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나도 사람들과 연결되며 살아갈 수 있을까

프로예민러가 사람들과 함께하며 무너지지 않는 연습에 대하여

by 헤더

(이 글은 <우울을 탈출한 프로예민러가 커뮤니티를 자꾸 여는 이유>편을 먼저 읽으면 더 잘 이해됩니다.)



모임을 기획하고 운영한다는 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특히 나처럼, 말하지 않아도 분위기가 먼저 느껴지는 사람에겐 더 그렇다.


공간의 공기, 눈빛의 흔들림, 대화의 리듬까지.

나는 원하지 않아도 그런 것들이 먼저 들어온다.


그런데 이런 예민함은 때때로

사람을 세심하게 배려할 수 있는 능력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학창 시절 내내 성적표에는

*“친구를 배려하는 마음이 큽니다”*라는 말이 빠지지 않았다.

자랑이라고 하기도, 아닌 것 같기도 한 그런 말.


하지만 그런 민감함은 ‘장점’이라는 말만으론 설명되지 않는다.

내 감정을 지키는 연습이 병행되지 않으면

사람과의 연결은 언제나 나를 소모시키는 일이 된다.


나는 HSP, 예민한 사람이다.

그러기에 더더욱,

사람들과 함께하려면 내 마음속 화분에 수분이 충분히 머물러 있어야 한다.

바싹 말라버린 흙은 물을 주어도 쉽게 스며들지 않는다.

조금은 촉촉한 상태여야 물을 부드럽게 받아들인다.

사람과 연결되는 것도 그렇다.

내 마음이 메마르지 않은 상태일 때,

비로소 사람의 온기를 받아들일 수 있다.


1. 처음엔 기대하지 않는다 — “첫 술에 배부르지 않아도 괜찮다”


내가 처음 만든 디지털 디톡스 모임에는

두 명이 신청했다.

그 두 사람이 얼마나 반갑고 고마웠는지 모른다.

왜냐하면, 솔직히 한 명도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세 번째 모임도

각각 네 명씩.

점점 조금씩 늘어갔다.


예쁘게 만든 스케줄표 대신

도화지에 오일파스텔로 색칠을 하고

손글씨로 일정을 적었다.

시간이 없어서 프린트도 못 했고,

무엇보다 그렇게까지 힘주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도, 아니 그래서였을까.

사람들은 말했다.

“정성스러워 보여요.”

“귀여워요.”


그 말들이, 내 마음을 오래 따뜻하게 했다.


2. 모임에 목숨 걸지 않는다 — “그럼 저는 이만!”


나는 외로워서 모임을 연 게 아니다.

사람이 그리워서 누군가를 붙잡고 싶었던 것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임 외의 시간은

내 삶에 집중하는 시간이어야 했다.


모임이 끝나면

나는 곧장 집으로 향했다.

조용한 집에서, 나의 루틴을 다시 이어가기 위해.


그래야 또,

사람들과 웃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3. 나만의 리듬을 만든다 — 시간표는 예민한 사람의 방패


나는 아무도 터치하지 않는 반백수 프리랜서다.

하루의 리듬이 무너지면

생각보다 빨리 방향을 잃는다.


특히 SNS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보여지는 겉모습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를 쓴다.

사진을 고르고, 글을 쓰고, 올리고…

그 이후의 소통까지 포함하면

그건 거의 ‘작은 행사’에 가깝다.


예민한 사람에게 소통은 가장 강한 자극 중 하나다.

심지어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더 쉽게 지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콘텐츠 제작 시간, SNS 피드백 시간, 산책 시간까지

나만의 시간표를 정해두었다.

그 시간표는 내게 있어

정서적 방패이자 회복의 구조였다.


그럼, 어떻게 나를 지키며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을까?


결국 중요한 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일이었다.


나는 왜 이 콘텐츠를 만들고 있을까?

나는 어떤 형태의 연결을 원하는가?

소통이 필요한가, 창작이 더 중요한가?

언제 가장 에너지가 고갈되는가?

누구와 있을 때 내가 편안한가?


예민한 사람은 누구보다

외부보다 내부를 먼저 읽을 수 있어야 한다.


� 작은 팁 하나


이 질문들을 일정 주기마다 반복해서 점검하는 것.

그리고 그 답을 바탕으로

생활 리듬을 조율하고

나를 지켜내는 방식을 찾아가는 것.


그렇게 살다 보면,

예민한 나도

사람들과 연결되며 살아갈 수 있다.


�당신에게 묻고 싶어요

사람들과 연결되면서도, 당신은 당신 자신을 잘 돌보고 있나요?

연결이 피로하게 느껴질 땐, 어떻게 멈추고 있나요?

당신의 회복 루틴은 어떤 모습인가요?



� 다음 편 예고

다음 글에서는

“예민한 내가 매일을 지켜내는 루틴 – 정서적 회복을 위한 쫌쫌따리 실천”

에 대해 나눠보려 해요.

작고 사적인 루틴이

어떻게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웠는지, 함께 이야기해요.


브런치 글은 매주 수요일, 토요일에 발행됩니다.

당신의 리듬에도 조용히 스며드는 이야기로,

매주 두 번 찾아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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