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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는 싸움은 매일 반복되었다. 나와 남편은 시도 때도 없이 패거리의 전화에 시달렸고, 남편은 그들로부터 투서를 넣겠다는 협박도 무시로 받는 것 같았다. 음식을 제대로 넘기질 못하고, 혈압약의 용량이 늘고, 하루가 다르게 머리가 휑해지고 있었다. 그래도 한참 멀었다. 피가 바짝 마르도록, 뼈가 앙상하게 드러나도록, 낯가죽이 새카맣게 타들어 가도록, 더 오랫동안 고통을 받아야 했다. 그 어떤 지경에 이르러도 남편이 범한 여자아이들의 참혹함에 비할 수 없었다. 타국의 여자아이들이 겪었을 처참함에 비한다면.
어떻게 생겼을까. 가슴을 다 드러낸 슬립 원피스를 입고 있지는 않을까. 야릇한 붉은 조명 같은 걸 켜놨겠지.
1204호의 열린 문 앞에서 여자를 맞이한 것은 헐벗은 여체가 아니었다. 앞니를 짓궂게 드러낸, 롤링스톤스의 통통한 입술과 혓바닥이었다. 트레이닝복 바지에 롤링스톤스의 혓바닥 로고가 프린트 된 맨투맨티셔츠를 입은 그녀가 먼저 물었다. 어제도 저희 집 초인종 누르셨나요?
“이봐, 당신이 행성이라면….” 람나스가 격분해서 말했다. “당신은 별 주위를 도는 죽은 물체일 거야. 아마 대기와 여기저기 기어 다니는 살아 있는 것들이 있겠지. 지구나 목성처럼 아주 커야 할걸? 당신은 행성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 여자야. 반듯한 가정에서 나고 자란, 우리 가족의 명예를 손에 쥐고 있는 숙녀라고.”
자기 처지에도 불구하고 그는 작은 낯선 생물들이 그녀 몸의 길들지 않은 영역을 달리며 산맥과 협곡과 그 신비롭고 알려지지 않은 땅의 다양한 서식지들을 탐험하는 장면을 상상했다. ‘그녀는 어떤 태양을 발견하게 될까? 그녀는 어떤 풍경을 보게 될까?’ 흐느낌이 목구멍에 걸렸다. ‘나를 챙겨줄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