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은 뜨거워

by 권희대




낙산으로 가는 계단 위에 노란 가로등 불빛 하나 엎질러져 있다. 누군가 한참을 서성거렸는지 내 발목은 그 냄새를 맡는다. 어른거리는 불빛은 사람들이 조금씩 흘리고 간 마음의 흔적과 닮았다. 기쁨과 회한이 엉켜 있고 슬픔과 희망이 부둥켜 안는다.

어둠으로 가는 계단 위에는 오늘도 누군가 버린 사랑과 증오가 뜨겁게 애무하고 있다. 담벼락의 고양이들만이 그 은밀한 정사를 볼 수 있는 곳. 골목길 한낮의 적막은 지난밤 격렬한 애증의 타버린 욕망 때문이다.

계란 한판 두부 한 모 지나가면 대낮부터 골목을 장악하는 그림자의 무리들. 낮에 자는 가로등이 전봇대에 붙어 살아가는 좁은 길은 밤이 되어야 뜨거워진다.

흘러넘친 거리의 불빛이
담쟁이 덩굴처럼 낙산으로
오를 때

골목은 고요하게 깨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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