포장지를 벗기듯, 까고 또 까내렸다.


자신의 분노, 순수한 감정 그대로의 분노와 마주하고 그녀가 가장 먼저 한 말은, 언제부터 거기었었어? 였다. 화니와 분노는 끝없는 이야기를 나누었고, 화니는 자신 안의 분노, 어디 가지 않을 그 분노를 친구로 만들어 버렸다. 오랫동안 제 옆에 있어왔던 그 감정을, 어쩌면 태생과 함께 시작되었을지 모르는 그 감정을 존중하고 돌봐주고 인정해 주기로 마음먹은 것이었다.


누구의 말보다 분노의 말을 잘 들어주기로 결심하고 그녀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그녀의 이름 '순화'에서 순하게 따른다는 의미를 가지는 '순'을 떼어내 버렸다. 그리고 그는 화니라고 자신의 이름을 다시 정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들리는 소리대로 그녀의 이름이 '환희'라고 생각하거나, 그녀의 이름이 글자로 쓰인 것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외국에 오래 산 그녀가 타국 살이에서 얻은 발랄한 영어 이름이겠거니라고 여기는 사람도 있었다. 유별나게 특이한 것이 아닌 한 남의 이름 같은 것엔 큰 관심들이 없는 것이다.


화니를 창조하고 이루기까지 관련된 모든 것은 그녀 자신에게만 의미가 있었다. 자신을 위한 일은 스스로만이 해 줄 수 있었다. 분노를 스스로 발견하고 인식하고서부터의 화니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그녀는 다시는 우물로 떨어지지 않았으며, 분노를 휘감고 있던 죄의식은 이름의 '순'을 버릴 때, 그것이 '순'을 둘러싸고 있던 거짓말 이기라도 한 것처럼 함께 소각하여 깨끗이 처분해 버렸다.


죄의식을 깨끗이 비워낸 그녀의 내면은 깨끗하고 고요했으며, 물기 없이 건조하고 쾌적한 공기는 선명하게 있는 모습 그대로를 드러냈다. 밝은 눈을 갖게 된 그녀는 자신과 타인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정확히 눈치 빠르게 알아챌 수 있었다.


그녀는 특히 그전의 자신처럼 우물에 빠진 사람을 잘 알아보았고, 우물에 빠진 그들을 잘 도와줄 수 있었다. 재능이 생긴 것이다. 사람은 자신에게 필요한 재능을 소유한 사람을 잘 알아보는 법. 우물에 빠진 그 존재들 또한, 한눈에 화니가 무언가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알려줄 사람, 고통에서 건져 낼 구원자임을 알아보고 다가왔다.


화니는 분명 사람들을 완벽하게 돕는 능력자 '힐러'지만, 그 '도움'이라는 것이 그녀 스스로에게도 큰 이익과 즐거움을 주는 것이 되도록 분명히 하였다. 남을 돕는 어떤 도움도, 스스로가 불행해질 정도로 희생시키지 않았다. 특히 화니 자신의 마음에 분노가 일어나 억울하다고 호소하게 만드는 것은, 스스로에게 '악'을 행하는 것이니, 결국 돕는 것이 아니라 악행이라고 화니는 굳게 믿었다. 특히 스스로를 피해자로 만들어 버릴 만큼 악을 행하고, 상대까지 양심 없는 '진상'으로 만들어 버리는 '호구'는 악인 중에서도 이중 악행을 감행한 최악의 악인이라고 경멸했다. 자신의 이윤과 기쁨이 없는 희생은 선한 일이 결코 아니며, 모두를 절망의 우물에 가두는 결과를 낳고 만다는 것을 화니는 확실히 알았다.


화니는 무엇을 얼마나 언제 어떻게 받을지까지도 스스로 정했다. 모든 것 위에 군림하고 통제하며 자신에게 넘치는 물질과 감정을 주고, 남도 위기의 우물에서 구해내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오직 화니만이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는 일이었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는 10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것처럼, 화니 같은 진짜 힐러도 나라마다 한 명 있을까 말까 한 것이다. 화니는 진짜 인재였다.


화니는 현재 미국 동부에 있다. 그전에 그녀는 서부에 살았었다고 한다. 소문으로는 그녀는 캐나다에도, 남부에도, 그보다 더 오래전에는 한국과 일본에서도 살았던 적이 있다고 한다. 지금은 그녀가 미국 동부의 한 중간, 메릴랜드주 볼티모어라는 도시에 와 있다. 세계적인 존스 홉킨스 의대와 대학병원이 있는 그곳 말이다. 존스 홉킨스의 의사들이 여느 다른 나라 의사들이 고쳐주지 못하는 병을 제대로 고쳐주고, 기가 막힌 수술 실력을 발휘할지 모른다. 하지만, 분노나 우물이라는 장르에 있어서 만큼은, 화니가 존스 홉킨스다.


지금은 존스 홉킨스의 도시에서만 화니를 만날 수 있다. 화니는 언제 또 다른 도시로 떠나갈지 모른다. 그녀가 떠나버리기 전에 화니에 관한 내 기록을 최대한 많이 당신에게 전하고, 그녀의 현재 거처와 활동을 당신에게 알리는 것이, 아마도 내 평생 당신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나의 이 노력이 나 자신을 위한 큰 기쁨과 이익으로 계산되기를 바라므로, 당신이 출판사라면 좋은 조건으로 출간 제안 같은 것을 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런 입장이 아닌 평범한 독자라면, 힘이 되는 응원의 댓글을 써 주거나, 적어도 좋아요 하트라도 클릭해 주기를 바란다. 화니 이야기는 분명 그럴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대문 이미지 출처: Pixabay (by Willg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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