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토리 Aug 09. 2022

직장인도하가

토리시 08

<직장인도하가>


나는 매일 아침 강을 건넙니다

이는 내 일터가 저 강 건너편에 있는 것에 말미암습니다


나룻배도 사공도 없이 건넙니다

차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단조롭기만하다가

이윽고 반 시간이 흐르면

윤슬 반짝이는 너른 강이 보입니다

그 순간 차창은 액자가 되고

승객은 관객이 되어 오늘 하루가 시작되었음을 새삼스레 깨닫습니다


간지러운 햇살 사이로 손톱만한 배가 떠가고 그 옆 뭍에는 좁쌀만한 차가 줄지어 흘러갑니다

나는 돈 몇 푼 내고서 그 장관을 구경하는 것입니다


직장인이 출근길을 흠모한다는 말이 대단히 모순된  말이라는 걸 모르지 않습니다만, 나는 다만 그 강 건너는 일이 좋아서 기꺼이 출근길에 오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최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