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사시겠습니까

by 권희대



행복은 우물 같은 거야.
길어올려야 맛볼 수 있단다.

여우가 말했다.
하지만 아무리 주위를 들러봐도
우물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누군가 버리고 간 폐허만이
가득했다. 그 한가운데 덩그러니 있다
꿈에서 깨었다. 물에서 나온 것처럼
발아래 꿈의 잔해들이 뚝뚝 떨어졌다.

" 바다를 사시겠습니까?"
라고 보르헤스 소설의 주인공처럼
누군가 전화를 걸어올 것 같은 여름밤.

나의 사랑스런 그녀는
여우와 우물의
존재를 모른 채 쿨쿨 자고 있다.














heat0508@naver.com
www.facebook.com/heat.kwon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빈자리의 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