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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희대 Jun 24. 2016

상상절망

The beginning of my novel




어느 날 내가 알던 여자를

인터넷에서 떠도는 동영상에서

보았다.







 조명이 어두웠고, 클로즈업을 하면 두 손을 들어올려 수줍은 듯이 얼굴을 가렸지만, 그 여자가 분명했다. 동영상의 남자는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어두운 밤 누군가의 전송으로 영상을 보았을 때, 나는 처음 그녀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영상은 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여자는 벌거벗은 몸으로 무언가를 갈구하고 있었다. 때때로 카메라를 보며 희미한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 그 일들은 나와는 상관없이 아주 먼 곳에서 아주 오래 전에 일어난 일일 뿐이었다. 하지만 내게 익숙한 희고 고운 손가락을 보았을 때, 그리고 목 부분에 난 작은 상처를 보았을 때, 폭풍같은 후회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영상은 닿아서는 안 되는 뜨거운 불이었다. 그녀가 한때 내가 사랑했던 여자라는 생각이 들자, 가슴 한쪽을 칼로 도려내듯 깊숙하게 아려왔다. 끝을 알 수 없는 저 밑바닥으로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던 무언가가 사정 없이 떨어져내리는 아픔이었다. 나는 내 눈을 멀게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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