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크리에이터로 살아가는 게 좋을까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을까?

by 헤더

내가 크리에이터가 된 건

‘좋아서’가 아니라 ‘할 수 있는 게 이것뿐이라서’였다.


그 시절의 나는

샤워하러 가기도 버거울 만큼 무기력했고,

뻘 속을 걷는 것처럼 몸이 바닥에 붙어 움직이지 않았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밖으로 나가는 것도

모두 귀찮고 힘겨운 날들이 이어졌다.


그러다 어느 날,

나와 남편은 좀 더 자극이 적고 조용한 곳에서 살아가고 싶다는

공통된 열망을 가지게 되었고,

우리는 ‘온라인 수익’을 만들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

‘사람을 많이 만나지 않아도 되는’ 크리에이터의 일이었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다.

나는 콘텐츠 일을 블로그로 시작했다는 것.

AI도 없던 시절, 모든 글을 손으로 써야 했고

처음엔 키보드 앞에 앉는 것도 힘들었다.


하지만 조금씩 달라졌다.

글을 쓰다 보니 어느 날은 사진을 찍고,

운동도 하게 되고,

그렇게 내 삶에 ‘움직임’이 생기기 시작했다.


누구에게도 말 한마디 건네기 힘들었던 시기에

보챔 받지 않아도 되는 이 작업은

나에게 딱 맞는 회복의 도구였다.

그렇게 나의 집은

운동 공간이자 힐링의 장소이자 무대가 되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사람들과 연결될수록

크리에이터의 세계가 점점 좋아졌다.


이곳엔 상사도 없고

관리감독하는 사람도 없다.

국적, 나이, 배경과 관계없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낸다.


내겐 어느덧

15살 어린 크리에이터 선배가 생기고,

8살 어린 마케터 동료가 생겼다.

시니어 크리에이터들의 인사이트도 배웠다.


이 세계는,

내가 신경을 쓴 만큼만 발목을 붙잡고

내가 보는 만큼만 열리는 곳이었다.

오랫동안 가부장적인 분위기 속에서의 맞딸로

그리고 강사로 살아온 나는

‘해야 할 역할’ 속에서 나를 억누르고 살았다.

하지만 크리에이터가 되고 나서

‘나’를 드러내는 연습을 할 수 있었다.

유명하지 않았기에,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고

정말 나다운 말들을 써내려갈 수 있었다.


반응은 적었지만,

비난도 없었다.


그러다 어느 날,

이 일이 ‘좋아졌다.’


기록하면서, 내 일상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고

그 보잘 것 없던 하루하루가

어느 순간 반짝반짝 빛나는 걸 보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콘텐츠 만들기는 나에게 매일 아침 쓰는 감사일기와도 비슷했다.

감사할 것을 찾다 보면,

감사한 것들이 자꾸 보이는 법이니까.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지만

온라인에서는 연결되어 있다는 걸 느꼈다.


30대 중반,

투잡을 그만두고 사회적 역할을 벗었을 때

그건 내게 일종의 ‘고립’을 의미했다.


하지만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은

세상과 다시 연결될 수 있는 다리가 되어주었다.


내가 겪은 감정들,

우울과 회복 사이의 작은 인사이트들을

기록하고 공유했을 뿐인데

누군가는 댓글로, 누군가는 디엠으로

“힘이 되었다”고, “감사하다”고 말해주었다.

가까운 사람에게도 쉽게 말하지 못했던

감정의 실타래들을

글로, 영상으로 하나씩 풀어내며

나는 스스로를 가볍게 만들었다.


생각이 많고,

자극에 민감하고,

머릿속이 쉽게 엉키는 나 같은 사람에게

기록은 세상에서 가장 유용한 해독제였다.

지금도 완전히 괜찮진 않다.

어떤 날은 멈추기도 하고,

어떤 날은 다시 돌아온다.


그 자체로

유연하고, 솔직한 일이기에

‘나 같은 사람’에게 가장 맞는 방식이기도 하다.


나를 잘 들여다보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 천천히 일할 수 있으니까.

나는 이 일을 좋아서 시작한 게 아니다.

필요해서 시작했고,

사랑하지 않고는 못 견디는 날들이 많아서

결국 이 일을 계속하고 있다.


☁️ 당신에게 묻고 싶어요:

당신이 이 일을 시작한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요?

무엇이 당신을 계속 만들게 하나요?

지금,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일이 있으신가요?


다음 글에서는,

감정이 덜 출렁이는 날들,

삶이 조금 괜찮아 보이기 시작했을 때의 이야기를 나눠보려 해요.

그 순간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또 다시 무너지지 않기 위해 어떤 균형을 지켜야 했는지를요.

흔들리던 마음이 잠시 잔잔해질 때,

그 속에서 내가 바라본 세상을 함께 들여다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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