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에게 필요한 자질이란 실로 다양해서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다
스티븐 킹이 아직 무명이었을 때였다.
그의 아내 태비가 쓰레기 통에서 킹이 쓰다 만 <캐리>의 원고를 줏어서 펼쳐놓고 남편에게 말했다.
“ 이 이야기 속엔 무언가 있어요. 계속 써봐요.”
킹의 운명을 바꾼 순간이었다.
이 이야기를 읽다가
원고 전용 쓰레기통을 구입해서
와이프 눈에 띄는 곳에 둘까 잠시 고민했다.
당연히 입구는 좁고
들어간 종이마저 뱉어내는 걸로.
같은 내용이라도 모니터나 빳빳한 종이에 담겨 방치된 것과 뭔가를 품고 있는 듯 구겨진
종이는 어떤 차이라도 있어 보이지 않을까.
(물론 방을 어지럽힌다고 쿠사리를 먹을 확률이
더 크지만)
어쩌면 종이의 구겨진 모양새가 더 중요할 지 모른다. 적당한 부피로 낭중지추의 아우라가 느껴져야 한다. 과즙을 품은 과일 같은 생기있는 빛깔과 향기.. 까지는... 뭐 아니라고 해도..
아, 작가에게 필요한 자질이란 실로 다양해서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다.
스티븐 킹의 종이구기기 강좌라도 있으면
일빠따로 신청할텐데..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