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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Jan 16. 2024

그 모든 과정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로 했다

아이가 며칠 전부터 또 통증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요즘 아이의 체력이 늘어나는 것이 부쩍 신기하고 기특해서 바깥활동을 많이 했더니 다리에 무리가 갔나 보다. 지난 일요일 저녁에는 아이가 퉁퉁 부은 다리를 부여잡고 걷지를 못했다. 한동안 평온했던 일상에 다시 먹구름이 드리우는 듯했다.


아프다는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부루펜 먹이기, 주물러주기, 족욕 정도밖에 없다. 그동안 족욕에 소홀했던 나를 반성하며 다시 욕조를 꺼냈다. 아이는 태블릿으로 좋아하는 만화를 실컷 볼 수 있는 좋은 핑계가 생겼고, 신나게 족욕통에 발을 담갔다.


오랜만의 통증이라 한동안 잔잔했던 내 마음이 다시 일렁였다. 하지만 이전처럼 크게 동요하지는 않았다. 이미 몇 번 경험해 보았다. 이 또한 잘 관리하면 지나가리라는 것을 안다. 다시 금세 뛰어놀 수 있으리라는 것을 안다.


남들보다는 조금 느리더라도, 결국 걸었던 아이를 기억한다. 남들보다 조금 더 넘어지지만, 결국에는 끝까지 달려가는 아이임을 안다.

남들과 조금 다르지만, 그래서 남들 다 가는 군대도 못 가겠지만, 누구보다 건실하고 멋진 청년으로 자라날 것을 믿는다.


그래서 문득 불청객처럼 찾아오는 이 통증도, 나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로 했다. 통증을 이겨내는 수많은 과정들도 그저 우리의 평범한 일상으로 맞아주기로 했다.


-통증 발현 후 이틀이 지난 오늘, 아이는 한결 나아진 모습으로 등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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