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퉁불퉁 작가 근육

[글쓰기 에세이] 글을 낳고 기르며 살아갑니다

by 하트온

글쓰기도 근육이다


인생은 근육이다. 사실, 자각하지 못할지라도 우리 모두 다 근육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모든 일이 근육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람을 고르고 뽑을 때 보는 것도 결국은 근육이다. 그 사람에게 이 일을 해 낼 근육이 있는가, 필요한 근육을 키워 갈 의지와 끈기가 있는가를 본다. 심지어 결혼상대를 고를 때도, 자녀를 키울 때도 우리가 가장 고심하는 것은 어쩌면 어떤 근육이 가장 중요하고 유용할 것인가를 결정하고 선택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생각해 보니 나는 남편을 고를 때도 나도 모르게 글쓰기 근육을 가장 우선시했다.


모든 다른 일과 마찬가지로 글쓰기도 근육이다. 글 쓰는 근육이 없을 때, 처음에는 아기 걸음마 시작하기 수준으로 글을 시작하기가 어렵다. 글을 써 본 적이 없으니 글을 못 쓰겠고, 글을 못 쓰겠으니 글 쓰는 경험을 쌓기가 힘든 악순환 고리에 갇혀 평생 글쓰기와 담쌓고 사는 사람들도 많았다. 앞 문장이 과거형으로 끝난 이유는 요즘은 상황이 좀 다르기 때문이다. 21세기 스마트폰, SNS 시대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문자를 사용하는 소통을 활발히 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글쓰기 걸음마 연습을 충분히 하고 있다. 덕분에 어느 날 나도 글을 쓸 수 있겠다, 적어도 블로그 정도는 운영할 수 있겠다고 느끼는 사람들, 나도 출간에 도전해 보고 싶다 자신감을 가지는 사람들이 예전보다 훨씬 더 많다.


열심히 걸음마를 연습해 자연스럽게 걸어 다니고 뛰어다니는 수준으로 매일 근육을 키우는 습관이 자리 잡으면, 매일 글쓰기를 하지 않으면 찝찝해질 정도로 중독 증상에 가까운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밖에도 나가려 하지 않고 계속 글만 쓰려는 강박적 충동 증상이 실제로 존재하며 이를 하이퍼그라피아 (hypergraphia)라고 한다. 사실 수많은 작가들이 이 증상을 경험하지만 자신이 자각하고 인정하는 경우가 드물 뿐이다. 자신이 하이퍼그라피아 증세를 가지고 있다고 고백한 작가로는 대표적으로 미국 유명한 SF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가 있으며, 우리가 잘 아는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 작가도 작품 속에 하이퍼그라피아 증상을 언급했을 정도로 자신의 증세를 자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근육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근육을 보고 특정 일을 잘할 사람인가 아닌가를 결정할 수 있을 만큼, 때로 근육은 결정적인 판단 근거가 되기도 한다. 출판사 기획자들이 출판 미래를 이끌어줄 원석을 캐내기 위해 찾아다니는 작가에게 바라는 바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탄탄하게 골고루 울퉁불퉁 글쓰기 근육을 잘 키워낸 작가를 찾는다. 근육이 울퉁불퉁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이에 더해 계속 같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내공을 가진 작가, 즉 책 한 권에 힘을 다 쏟고 뻗어 버릴 작가가 아닌, 끝없이 좋은 책 인기 책을 기획하고 써 나갈 작가를 찾는다. 한마디로 지구력 순발력 근력 유연성 다 갖춘, 필력 종합세트 작가를 찾는 것이다.



작가 근육을 키우는 방법


근육이 울퉁불퉁한 사람들의 일상을 관찰해 보면, 운동을 생활의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여기고 꾸준히 매일같이 운동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어떤 운동이 어떤 근육을 키우고 있는지 원인과 결과를 늘 연구하면서 효과적으로 원하는 근육을 키울 방법을 찾아 성실하게 운동에 임한다.


글쓰기 근육도 마찬가지다. 글쓰기를 삶의 가장 중요한 목적으로 여기지 않는다면 다른 근육을 제쳐놓고 글쓰기 근육을 키우는데 집중할 이유가 없다. 누구나 아는 세계적으로 울퉁불퉁한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이런 말을 했다.

자신이 지닌 한정된 양의 재능을 필요한 곳에 집약해서 쏟아붓는 능력. 그것이 없으면 중요한 일은 아무것도 달성할 수 없다... 나는 평소 하루에 5~6시간 잤다. 나머지 시간은 작업실에서, 책상 앞에서 글쓰기에 전념하는 데 할애한다. 이게 나의 글을 만들어 내는 방식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평소 하루에 3시간이나 4시간 아침나절에 책상에 앉아서 쓰는 일에만 집중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쓰는 일을 오래 할 수 있기 위해 체력을 유지하고자 달린다. 그에게는 달리는 일도 글쓰기 활동의 일부다. 달리면서 영감을 얻고, 달리면서 작가로서 자신의 결정들을 점검한다. 그는 아무것도 하지 말고 글쓰기만 하라고 해도 기꺼이 그럴 사람이지만, 건강을 유지해서 오래오래 독자와 소통하며 글을 쓸 수 있기 위해 건강을 위한 근육도 키우고 있다. 좋은 작가가 오래 글을 쓰기 위해 건강을 지키려고 노력해 주는 것은 독자 입장에서 매우 고마운 일이다.


작가 근력은 자신의 글에 집중하며 끊임없이 매진할 때 키워진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글을 써내고야 마는 꾸준함이 울퉁불퉁한 필력으로 이어진다. 작가 근육이 탄탄한 사람은 매일 꾸준히 글을 쓰고 있고, 어떤 주제를 주어도 글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스스로를 글과 함께 살고, 글을 위해 살고, 글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사람으로 키워내고 연마하고 있다.


자신에게 강한 작가 근육이 있다고 분명히 느낄 때부터, 그 사람은 더 이상 내가 작가가 맞을까 작가라고 불릴 자격이 있을까 의심하지도 고민하지도 않는다. 김종국이 미스터 보디빌딩 대회에서 수상한 경력이 없어도 자신이 '근육맨'이라고 불릴 자격이 있을까 고민하지 않는 것처럼. 결국 자신이 단단한 필력을 소유하고 있음을 스스로 느끼는 일, 글 쓰는 일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매일 글을 꾸준히 쓰는 자신의 열정과 힘을 느끼는 일이 가장 중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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