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의 소도시에는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 에스프리

by 권희대


허름하고 위태롭지만
사랑스러운


목포에 다다르자,
운전수는 라디오를 튼다.
트로트가 사람들 사이를 호객하듯 흘러다닌다.

오래전 목포에 온 적이 있다.
이곳에 살고 있는 옥공예가를 취재하기 위해.
옥은 건강에 좋다고 했지만,
그는 병색이 완연했다.
그 후로 목포는 어딘가 병들어 있는 곳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물론 옥공예가의 잘못도,
목포의 잘못도 아닌 것이다.

버스는 김창영 휴게소를 지난다.
박 내과, 이 내과처럼 휴게소도 사람 이름이다.
저 홀로 궂은 날씨에 대항하는 송전탑
송림 속에 숨은 마을이 눈물겹다.

오후 4시. 나는 어두운 표정의 목포를 만났다.
바다는 무겁게 뒤척이고
비는 책망하듯 쏟아지고 있다.

먼 바다에는 심판의 날 같은
구름들이 몰려들고
비는 저층건물 사이로 섞여든다.
아디오스. 서울이여.
나는 이곳에서 새로운 꿈과 조우할 것이다.
허름하고 위태롭지만
사랑스러운.

남해의 소도시에는
어디서나 그런 낭만이 군집한다.
하지만 그 에스프리는
좀처럼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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