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권
올해도 더웠고 그 계절은 지나갔다. 여름의 비를 기다리던 마음은 이제야 채워지기 시작한다. 가을을 알리는 듯한 소나기들과 함께. 지난달을 떠올리자니 많이 읽고 쓰지 못했던 것만 같다. 왜. 무엇이 나로 하여금 침묵하게 만들었을까. 대신 운동을 시작했다. 매일 빠짐없이 걷고 달리기 시작했다. 약간 혹사시키는 듯 몸을 움직이면서 그제야 잡다한 사념을 재우려 하는 인간의 발악질 같지만. 그렇게 더욱 조용히 지내본, 귀를 열어 두었고 대신 마음으로 자신에게 말을 건넸던 한 달.
우리가 사랑할 때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 ★★★★
사랑의 인문학 ★★★★
캔버스를 찢고 나온 여자들 ★★★
목요일의 그림 ★★★
디바인 매트릭스 ★★★
스티브 프라이의 그리스 신화 ★★★
클림트 ★★★
드가 ★★★
욕망의 명화 ★★
여자는 무엇을 욕망하는가 ★★
차일드 인 타임 ★★★★
결혼하지 않는 도시 ★★★
우리가 쓴 것 ★★★
춥고 더운 우리 집 ★★★
완전한 행복 ★★★
아처 ★★★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 ★★★
자본주의 키즈의 반자본주의적 분투기 ★★
만든 눈물 참은 눈물 ★★
어떻게 먹고살 것인가 ★★
잠든 아이들의 등을 토닥이면 그제야 하루가 마무리된다. 그리곤 거실로 나와서 음악을 듣는다. 그리고 핸드폰이나 노트북을 열어서 언제나 그 사진을 본다. '바다'... 마르려 하는 일상에 물기를 적셔주는 그곳을 향해. 언제나처럼 비슷한 일상이지만 이젠 바다를 떠올리며 좀 더 특별한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가령 가진 모든 걸 파괴하려는 죽음의 본능인 타나토스가 다가온다 한 들, 영혼을 훔치는 사악한 영혼이라던 세이렌이 그럼에도 사랑에 빠졌을 때. 될 수 없는 뮤즈임에도 자신을 속이지 못한 세이렌은 침묵할 수밖에 없을지 모른다. 그녀의 목소리와 존재 자체는 닿으려는 상대와 자신을 동시에 파괴시키고 말 테니.
그럼에도 지닌 모든 걸 바쳐버릴 수 있는 불꽃같은 열정은 도대체 어떻게 타오를 수 있을까. 그들은 무엇을 원하는가. 맞닿은 단 한순간에 충실하고자 모든 걸 놓을 수 있는 용기는 다가오는 타나토스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걸까.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용기라고 할 수 있을까. 무엇이 진짜 용기일까. 이미 정해진 기준에 맞춰 제대로 살아가는 용기 혹은 단정한 기준에 아랑곳없이 스스로 흐트러질 각오로 달려드는 용기.
'왜 살아야 하는가'가 말해 준 내용을 떠올리자니 어떤 쪽의 용기를 내든 우리는 조금씩 죽음을 향해 달려간다는 사실을 거역할 수 없는 것이다. 언젠가 엔딩을 맞이해야 하는 삶을 사는 인간은 그리하여 자기 자신의 귀를 열어 두어야 한다. 그런 이들에게 행운이 따르기를 바라며.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는 상상은 계속 흐르는 중이다.
멈추지 않는 지금, 이 시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