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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힛시커 Jan 22. 2022

명품을 구입하며 생각해 보았다

".. 더 보고 올게요~", 그게 나야...

아낄 궁리 하는 것만 습관이 된 우리, 차라리 더 벌 궁리를 해 볼까?





콤팩트한 사이즈의 카드지갑을 사고자 토요일 아침 일찍 백화점으로 향했습니다.


삼성 페이 덕분에 실물 카드나 현금을 거의 쓰지 않는데, 그럼에도 신분증이나 가끔 생기는 현금 등을 보관할 카드와 동전 수납이 가능한 심플한 지갑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폰을 쓰던 대학교 3학년 때부터 근 3년간을 선물 받은 비비안 웨스트우드 지갑을 사용하다가, 지갑이 닳아 떨어질 무렵 갤럭시로 바꿔 삼성 페이를 쓰느라 지갑을 새로 사지 않았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마땅한 지갑이 없던 저였어요. 앞으로도 자주 쓰지는 않겠지만 기왕 사는 거 백화점에서 좋은 거 사자 싶었습니다!


공홈에서 미리 구경하고 찜해둔 지갑은 아래 제품이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푸시아 컬러 포인트에 사이즈도 가격도 딱 적당하다 싶었지요. 결론적으로 재고가 없어 다른 제품을 구입했지만요. :)



사진 출처 - 루이비통 공홈 (https://kr.louisvuitton.com/kor-kr/products/hot-stamping-013220)


 


저희 동네 백화점이 붐비는 지점이 아니라 오픈 시간에 맞추어 가진 않았지만, 그래도 오전에 갔는데도 불구하고 루이뷔통 매장에서 대기 번호 67번을 받았습니다. 기다리면서 다른 매장도 구경하자 하여 비교적 덜 붐비는 생 로랑, 로에베, 프라다, 페라가모, 보테가 베네타, 그리고 조금 더 기다려 구찌 매장까지 전부 돌며 오랜만에 명품 구경을 했어요.





평소에 명품관 구경을 자주 가지도 않을뿐더러 구매도 거의 하지 않는 저인데요, 별 다른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부모님도 명품 소비를 많이 하지 않으셔서 그런지 저도 집안 분위기상 습관이 안 들어 있던 것도 있고, 충분히 돈이 있어도 괜히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똑같은 500만 원으로 가방 1개를 살 바에 갖고 싶던 카메라나 뭐 랩탑, 아니면 다른 거 사는 게 낫지. 그것도 아니면 최소한 모으는 게 이득이고 현명한 것 같았어요. 지극히 평범한 돈 아끼는 일반적인 사람의 생각이죠 ㅎㅎ


무튼 저는 그런 거 안 사도 돈 모으고 굴려 자차, 내 집, 그리고 결혼 준비까지 다 했거든요.. (기특 모먼트!!)



친구와 명품 매장을 하나씩 돌다 지쳐 카페에 앉아 루이비통에서 입장하라는 문자가 오기를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그러면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우리는 왜 가방 같은 거 명품을 잘 안 살까?"


돈 아까워서 그런 거지 뭐, 하고 심플하게 답한 것에서부터 생각과 대화가 확장되기 시작했어요.


우리가 월급 받는 회사원이잖아. 월급쟁이로 살면서는 먹고사는 데는 지장 없어도, 크게 투자에 성공하지 않는 한 소비를 원 없이 하는 건 불가능한 것 같아.

월급이 안정적인 건 철저히 내가 내 소비를 컨트롤할 때 해당되는 얘기야.

다음 달에 내가 얼마를 받을지 안다고 해서 선뜻 오늘 명품을 지를 수 있는 건 아니야..

우리는 명품에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외면한 건 아닐까? 구경만 해도 이렇게 재밌는데?

기타 등등


"역시.. 월급쟁이로는 부자가 될 수 없어!"





긴 기다림 끝에 루이비통에서 입장하라는 연락이 와서 매장으로 향했습니다. 제가 보고 갔던 건 재고가 없다는 걸 미리 알고 있었고 주문을 걸려고 했는데, 그 모델이 전국에 3개밖에 남지 않았고 그마저도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리젝(reject)될 수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다른 모델들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사이즈가 크거나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들었고, 차선으로 봐 둔 모델은 오늘 쓰려고 했던 금액보다 비쌌어요.


평소 같았으면 그냥 돌아갔을 확률이 높은데 디스플레이된 지갑들을 쭉 보며 문득 조금 전 카페에서 친구와 나눈 대화가 떠올라,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오늘 기다린 시간이 대체 얼마야 ㅠㅠ 이 정도 충분히 살 수 있는데도 안 사 버릇해서 주저하는 거야..!'



시원하게 지르자!



결국 저는 2순위로 생각했던 모델을 구입했고, 친구 블로그에 언박싱 올리라고 정성스럽게 세팅해서 인증도 남겼습니다. ㅎㅎ



제가 원래 사려던 모델도 아니고, 가격도 20만 원 넘게 비싸고, 카드지갑도 아닌 일반 지갑이지만 돈이 있음에도 뭘 살 때 고민하는 제 자신이 갑자기 답답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주저 없이 결제했습니다. 수많은 월급쟁이 직장인 분들은 무슨 돈으로 명품 가방을 훅훅 사는지 아직도 궁금하고요..


저는 벌어도 벌어도 명품 살 돈은 없는 느낌이거든요 ㅠㅠ







직장 생활 6년 차인데, 아직도 수십 만원 짜리 물건 사는 것 주저하는 저 같은 분 많으시겠죠? 대단히 근사한 가방을 산 것도 아닌데, 손바닥만 한 작은 지갑 하나 사면서 저와 친구는 뭐 이리 많은 생각을 했을까요ㅎㅎ


오늘의 쇼핑은 뜻밖에도 발상의 전환을 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보통 한정된 수입 안에서 어떻게 하면 더 아끼고, 투자를 통해 불릴까? 생각을 하기 십상인데.. 그 궁리하는 데에 드는 자원과 에너지로 세상의, 회사 밖 더 많은 돈 벌 기회에 눈을 돌리고, 자기 계발과 배움에 투자하여 더 많이 벌 가능성을 키우는 데 쓰면 좋지 않을까 하고요.



작은 지갑 하나를 구매하면서, 올 해는 아등바등 아낄 바에 더 벌 궁리를 해 보자- 마음을 먹게 되었습니다.


힘차게 시작한 2022년 1월,

새로운 수익처가 생기면 브런치에 꼭! 공유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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