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가 사고방식에 미치는 영향

How language shapes the way we think

by 하트온

저는 언어학에 관심이 많습니다. 또한, 한국어가 모국어인 사람이 영어를 잘 배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는 TESOL 전공자인 저에게, 언어와 문화, 언어와 사고방식을 주제로 하는 언어 이론들은 무척 재미있고 흥미롭습니다. 그래서 이 테드 강연을 듣게 되었지요.


How language shapes the way we think | Lera Boroditsky

어떻게 언어가 우리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치는가


https://www.youtube.com/watch?v=RKK7wGAYP6k


강연자 레라 보로딧츠키는 인지 과학자이며, 스탠퍼드 대학 언어 인지학 교수입니다. 또한, 언어 상대성 이론을 끌고 가는 중요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강연자는, 과거 신성 로마제국의 황제 카를루스 대제가 언어를 배우는 것에 대해서 한 이야기로 강연을 시작합니다.


To have a second language is to have a second soul.(제2 언어를 갖는 것은 제2의 영혼을 갖는 것이다.)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다른 영혼을 갖는 것이라는 말, 아마 두 가지 이상의 언어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실 거예요. 영어로 이야기할 때의 나와, 한국어로 이야기할 때의 나는 전혀 다른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요. 영어를 말하는 사람들의 사고 문화와 한국어를 말하는 사람들의 사고 문화가 너무나 달라서 그런 느낌이 더 확연한 것 같아요.


이것이 바로 저를 비롯한 많은 한국인들이 아무리 평생을 매일 몇 시간씩 영어공부를 해도, 원어민처럼 영어가 술술 나오지 않게 만드는 주범이기도 합니다. 사고의 장벽을 넘어가기가 너무 힘들다고나 할까요. 내가 구사하는 문장이 영어권 원어민들이 인정하는, 영어다운 표현이 맞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자꾸 드는, 주눅 들게 만드는 원인이지요.


사람들 앞에서 내 방식의 영어를 구사했다가. “미국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서 그런 식으로 표현 안 해요”라는 말을 들을까 봐 겁이 납니다. 결국 그 말뜻은, 미국인의 보편적 사고방식은 이런데, 당신의 영어는 그 보편적 사고방식을 담고 있지 않아요. 그러니 당신의 영어는 미국인과 미국인처럼 소통하기엔, 영어답게 표현하기엔 아직 멀었습니다는 라는 것이지요. 이것이 우리처럼 미국과 문화적 사고적 거리가 먼 곳에서 자란 사람들에겐 거대한 언어 장벽으로 다가옵니다.


강연자는 언어가 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몇 가지 예를 듭니다.



첫 번째는 호주의 쿠르 세이요르(Kuuk Thaayorre) 부족의 예입니다.


쿠르 세이요르 부족의 언어엔 “왼쪽 / 오른쪽”이라는 단어가 없다고 해요. 모든 방향을 “동/서/남/북”으로 표현한다고 합니다. 이들은 서로 길에서 마주쳐 인사를 할 때, “Hello”라는 말을 하지 않고, “어디로 가는 중이니?(Which way are you going?)”이라는 말을 한다고 해요. 향하는 방향을 언급하지 않고는 하루도 지날 수 없는 문화가 형성되어, 아주 어린아이라도 동서남북을 아는 방향 감각이 - 왼쪽 오른쪽만 아는 미국인들과 비교해서 엄청나게 - 뛰어나다고 해요.



두 번째로,“시간 개념의 차이”를 예로 듭니다.


일반적으로 일어난 일을 시간 순서로 나열하라고 하는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더 과거일수록 좌측에 놓고, 미래에 가까울수록 우측에 놓습니다. 하지만, 글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쓰는 이스라엘 사람과 아랍인들은 우측에 더 과거를 놓고, 좌측에 미래에 가장 가까운 일을 놓는다고 합니다.



세 번째는 “숫자 / 색채 개념”의 예입니다.


