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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희대 Sep 26. 2018

추석에는 추억을 모은다

흐지부지한 휴일의 끝



산삼은 늘 이런 느낌일까




한강에 있는 서울함을 보러 갔다. 아이들과 함께 퇴역한 배에 올랐다. 강둑에 연결되어 있는 쇠사슬은 거대한 배뿐만 아니라 시간도 묶어놓고 있는 것 같다. 시간은 과거로부터 흘러와 어느 방향으로도 나아가지 못하고 깊숙한 배의 심장부에 정박해 있다. 무엇보다도 배를 가득 채운 적막이 좋다. 그 고요 속에서 생각을 종용하는 자글자글한 소리들이 들려온다. 한강의 물비늘이 오늘 참 예쁘다고.

햇볕은 여전히 따갑다. 그래도 그늘에 가면 춥다. 양지와 음지 가운데 서본다. 이상한 기분이다. 산삼은 늘 이런 느낌일까.

추석 연휴가 끝나가고 있다. 추석은 1년간의 추억을 모으는 날 같다. 서늘한 아침 공기 속에서 드문드문 지나간 여름의 일들이 생각난다. 물론 후회가 더 많다. 오래전에 실언이 아직도 마음자리에 남아있다. 누가 한번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고 했나. 이리도 오래도록 마음속에 담겨있는 것을.

햇빛이 가득한 잔디에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것은 언제나 사람을 기분 좋게 한다. 휴일의 한강은 조그만 파라다이스 같구나.

아이들과 함께 벤치에 앉아 아이스바를 먹으며 하늘을 올려다본다. 파란 하늘 위에 구름 하나 덩그렇게 떠있다. 어떤 메신저가 아닐까 잠시 생각하다 아직 내가 젊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생각이 바뀌었다. 어떤 토템에 준동할 만큼 마음 한구석이 연약해졌다는 건 나이를 먹었다는 뜻이다. 발랄한 상상과는 거리가 있는.

저녁에 주병진이 한다는 평양냉면 집에 갔다. 처가와 가까이 있는 곳인데 우리가 들어가자 비어있던 곳이 금세 가득 찼다. 심지어 밖으로는 줄까지 선 게 보인다. 내 입맛에는 그저 그랬다. 다음번에 또 올 것인가라고 누군가 물으면 말없이 그자를 한참 동안 바라볼 것 같다. 무슨 뜻인지 알겠지.

도로는 다시 차들로 채워진다. 지방으로 내려갔던 차들이 돌아온 것이다. 서울은 다시 북적북적거린다. 긴 연휴의 나날들이 시간의 테이블에서 밀려가고 있다. 마치 페북에서 주목받지 못한 내 게시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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