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마지막 단계의 행복을 위해

What really matters at the end of life

by 하트온

1971년생, 시카고 출신의 밀러 씨 (BJ Miller)는 의사이자, 작가이자, 강연가입니다. 현재 샌프란시스코 UCSF Medical Center에서 palliative care physician으로 복무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그의 2015년 테드 강연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What really matters at the end of life | BJ Miller

https://www.youtube.com/watch?v=apbSsILLh28


그는 프린스턴 대학 재학 시절, 기차 위에 올라가 보자는 친구의 제안에 올라갔다가, 전기 충격으로 두 다리 (무릎 이하)와 왼쪽 팔 (팔꿈치 이하)를 잃었다고 합니다.


죽음에 가까이 다가갔던 경험, 병원에 오래 머물며 치료받은 경험, 자신의 사고 결과로 달라진 몸의 모습을 수용하고 남은 몸으로 의미 있는 인생을 찾아가는 과정을 겪어낸 후, 그는 자신이 돌보는 죽음에 가까운 단계의 환자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들을 위한 병원은 어떻게 디자인되어야 하는지, 그들의 목소리가 되어줍니다.


인생의 마지막 단계를 지나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평온함, 연대감, 의미, 존중, 존엄성, 사랑,.... 여느 인간이 행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기존의 병원은 그저 질병을 돌보는 일 중심으로 디자인된 것이지, 환자들이 인간으로서 필요한 것, 마지막 순간까지 행복하게 살아갈 수 배려하고 디자인한 기관이 아닙니다. 그래서 죽어가는 순간까지도 고장 난 기계 취급을 받으며 삑삑 거리는 신호음, 번쩍거리는 불빛, 각종 소음에 시달리다가 죽게 된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죽음 자체에 대한 두려움보다, 죽어가는 과정, 얼마나 겪게 될지 모를 심신의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큽니다. 실제로, 죽어가는 마지막 단계의 삶이 아주 편안하고 만족스럽고 아름다운 그림은 어디에서도 보기가 힘이 듭니다. 대부분의 병원 장기 입원자들은 모두 죽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합니다. 죽는 게 좋아서가 아니라, 장기간 병원에 누워 남에게 의존하고, 자식들에게 부담 주면서 느끼는 스스로가 아름답지 않고, 삶이 행복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는 죽어 가는 순간의 사람이 진짜 필요로 했던 것들에 대한 에피소드들을 이야기합니다. 마지막으로 그랜드 캐년에 카약 여행을 하러 떠났던 모험가 노인 이야기, 좋아하는 담배를 피우고 싶어 하는 여자 이야기, 자기가 만난 삶의 마지막 단계의 사람들 이야기를 쭉 해요. 그리고 자신이 기차 사고로 병원에 오래 누워 바깥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감각이 무뎌졌을 때, 간호사가 몰래 갖다 준 눈을 만지며, 그 차가운 눈이 자신의 손 위에서 물로 변해가는 걸 보며, 그 순간 삶과 죽음을 떠나 진정 살아있음을 느꼈던 그 경이로운 느낌에 대한 이야기도 합니다.


죽어가는 사람들, 오래 아픈 사람들의 시간도, 행복하게 의미 있는 인생 여정이 되도록 병원과 케어 시스템을 더 인간적이고 재미있게 만들자고 합니다. 그런 디자인이 더 나왔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강연자는 기립박수를 받으며 강연을 마칩니다.




사실 이 강연은 제가 기대했던 것이 아니었어요. 멋있게 지적으로 생긴 지성인이 나와서 어려운 연구과정과 많은 책을 섭렵하고 깨우친 인생과 죽음을 초월해서 가장 중요한 것에 관한 지혜를 들려주기를 바라고 있었는데, 팔 하나와 다리가 없는 의사가 나와 죽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니... 강연을 듣는 내내 마음이 무겁고 불편했어요. 내가 직면하고 싶지 않은 그런 고통을 몸으로 말로 들려주며 '네가 언제까지 젊고 건강하게 살 것 같냐고. 이제 돌아보기 싫은 인생의 이면들, 아프고 병들고 죽어가는 사람들, 네가 그런 처지가 될 수 있다는 미래도 생각 좀 하고 살라고'제 마음을 콕콕 찌르는 느낌이었어요.


저는 두 번의 임신을 거치면서, '죽음의 입덧'을 경험한 사람입니다. 저보다 힘든 입덧을 한 사람을 아직 만나 본 적이 없어요. 저는 일상 생활을 할 수 없어, 직장도 그만 두고, 화장실 옆에 매트리스를 깔아 놓고, 하루 종일 변기통을 붙잡고 피까지 토하며 몇 달을 보냈습니다. 점점 살이 쪄야 정상인 임산부가, 해골처럼 말라갔고, 밖에 나갈 힘은커녕 일어서서 제 몸을 씻을 힘도 없어서 정말 꼼짝 못 하는 환자처럼 지내다가, 수분 부족으로 응급실에 실려갔던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그때 저는 많이 아파서 자신의 몸을 가누지 못하는 사람들, 움직일 수 없어 병원 침대에 오래 누워 생활하는 사람들의 입장이 되는 경험을 잠시 했던 것 같아요. 그런 경험을 해 보았기 때문에, 저는 그런 상태가 다시는 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강하게 가지고 건강 관리에 신경을 쓰고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모두가 그렇겠지만, 저도 죽음 자체보다, 병들고 힘없고 능력 없고 의존할 수밖에 없는 허약한 심신상태의 사랑하기 힘든 쭈글쭈글 못생긴 노년, 마지막 단계의 삶이 참 두려움으로 다가옵니다. 밀러 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말 그런 마지막 단계에도 행복과 의미, 삶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어떤 무언가가 디자인되어, 자식들에게 부담 안 주고 즐겁게 편안히 지내다가 여생을 마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의 행복과 유익을 위해 노력할 많은 영역이 있다는 것은, 아직 젊은 사람들에게 많은 기회가 있다는 말도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바라는 것을 위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여러분에게도 그런 시간이 되기를 바라며 글 올려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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