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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Nov 04. 2022

인생의 역사

몇 달째, 책 정리가 미뤄지고 있다. 

이런 적이 없었는데.... 8월부터 미뤄진 것 같으니 석 달 정도. 모바일 앱에서 다행스럽게 관리하고는 있으나 읽은 책들의 누적 통계 정도랄까. (그 정도가 어디냐 싶지만) 



사실은 그렇다. 

책 보다 운동을 '더' 열심히 하는 생활을 유지하는 중이다. 여전히 일상을 흘러가며 잦은 번뇌에 휩싸이고 마는데. 그 감정들을 어떻게 해서든 이겨내려는 약간의 전환적 행위인 걸까. 새벽 5시 30분, 점심 11시 50분, 저녁 8시. 이렇게 나의 4km짜리 런닝은 각 30분씩 시작된다. 평균적으로 하루 1시간에서 2시간 좀 안되게. 읽는 삶은 잠시 뒤로 미룬 채 대신 뛰는 삶(?)을 살고 있는 것도 같다. 운동을 마친 후 샤워를 하며 생각한다. 이래도 되는 걸까라고.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읽던 사람이 예전과 달리 변해가는 것을 문득 자각하고 난 이후의 묘한 미안함이랄까. 과거의 나를 향한, 아쉬운 미안함... 그런 감정. 



인생의 역사. 

어쩌면 몇 달 남지 않은 올 한해 이 시절, 내 인생의 역사를 꼽자면(?) 신형철 평론가님처럼 '시' 적이진 못하고 그저 생존적(?) 으로서 어떻게 해서든 일렁이는 내면의 소란스러움을 잔잔히 가라앉히기 위해 열심히 달리는 중이다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래도 읽고 있다. 드러나지 않게 조용히. 천천히) 



아무튼, 이 책. 

드디어 그의 신간이 나왔고 예판 소식을 접했을 때 마음 속으로 '만세' 를 외쳤다. 그리고 서문의 문장들이 시야에 닿았을 때 '역시' 싶었다. 물론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지만 반대로 인생의 어떤 것들은 실망이 크더라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들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내게는 아주 오래전 읽기 시작한 '몰락의 에티카' 와 '느낌의 공동체' 를 접하며 정말이지 생경한 충격과 자극을 전해준 그의 책이 그러했고 그 이후의 '정확한 사랑의 실험' 과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속에서 좀 더 부드럽게(?) 다듬어진 견고하고 세심한 그의 문장과 생각이 그러하다. 그러니 어찌 이 책 또한 한껏 껴앉지 않을 수 있을까.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것들이 결국 인생에 존재하는 것이다... 




다 읽는 것이 너무 아쉬워서. 

어떤 책들은 일부러 몹시 천천히 읽게 되고 만다. 다 읽었다 라는 '엔딩' 을 내내 맞이하고 싶지 않아서라는 것이 내 얄궂은 변명이겠다. 내게 신형철 평론가님의 글들은 언제나 그러하다... 엽서 속 필체와 문장들이 유난히 요즘의 내게 큰 위로로 전해져 내려와 뭐라 말을 이을 수 없게까지 만드는. 



인생의 역사-

아마도 올해의 책 중 하나라고 생각될 법한. 나의 책... 



그런 문장이 하나가 아니라는 걸, 저는 알고 맙니다- 



그러니까 인생은 이해할 수 없어서 불쌍한 것이라지만, 좋은 문장과 시간에 흠뻑 빠질 수 있는 제 인생을, 좀 더 연민하듯 사랑해보려 합니다.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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