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8권.
작년 (2020년) 의 결산 (421권)에 비하자면 조금 모자란(?) 듯 보이지만. 그래도 참 열심히도 읽었다고.... 이렇게 정리하는 시간 앞에서는 말 없이 집계된 숫자를 넋놓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곤 그 시간들을 복기하면서 어떤 책들을 읽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1월은 새해의 열기와 의지가 앞섰는지 40권정도의 책을 읽어보기도 하고 (내가 그렇게나 읽었던가 싶지만) 어떤 달은 힘에 부쳤는지 평소와는 다른 독서량을 보이기도 하고. 그러면서 넌지시 알 수 있는 것이었다. 읽으려 했던 시간들과 그 책들과의 시간을 가만 생각해보면. 내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이 삶을 살아내고 있었는지에 대해서.
어떤 때는 '에바일루즈'와 '보부아르'에 흠뻑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했고. 그러다가 '주디스 버틀러'나 각종 진화심리학자들의 책을 탐독하려는 열망이 무척이나 강했었다. ('욕망의 진화'와 '도덕적 동물'은 압권이었다) '마이클 샌델'교수님의 신간은 두고두고 보아야 할 책이었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아이들의 교육에 대해서 더 깊숙하게 생각해보게 된 시간이기도 했다. 연말에는 '모순' 덕분에 조금의 위로가 되었고...
책은 답을 말하지 않는다. 그저 여러 세계와 인물을 내 앞에 보여줄 뿐이다. 다만 그래서 자꾸만 의지하거나 힘을 얻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절대 살아보지 못할 지 모르는 그 낮설고 먼 세계에 들어가서 그 인물이 되어 그 문장들에 빠져있다 보면.... 눈과 마음이 조금은 더 넓어진 기분. 구겨진 마음은 조금씩 펴지고 다양함에 대한 포용력과 읽고 있는 자신을 향한 무언의 자애로움마저 생기는 신비로운 세계
이 다섯권이 내내 기억될 것 같다. 아주 오랫동안.
아무튼 책..... 2021년 이들과의 시간 덕분에, 너무 감사했고 그래서 또한 잘 살아낼 수 있었다.
각 달의 베스트책을 손꼽기 힘들었지만, 이 시간이 정말이지 뿌듯하고.........이 시간만이 나를 대신 하는 것 같아서.... 이것이야말로 내가 이룬 유일함일지도 모를 일이다. 올해의 유일함은, 이렇게 읽는 시간을 계속 지켜냈다는 것. 나의 영원하고도 유일한 신(神)인 너희 둘과 올해의 책들. 우리의 이 시절도.
고마웠습니다. 모두...
2021년...
노트북 앞에 두고 도서관에서 빌린 책들과 얼그레이 티 한잔이면 이것만으로도 참 행복했다.
그 '행복' 이라는 찰나의 감정을 오래 기억하자..고마운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