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의 개찰구를 나올 때
어떤 노파 하나가 바닥에 쭈그려 앉아
황급하게 무엇을 찾고 있었다.
노파의 작은 가방과 추레한 옷은 그녀의
궁핍한 삶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노파가 가방 속에서 찾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없었지만 당황한 느낌이 역력했다.
저녁이어서 그랬을 거다.
그녀가 세상의 누구보다 불쌍해 보인 것은.
노파가 잃어버린 것을 값으로 따지자면
얼마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녀의 행색이
그렇게 말해주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전재산을 잃어버린 것처럼
지하철역의 지저분한 바닥은 아랑곳하지 않고
두 손을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조금 용기가 있었다면
물어봤을 테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잃어버린 것을 어서 찾기를.
찾지 못하더라도 내 생각만큼 값어치 있는 것은
아니기를. 기껏 다시 끊으면 되는
지하철표 같은 것이기를.
하지만 어둑어둑해지는 저녁의 도시는
그녀가 자꾸 생명에 버금가는 것을
잃어버린 것처럼 보이게 했다.
나는 애써 나의 길을 가지만
등 뒤에선 누군가의 삶이
바스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마도 빌어먹을 저녁이라서
그랬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