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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트온 Jun 08. 2022

구독자 600분과 함께 하는

 캠프 파이아!

구독자 수가 100 단위에 이를 때마다 


저는 마음을 탈탈 털어 다시 정리하는 자기 검열과 정돈의 시간을 갖습니다. 다시 태어나는 것 같은 신선한 힘을 느끼며 다음을 향해 나아가고 싶기 때문입니다. 


저는 2020년 9월에 브런치에 첫 글을 올리고, 지난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653편의 글을 발행하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동안 열린 각종 브런치 공모전에 다 참가해봤지만, 입상하지 못했고 아직 출간도 못했습니다. 대단한 제안도 없었고, 브런치 메인에 뜨는 일이나 다움에 뜨는 일도 이제는 자주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저 조용히 저 자신과의 싸움만을 줄기차게 이어 나가고 있을 뿐입니다. 


그런 만큼, 저는 시시때때로 내가 왜 끝없이 글을 쓰고 있는가를 생각합니다. 만약 이 일이 돈을 받는 만큼 일을 하는 지식 노동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거나, 누군가 글을 써 달라는 요구에 며칠까지 써서 제출해야 하는 기한이 있는 일이었다면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외부에서 오는 당근이나 채찍이 없기 때문에, 끝없이 달리는 이유를 스스로 찾아야 합니다. 



오늘도 글을 쓰는 의미


저는 아이 둘을 키운 경험 덕분에, 책임도 의무도 주어지지 않은 시간에 인간이 무언가에 열심히 몰두하는 모습을 관찰할 기회를 충분히 얻은 바 있습니다. 아이들은 열심히 모방하고, 신나게 창작합니다. 그것이 사람을 배움과 성장으로 이끈다는 것을, 인간은 끝없는 노력과 발전에 대한 욕구가 있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습니다.   


그러한 자기 주도적인 배움 욕구의 불씨는 때때로 잔인하게 소멸당하기도 합니다. '네가 하고 싶은 것은 가치가 없어. 더 중요한 것을 해야지'라는 메시지가 과도한 강압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면,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 억지로 하는 것이 늘어가고, 나 자신 고유의 색은 희미해져 버려 나를 둘러싼 주변과 구분이 되지 않기 시작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잊어버리게 됩니다. 남들이 다 좋아하는 보편적 기호에서 벗어나기가 힘들어집니다.


저도 한 때는 좋아하는 것을 잃었었어요. 아무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내 안의 불씨를 신경 쓸 여력이 없었습니다. 뭔가 눈으로 드러나는 명예나 이득으로 이어지는 공부에 집중해야 했으니까요. '아무거나', '남들 사는 만큼만 평범하게'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내 안의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고 조금은 살아 있을 때, 저는 트랙에서 이탈했고, 그 특별한 시련은 결국 삶을 재정비하고 불씨를 되살리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제 안의 불은 '스토리'입니다. 저의 본질은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에요. 제가 매일 조금씩이라도 글을 쓰는 것은 제 안의 불씨를 지키고 있는 거예요. 누가 뭐래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제 안의 불씨를 오늘도 죽지 않게 돌보고 살피는 일은 제 개인의 인생에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결코 어느 누굴 위해서도 양보하지 않을 일이에요. 그래서 오늘도 불을 피워 올리는 일을 합니다. 누가 명령한 일도 아니고, 누가 돈이나 명예를 주는 일도 아니고, 버킷리스트를 채우기 위한 일회성 이벤트도 아닙니다. 


어딘가 '꽃'이 잘 피어 있다는 것을 알면, 밤하늘의 '별들'을 보며 기쁘게 웃을 수 있는 것처럼, 제 안에 불씨가 살아있으면, 의미 있고 기쁘게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지극히 개인적인 목적입니다. 그리고 저에게는 무척 중요한 일이고요. 그리고 이 불씨가 살아있을 때만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등불도 되어줄 수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누군가에게 밤하늘을 밝히는 등불이 되어주는 삶을 살라고 하신 것은 엄마가 저를 키우면서 끝없이 입력하신 메시지입니다.   



브런치 글 발행의 의미


물론 엄마의 가치관대로 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짧은 인생 억지로 참고 하는 것은 이제 없기를 바라고요. 하지만, 불씨를 성공적으로 살려낸 사람은 그 불을 저절로 나누고 싶어지는 법입니다. 나만이 할 수 있고, 내가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제가 쓴 글을 브런치에서 발행한다는 것은 살려낸 불씨를 타인과 나누는 의미입니다. 그것이 제가 태어나 살아가면서 하는 일 중에 가장 신나고 멋진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글을 쓰고 발행을 할 때마다, 저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과 설렘이 제 마음을 압도하는 감정의 파도를 경험합니다. 이 순간이 너무 좋아서 저는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생동하는 파도가 넘실 거리는 이곳 브런치 바닷가로 달려오는 것입니다. 오늘은 600 분의 구독자님들과 함께, 비치 파티를 하는 느낌으로 캠프 파이어 불을 지펴 봅니다. 둘러앉아 오손도손 이야기하고, 맛있는 야식도 구워서 함께 나누는 시간이었으면 합니다. 시원한 음료도 준비되어 있어요. 기적 같은 600 구독자님들, 함께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사진 출처: Pixabay (by zarav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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