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비는 미사일의 은유?

새벽에 영화를 보다

by 권희대

오래된 시계에서 걸어나온
시침과 분침의 대화 같기도 하고



<강철비>를 보았다. 재미가 없다고 할 수 없으나 몇 군데 거슬리는 부분이 있다. 맛있게 먹던 밥에서 돌이 씹히는 느낌이다. 물론 돌은 툭툭 뱉어내면 된다. 강철비가 잘 만들어진 영화라는 대세에 큰 지장은 없다는 뜻이다. 영화는 보는 내내 긴장감을 주는 오락성으로 충만하다.
강철비는 미사일의 은유였다. 사건의 발단은 미사일로 시작해 미사일로 끝난다.


정우성의 뭔가 부자연스러운 연기가 이 배역에서 빛을 발한다. 그동안 이 역할을 찾아 그렇게 ‘역사적으로 흘러왔던’ 것일까.

인격이 거세된 북한 1호의 배만 자꾸 보다 보니 줄넘기를 그만두고 점점 불어오는 내 배도 남한 5호 정도로 가기 위한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고 와이프가 말한다. 앞으로 어마어마한 승진이 기대된다고.

연세가 많으신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영화를 보고 나오며 주고받는 대화가 재밌다. “ 아. 양우석이, 변호인 만들었던..” 곧이어 할아버지가 나도 잘 모르는 영화배우 이름을 줄줄줄 말씀하신다. 여자 의사 이름도 꿰고 있다. “ 그래서 갑수가 쿠데타를 일으켰다는 거야 뭐야?”라고 할머니에게 자꾸 물어보지만 할머니는 묵묵부답이다. 옆에서 “길이티요. 할아버지” 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두 분에게 필요한 게 팩트일리는 없다. 훈훈해질 것 같은 담소에 개입하지 않는다.

주로 할아버지가 영화와 거리가 먼 배우들(주로 여배우)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그제야 할머니가 마지못해 맞장구를 쳐주는 식이다. 오래된 시계에서 걸어나온 시침과 분침의 대화 같기도 하고 한 20년 후 우리 부부의 데자뷔 같기도 하다.

새벽녘이 춥지만은 않다. 오손도손 가로등 밑을 걸어가는 두 분의 실루엣이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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