강연자는 펭귄이 8마리 있는 사진을 보여줍니다. 한국인과 미국인의 입장에서는 8 마리라고 정확히 수를 세는 것에 아무런 어려움을 느끼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떤 문화권에서는 숫자 7이나 8이 없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합니다.


색채 개념도 마찬가지로, 언어권마다 다릅니다. 강연자는 영어와 러시아어의 “파란색”의 개념에 대해서 설명합니다. 러시아어에는 “GOLUBOY / SINIY”라는 정확히 특정 파란색을 뜻하는 이름이 있어요. 미국인들은 light blue와 dark blue 정도의 두리뭉실한 언어로 설명합니다. 한국어는 전통적으로 “푸른색”이라는 한 단어가 파란색부터 초록까지 넓고 두리뭉실하게 사용되기도 하지요.



네 번째 예는, 스페인어나 독일어에 존재하는 “여성/남성 명사 (Grammatical Gender)” 개념입니다.


강연자는 해와 달 대한 남성 여성 개념이 반대인 스페인어와 독일어의 예를 듭니다. 독일어에서는 해를 “여성”으로 달을 “남성”으로 보는 반면, 스페인어에서는 해를 “남성”, 달을 “여성”으로 칭합니다. 해와 달에 대해 느끼는 두 문화의 감정의 차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다리(“Bridge)”라는 단어에 대해서도, 독일어와 스페인어는 차이를 보입니다. 독일어는 다리를 “여성 명사”로, 스페인어는 “남성 명사”로 취급합니다. 스페인 사람들이 다리를 떠올리면, 단단하고 강한 느낌을 떠올리는 반면, 독일 사람들이 다리를 떠올리면 아름답고 우아한 이미지를 떠올리는 관념의 차이를 의미합니다.



다섯 번 째는 “사건의 묘사하고 기억하는 방식의 차이”


언어권이 다른 사람들은, 같은 장면을 보고도 다르게 묘사하고 다르게 기억합니다. 영어에서는 주로 “누가 … 했다."라는 형태로 묘사하며, 누가 한 것인지를 기억합니다. 반면, 스페인어에서는 “…한 사건이 있었다.”와 같은 형태로 묘사하며, 사람보다는 사건 자체만 기억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고 해요.


또한 신체가 다쳤을 때, 영어에서는 “I broke my arm”이라는 식의 표현을 흔히 쓰는 반면, 내가 미친 사람처럼 직접 내 팔을 의도적으로 부러뜨리지 않는 이상 이런 표현을 절대 쓰지 않는 언어권이 많다고 해요.


한국어에서도, 사고로 팔을 다친 상황에 대해, “팔 다쳤어.”, “ 팔 부러졌어”라는 표현은 써도, “내가 내 팔 부러뜨렸어.”같은 표현은 결코 쓰지 않습니다.



이러한 차이가 외국어를 학습하는 데 있어서 얼마나 어려움을 주는지 몰라요. 저는 외국어를 가르치는 교사의 입장에서 (외국어를 배우는 학습자의 입장에서), 가르치는(배우는) 언어와 모국어의 차이를 정확히 설명해 주는 것이 (배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일에는 두 문화의 사고방식과 문화 차이를 속속들이 비교하는 과정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이것을 할 수 없다면 교사로서 가르치는 것도, 외국어 습득자로서 영어를 구사하는 것도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어요. 영어와 한국어 간의 언어적/사고적 거리가 엄청나게 먼 만큼, 신경 써서 차이를 이해하고 정확히 배워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 영어가 우리에게 끝도 없이 공부해도 좀처럼 내 것으로 확 잡히지 않는 난제인 이유입니다.


“레라 보로딧츠키” 교수의 “언어가 사고에 영향을 미친다.”라는 주제의 이 테드 강연에 대해 딱 한마디로 평을 하라고 한다면, '내가 영어를 끊임없이 공부하고 배우면서 느끼는 어려운 점들, 그 이유들을 참 잘 설명해 준 강연이었다'라고 평하고 싶어요. 이 강연이 같은 어려움을 헤치며 영어를 공부하고 계신 여러분들에게,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는 사이다 같은 설명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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