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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각화 Nov 23. 2024

가을이 소중해진 건

시와 마음글 그 어디쯤

가을이 소중해진 건

여름 때문이다

뜨거운 햇살 아래 숨 막히던 날들

그 끝에 닿은 선선한 바람,

그게 너무 반가워서


자연의 빛으로 물든 세상 앞에

경탄하며 숨을 죽였

자아내는 아름다움에

작은 움직임조차 방해가 될듯하여


마지막 잎새가

아슬히 흔들리는 날들

가을의 끝자락을 밟고 서서

엄지발가락에 힘을 준채 한자리에 섰다


나조차 발끝에 힘을 빼면

스르륵 빠져나가버릴 것만 같아

마지막 손끝에 잡혀있던

님의 옷자락처럼


가을이 소중해진 건

겨울 때문이다

겨울 오면 차갑게 얼어붙은 길 위에서

가을의 온기가 그리워질 테니


그리운 님의 손을 잡았던 마지막 순간,

옷자락을 놓친 날도 가을이었다

우리라는 시간이

낙엽처럼 흩날린 그날.


그때는 몰랐던,

지나고 알게 된

가을이 소중한 건.

여름 때문이기도,

겨울 때문이기도,

그리운 님 때문이기도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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