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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더리 Jul 14. 2021

이제 내 삶에 다이어트는 없다.

강제 배고픔은 이제 그만.

스물 초반, 다이어트로 인해 잃은 것이 너무 많다.


그렇게 잃은 수많은 것들 중에 안타깝게도 내 뱃살은 없다.


대신, 나의 열정, 열의, 희망, 꿈, 목표, 여유, 배려, 친절, 사랑, 웃음, 친구, 머리숱, 생리, 자존감, 확신, 취향, 의사 결정 능력, 편안함, 믿음, 즐거움,


행복.


을 앗아갔다.


다이어트가 먼저였는지, 내 삶에 대한 불만족이 먼저였는지 알 수는 없지만,

다이어트는 내 삶을 나와 내가 싸우는 전쟁터로 만들어 버렸다.

내가 나를 상대로 싸울수록 깨달았다. 이건 그 누구도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는 것을.

결국 나와 나는 둘 다 지고 말 것이라는 것을.


가끔 나는 생각한다. 나는 왜 이렇게 자주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일까. 편하게, 스스로의 위치에 만족하는 여유는 어떻게 느낄 수 있을까. 나는 왜 매일 나 자신에게서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을 찾아내고, 내 두 손으로, 내 온 정신을 다해 그 단점을 느끼고 느껴 그 속에 파묻히는 것일까. 내가 나로서 행복하지 않다면, 단점을 하나씩 극복한다고 해서 과연 언젠가 행복할 수 있는 날이 올까. 하나의 단점을 "해결" 하면, 나는 또 다른 고민을 찾아내지 않을까. 이것이 스스로에게 완벽을 바랄 때 생기는 일이다.


배고플 때, 배고파서 집중이 안될 때, 배고팠는데도 살이 빠지지 않는 내 모습을 볼 때, 외모부터 시작해서 성격까지 마음에 들지 않는 내 문제밖에 생각할 수 없을 때, 내 온 정신이 나를 비판하고 있을 때, 그래서 나는 나밖에 생각할 수 없을 때, 내 삶은 더 피폐해져 간다.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내 단점 안으로만 파고들게 된다. 이런 내가 부끄러워서, 나의 어둠으로 파고들기만 한다.


행복은 자기만족에서 나온다. 지금 내가 있는 곳, 내가 하는 일, 내가 함께 하는 사람. 이 세 가지만 만족한다면 행복을 느낄 수 있다. 미국 유투버 Casey Neistat의 영상에서 그의 인생 조언 두 가지를 들은 적이 있다. 첫째, 그는 매 순간 위의 세 가지를 기준으로 자신의 삶을 평가한다고 한다. 내가 있는 장소, 하는 일, 함께 있는 사람.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불만족스러운 것이 있으면, 그 즉시 문제점을 찾아내고 자신이 원하는 곳, 원하는 일, 원하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도록 생활을 바꾼다고 한다. 둘째, 그는 항상 바쁜 생활 리듬을 유지한다. 지금 당장 할 것이 없어서 지루함을 느낀다면, 무언가 단단히 잘못된 것이다. 우리 삶은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기에도 벅찰 정도로 짧은데, 그런 삶을 살면서 지금 이 순간이 견디지 못하게 지루하다고 느낀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하고 싶은 것을 해라, 지금 당장.


그는 우리에게 자신의 열정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면,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면, 일단 바쁘게라도 무언가를 하라고 권한다. 그는 사람이 아무것도 안 하고 놀면서는 자신의 열정을 찾을 수 없다고 한다. 일단 바쁘게 움직이고 뭐라도 하고 있어야 무엇인가를 깨달을 수 있다. 몇 년 동안 꿈쩍도 하지 않은 돌덩이를 움직이는 것보다, 흐르는 개울가에 떠다니는 돌멩이의 방향을 트는 것이 훨씬 더 수월하듯이, 우리도 가만히 멈춰있는 상태보다 무엇인가를 하고 있을 때 중요한 것을 배울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다이어트는 나를 나 자신의 가장 어두운 세계에 가두었다. 나는 나와 치열하게 싸우느라, 다른 누구를 생각할 여유도, 어떤 목표나 희망을 가질 힘도, 누군가에게 웃어줄 여유도 없었다. 내가 만들어낸 나의 지옥에서, 나를 헐뜯으며, 나를 비판하며, 이길 수 없는 싸움을 이어갔다. 4년간 그 생활을 한 나는, 최근에서야 비로소 이 전쟁을 끝낼 수 있었다. 그렇게 열심히 다이어트에 대해 고민한 결과, 결국 내가 내린 답은 최고의 다이어트는 자신의 행복이라는 것이다. 다이어트는 나의 행복에 수반되는 결과라는 것. 스스로에 대한 자신의 만족이 먼저라는 것. 내가 좋아하는 운동, 내가 좋아하는 음식, 내가 좋아하는 일에 열중하다 보면 그때야 비로소 나에게 내 몸을 다룰 수 있는 힘이 조금이나마 주어진다.


이 사실을 깨닫기 위해 4년이라는 큰 대가를 치렀다. 지금이라도 나는 나 이외의 것에 관심을 가지려고 한다. 나와 싸우는 대신, 나를 위하고 나를 돌보면서. 내가 원하는 것을 하며 바쁘게 살아가고 싶다. 이제부터 내 삶에 지루한 순간이란 없다. 다이어트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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