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이나 인간적인 일

by 권희대


아무런 이득이 없는데도
혹은 손해가 따르는데도
고인의 유언을 받드는 것은
무척이나 인간적인 일이다.
인간이 아닌 무엇이
그러한 일을 할 수 있을까.
눈이 오는 날
아버지 묘소에서 천지팔양경을
들으며 문득 생각이 났다.
갈색으로 변한 풀잎들이
흰눈으로 수북하게 덮인 날
묘원은 또 한번의 겨울을
소리 없이 견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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