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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리 Nov 10. 2022

올리브 나무와 흰 비둘기에 대한 고찰

토리 시 10


어린 올리브 나무는 가지가 가늘고 잎도 작아서 웃자란 어린애처럼 볼품없어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 힘을 다해 볕을 쬐고 뿌리를 뻗으며 줄기를 키워 나간다. 그리고 언젠가 그의 잎을 더듬으면, 그 작은 잎사귀에 모든 생명력이 응축되어있음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올리브가 좋다.


이따금 내게도 흰 비둘기가 올리브 가지를 물고 날아올 날에 대해 상상한다. 끝없이 표류하는 인생일지라도 그럼에도 언젠가 내 손에는 올리브 가지가 주어지리라고. 설령 그것이 내게 오지 않는다면 내가 노저어서 그를 찾아가리라고. 언젠가는 이 거친 풍파를 헤치고 마른 땅을 찾아내고야 말겠다고.


또한, 나는 내가 발을 디딘 작은 배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어설프게 덧대어 볼썽사납지만 그럼에도 나를 살게 하는 배를 말이다. 어쩌면 나도 모르는 새에 흰 비둘기가 나를 들렀다 갔을지도 모르니까. 그러니까, 올리브가지는 나와 함께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뭐,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다. 내게는 여전히 배가 있고 노가 있고 언젠가 마주칠 흰 비둘기와 올리브 나무가 있을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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