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울린 두 편의 영화

신과 함께 1987을 보다

by 권희대


우리가 그토록 피를 흘리며
쟁취하고자 했던 것은
바로 이 투표용지 한 장입니다

영화 두 편을 보았다. <신과 함께> <1987>을 보았다( 본의 아니게 말이 된다). 두 편 다 보면서 울었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신과 함께는 눈물을 훔쳤고 1987은 줄줄 흘렸다. 내 감정이 이처럼 연약한 지 예전에는 몰랐다. 요즘 조그만 자극에도 감정의 둑이 무너져 내리고 울컥거리고 있다. 창피한 일이다. 나이가 들면 여성호르몬이 증가한다지만 자연적인 증가가 아니라 와이프가 내 머리의 뚜껑을 열고 들이부은 게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다. 사실 좀 당황스럽다.

그런데 두 영화에서 내가 흘린 눈물은 조금 차이가 난다. 신과 함께는 기대에 비해 실망스러운 영화다. 전반적인 영화의 흐름에 좀처럼 공감하기 어렵다. 누군가 멱살을 잡고 그 이유를 말해보라고 윽박이라도 지르면 모를까 그리 설명하고 싶지는 않다. 아무튼 원작이고 뭐고를 떠나 영화의 완성도는 좀 떨어져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물을 훔쳤다.(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았으니 훔치다는 표현은 얼마나 정확한 것인가). 장례식장에서 구슬피 우는 이를 보고 흘리는 눈물과 비슷하다. 그들의 사연보다는 그들의 모습이 슬퍼서 울 뿐이다. 그들이 눈앞에서 사라진다면 말끔하게 지워질 눈물이다.

하지만 1987에서 내가 흘린 눈물의 의미는 조금 다르다(영화의 우열을 가리는 것은 아니다. 트로트와 발라드의 우열을 가릴 수 없는 것처럼). 영화의 장면 하나하나가 묵직한 돌덩이처럼 다가온다. 감독은 돌덩이를 쌓아가고 그 축적의 양에 비례해 감정이 고양된다. 마지막에 커다란 돌무더기가 완성되었을 때 보이는 전체 모습은 마음 깊은 곳을 울게 한다. 아니 내가 상상하던 그림이 쌓여지는 돌에서 완성되고 있음을 느끼는 순간부터 눈물은 내 내부의 방어막을 넘실거린다.
그만큼 잘 만들어진 영화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가 어떤 어려움을 뚫고 여기까지 왔는지 가슴 시리게 보여주고 있다.

당시의 시대상황을 한마디로 말해주는 것은 치안본부 대원들이 상관에게 내뱉는 “ 받들겠습니다”라는 대사다. 이 역겨운 말에는 시대상황뿐만 아니라 영화의 모든 것이 압축되어 있다. 이념이고 권력이고 인간을 억압하는 그 어떤 것도 더 이상 받들지 않기 위해 1987년 그 뜨거운 여름이 우리에게 필요했던 것이다.

“ 우리가 그토록 피를 흘리며 쟁취하고자 했던 것은 바로 이 투표용지 한 장입니다.”

<1987>은 무엇보다 어느 철학자의 말이 뜨겁게 오버랩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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