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회귀 일상이 구원한 '순간'

철학 미니멀리스트, 니체

by 하트온


그대는 다음과 같은 물음에 답해야만 한다. "과연 그대의 마음 깊숙한 곳이 삶을 긍정하고 있는가? 그대는 만족하는가? 그대는 무엇을 바라는가?" 만약 그대의 대답이 진실이라면 이 잔인한 삶에서 해방될 것이다. - 니체, <반시대적 고찰> -


망각해도 되는 어제


매일이 반복한다. 매일이 반복한다는 건 어제가 계속 되돌아온다는 의미도 된다. 어제가 계속 되돌아온다는 건, 어제를 거듭 다시 만들어갈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어제의 실수를 다시 만회할 수 있다. 오늘의 내가 어제의 나에게 베풀어 줄 수 있는 가장 큰 사랑은 어제까지의 실수들과 실패들을 잊어주는 것이다. 어제 아팠던 상처와 고통은 넘어가 주는 것이다. 그것이 망각의 사랑, 사랑의 힘이다. 나의 어제를 망각해 줄 때, 우리는 타인의 어제도 망각해 주기까지 우리의 사랑을 넓혀갈 수 있게 된다.


진정한 망각은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아예 다른 존재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스도교 사상이 말하는, 나는 죽고 '거듭난 새로운 창조물'이 되는 것, 괴테가 말하는 '한계를 인정하지 않고 끝까지 용기를 내고 스스로의 변형과 삶의 개척을 이루는 파우스트', 니체가 말하는 몰락하고 다시 극복 재창조한 '위버멘쉬', 모두 진정한 망각의 축복 속에 다시 창조된 나이다. 그리하여 어제까지의 나는 구원을 받는다.


그렇다. 우리의 일상이 반복되는 것은, 당신의 어제를 용서하기 위한 구원의 장치이다. 그러니 어제는, 어제의 나는 깨끗이 잊어도 된다. 오늘 나는 다시 새로 태어난다. 어제까지의 모든 실수는 모두 잊히고 내 진짜 삶은 지금 이 순간부터다.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내일


내일도 오늘과 같은 매일이 반복될 것이다. 매일이 반복될 것이란 건, 오늘도 내일도 어제와 같은 일상이 펼쳐질 거란 의미다. 아침에 틀림없이 해가 다시 떠오르고, 또 해가 지면 어둠이 내리고, 깜깜한 밤하늘에 달과 별이 반짝이는 삶. 그 영원회귀 속에 반복되는 일상이 다시 돌아올 거란 얘기다. 매일 같이 배고파 밥을 먹을 테고, 화장실에도 가야 할 테고, 몇 시간 잠도 자야 할 것이다.


반복되는 일상을 살며 우리는 일상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상을 위한 건강한 루틴을 만들어 가는 법을 깨우치고, 내 몸을 돌보는 일도 할 수 있다.


내일을 준비한다는 것은, 어제의 실수들을 돌아보고 그 실수와 실패가 반복되지 않도록 교훈을 얻고 다시 한번 잘 해내겠다고 굳건히 일어나 내일의 어제가 될 오늘과 용기 있게 마주하는 것이다. 오늘이라는 삶의 결과가 더 찬란한 내일을 만들어 가게끔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영원회귀가 구원하는 '지금 이 순간'


결국 우리의 일상은 지금 이 순간의 반복이다. 니체의 영원회귀는 인생이 지금 이 순간의 반복일 뿐임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


삶을 지금 이 순간의 반복이 아닌, 시간이 과거부터 미래 인생의 끝날까지 -혹은 영원까지- 한 줄로 이어져 달리는 역사라고 생각하면 우리의 삶은 몹시 거대하고 버거운 무엇이 된다. 지나온 시간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되며, 앞으로 걸어갈 시간도 모두 내가 감당해야 할, 내가 기억하고 책임져야 할 나의 등짐이 된다.


니체는, 이 순간의 반복을 사는 우리의 삶에 중요한 임무는, 지금 이 순간을 몹시 즐기고 춤추고 행복해하는 것이라고 한다. 내가 지금 이 순간 행복하게 춤출 줄 안다면, 다음 순간에도 행복하게 춤출 줄 알 것이 분명하다. 만약 어느 순간 잘못된 불행한 순간을 산다 해도 괜찮다. 그것은 순식간에 망각해도 되는 어제가 될 것이고, 어제의 교훈은 우리에게 오늘 이 순간을 행복하게 춤추는 법을 다시 가르쳐 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 괜찮다. 오늘 이 순간을 잘 살아도 좋고 못살아도 좋다. 성공해도 좋고 실패 투성이어도 좋다. 모든 것은 어제가 되고, 지금 이 순간은 어제의 교훈으로 또 행복을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상의 반복, 영원회귀는 마침내 우리의 '지금 이 순간'을 구원해 냈다. 매일 매 순간 용서받고 과거는 망각되고, 미래는 보장되어 있다. 지금 이 순간은 감사하고 기뻐하고 춤추고 찬양할 일 밖에 없다. 과거를 후회할 필요도 미래를 염려할 필요도 없다. 지금 이 순간을 제외한 모든 것, 실체가 아닌 관념 속에 떠도는 모든 것은 망각하고 씻어 내도 된다. 니체의 극강의 미니멀리즘은 '지금'만 남기고 다 버려도 된다고 한다. 그래도 괜찮다고 한다.


<참고 문헌>


프레드리히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황문수, 문예출판사(2010)

Friedrich Nietzche, <Basic Writings of Nietzche>, Walter Kaufmann, The Modern Library, NY (2000)


대문 이미지 출처: Pixabay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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