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을 두 권 더 만들었습니다
최근 유튜브 알고리즘이 옛날 드라마 '선덕 여왕'으로 저를 이끌어 주더군요. 드라마 앞부분에 진평왕 왕비가 쌍둥이 공주들을 낳는 장면을 오랜만에 다시 보면서, 예전엔 초음파 검사란 것도 없었으니, 애 하나 낳고 출산 끝났다 생각하는데, 또 산통이 오고 아기가 나오면 얼마나 황당할까 싶더군요.
옛날 같으면 별 관심 없이 지나쳤을 배경 스토리, 조연 연기에 안쓰런 마음이 밀려오는 걸 보면, 드라마도 어떤 경험을 가지고 언제 보느냐에 따라 특별히 감정이입하게 되는 사건, 인물도 달라지는가 봅니다.
제 최근 상황이 선덕여왕 '쌍둥이' 출산 장면과 좀 비슷하지 않았나 싶어요. 지난 일 년간 써 오던 글을 다 정리해 브런치북 다섯 권으로 묶고, 올해 브런지북 작업은 끝났다고 생각해서 한 달 전에 손 탈탈 털며 2023 하트온의 브런치북 쇼케이스 글을 올리기도 했었지요.
그런데 뜻하지 않게 산통이 또 오는 것이었어요!
지난 한 달간 미리 계획하지도 않았던 주제의 글이 계속 줄줄 태어나는 이상한 경험을 했어요. 글을 쓰기 위해 글을 짓고 이어가는 평소의 느낌이 아닌, 글이 태어나야 해서 제 손끝을 빌리기만 하는 느낌이랄까요. 마치 아기가 만들어지고 태어나기 위해 엄마인 내가 통로가 되어 준 것 같은 그런 느낌과 비슷했어요.
그렇게 <글을 낳고 기르며 살아갑니다>가 먼저 태어나고,
다음에 <자아양육서>가 잇달아 태어났습니다.
그러고 보니, 브런치북 두 권 다, 낳고 기르는 출산 양육 컨셉이네요. 저의 두 아이 낳고 기른 엄마 경험이 제 티브이 시청뿐 아니라, 제 글에도,... 나아가 제 삶 전체에 큰 영향이었음을 문득 발견합니다.
아무튼, 어떻게 이렇게 빠른 속도로 글을 써낼 수 있었는지, 오래오래 미스터리로 남을 것 같은 책 두 권입니다.
이 책 두 권을 더 만들기 위해, 몇 년 전에 만든 브런치북 <꼭 들어야 할 테드강연 10>과, 서랍속에 있던 브런치북 <미국에서 느끼는 K문화>를 풀었습니다. 저도 이번에 알았지만, 브런치북은 30권까지만 만들 수 있답니다. 아마 앞으로도 브런치북을 더 만들고 싶어지면, 이미 만들어 놓은 브런치북을 풀고 새로운 브런치북을 만들어야겠죠. 이왕이면 출간을 이유로 브런치북을 풀고 빈자리에 새로운 브런치북을 만들어 나가면 더욱 좋겠지요.
지금 이 시간도, 브런치북 출판프로젝트 응모 마감시간에 맞추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해 진통을 감당하며 출산하고 계신 작가님들이 많이 계실 줄 압니다. 왠지 산부인과 병동, 산후조리원 동지들 같네요. 모두 끝까지 힘내시고요, 최선을 다해보는 이 시간이 결과에 상관없이 모두에게 충분히 과정만으로도 의미 있는 성장의 기회, 나 닮은 글이 예쁜 브런치북으로 태어난 것만으로 넘치게 기쁜 역사적인 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대문 이미지 출처: MBC 드라마 <선덕여왕> 진평왕 왕비역 박수진 배우 쌍둥이 출산 연기 장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