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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Jul 29. 2017

4. 나의 첫번째 '책' 이야기 #3

2년이 흐른 지금, 다시 생각해 내다.

약 2년도 훨씬 전에 출판해낸 책의 후기 아닌 후기를 적고 있는 지금, 이상하게 쓰리다. 아직 상처가 아물지 않았나 보다.
첫번쨰 책을 출판해 내었을 때 자랑할 만한 수준의 책이 아니었기에, 일부러 감추려고 하진 않았으나 그렇다고 일부러 떠들고 다니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스스로 기특해서 소식 정도는 알리는 수준이었지만, 어느새 2년이라는 시간이 훌찍 지난 지금, 간혹 회사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알게 모르게 이런 소리를 듣곤 할 때는 여간 계면쩍다. ‘작가님께서…’ 라는 수식어를 장난 삼아 붙이며 말을 걸어 주시면 더욱더. 

이 책 안에 담겨진, 그 당시의 나의 속사정을 모르시니 그저 ‘재테크서’에 그칠 책임에 잘 안다. 
시간이 흐른 지금도 간혹 그 고통과 기쁨, 희열과 좌절의 시간들이 자다가 문득 찾아오는 순간이면…..   

그래서 이곳 습작 노트를 통해 다시 한번 남겨보고 싶었다. 
첫번째 책의 진짜 숨겨진 이야기들, 그리고 그 후기들을 말이다.     



   나의 첫번째 책의 이름은 '하루 10분 거꾸로 가계부'였다.

 사실 타이틀이 썩 마음에 든 건 아니었으나 (왜 거꾸로 인지 저자인 나 조차, 출판사의 타이틀 선정에 물음표를 마음 속에 찍었었으니깐) 첫 초고의 가제가 '새댁의 가계부'였으니, 어쨌든 어느 정도의 의미는 일맥상통했으리라.


 이 책이 참 아쉽고 또 아쉬운 이유 중에 하나는 심신이 많이 아팠을 때 나온 책이다. 그만큼 많은 사랑을 받기를 기대했었다. 그러나 그러질 못한 것 같다. 못난 애미 만나서 끝까지 고생만 하다 간 나의 아이 처럼… 

그래서 시간이 흐른 지금, 다시 기적(?) 처럼 알게 된 이 브런치 공간에서 다시 남겨 보고 싶어서 후기 아닌 후기를 적어본다.


시작은 겨울, 그리고 끝도 겨울 

  이야기를 정식 출판해 내자는 출판사와의 계약서 작성은 겨울이었다. 그러나 사실 이런 저런 사정에 의해 그 이후 거의 4개월 정도를 편집자 없이 혼자 초고를 다듬고 또 다듬어야 하는인고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갈 때 마다 사실 많이 초조하고 불안했었다.


  물론 계약서에 사인을 해 놓았던 터라 ‘빼박’이니 무슨 걱정이겠느냐만은 사실 유명 작가가 아닐 뿐더러, 내 필요에 의해 시작하게 된 ‘첫번째 책’이었고, 다만 당시 내게 다가온 운과 내 삶의 마지막 지푸라기처럼 붙잡았던 이유 같지 않은 이유가 다름 아닌 ‘글쓰기’ 였으니 말이다.   


마치 이런 느낌이었던 것 같아. 하나의 시가 시작된 거 같은..

  

글쓰기에 재능이 있는지는 사실 모르겠다.

  없다라고 겸손하게 말하고 싶지만, 이제는 되도록 솔직하게 살고 싶은 나는 차라리 ‘모르겠다’라는 표현이 좀 더 겸손해 보인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당신’께서 부디 매의 눈으로 지켜 보시다가 차갑고도 따뜻한 비판과 조언을 해 주시기를 기다리며) 하여간에 재능이 검증된 나의 글쓰기 결과물은 (공교롭게도) 재테크 부류 였던 터라, 첫번째 책에는 나의 넘치다 못해 터져 나와서 어쩔 줄 모르는 감수성의 대부분은 집어 던져야 했다. 

    

사실 기반의 신뢰를 얻고 싶었다.   

  재테크서도 일종의 그 시대의 트렌드를 타는데, 마침 내가 책을 낼 당시의 트렌드를 구지 느낀대로 말해 보자면 소위 독자들의 지갑이 열리는 책은 ‘살아있는 저자의 경험’이 뒷받침된 책이었던 것 같다. 거기에 저자의 프로필이 화려하면 화려할수록 그 책은 신뢰를 얻는다고 생각했다.   


  금융 재테크 전문가들의 서적들은 이미 동시대뿐 아니라 예전에도 서점의 경제/재테크/금융서 코너에 가면 즐비하게 화려한 타이틀에서부터 혹하는 디자인 및 띠지로 곱게 옷을 입은 책들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다. 책 출판 계약을 하고 나서 편집자와 함께 이야기를 다듬어 나가는 작업을 하기 이전의 사정 상 몇 개월의 시간 공백기를 가져야 했던 나는, 대신에 정기적으로 서점에 가서 해당 코너를 기웃거리면서 어떤 트렌드로 어떤 이야기들이 지금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기고 있는 지를 ‘관찰’하는 시간을 보냈었다.  

 

정성껏 아이를 대하는 마음 같았던 것 같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 때 나는 그랬다. 한 권의 책을 세상에 출판해 내기 위한 초짜 저자의 고군분투기를 이 공간에서 어떤 문장으로 나의 그 시간들을 대변해 줄 지 의문스러울 정도로, 나의 첫번째 책을 이대로 대충 써 내려갈 수가 없었으니깐.   


작업은 만만치 않았다. 

  딸리는 필력은 둘째치고 사실은 내 성격 때문이기도 했다. 나는 천성이 눈물이 많고 정이 많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없어지기도 함을 때때로 느끼지만) 차가움보다는 따뜻함, 이성보다는 감정과 감수성이 꽤 높은 여자에 속한다. 그러나 그런 여자가 하물며 문학을 좋아하는데 첫번째 책이 재테크서라니.   


  소위 정보서는 문맥과 문장이 또렷한 메시지를 가지고 있으면서 감성보다는 당연히 이성이, 단어보다는 이왕이면 숫자가 주는 체감적인 임팩트가 있으면 매력적이다. 그런데 전문가도 아닌 내가 하물며 저자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책을 만들어 내기 위해 정말 원고 한 꼭지를 채워 나가기 위해 몇 십 번을 고치고 또 고치며 최대한 ‘사적인 이야기’에 ‘공적인 정보’를 담아내 감정보다는 이성을 앞세우려는 노력을 해야 했던지!

감정적인 마음은 잠시 돌돌 말아서 마음 한 켠에 숨겼어. 얼마나 힘들었던지....


그럼에도 해냈으니 

  지금 이 공간에서 책 출판에 대한 후기 아닌 후기 이야기를 적어 내리고 있으니, 몇 년이 지난 책이긴 하지만 새삼 감개무량하다. 가계부 책을 써 내려가면서 글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이성적으로 정제된, 독자가 쉽게 읽혀지면서 동시에 지식과 정보들의 나열도 필요했었다. 그래서 더더욱 나의 다듬어 지지 않은 이야기를 잘 방향 잡아줄 편집자분이 구원해 주셔야 했었는데, 함께 목차와 컨텐츠를 다져나가는 시간 이전에 나는 혼자 고치고 또 고쳐 나가고 읽고 또 읽어 내려가는 묵언과 무거운 엉덩이, 그리고 포기하지 않겠다는 강한 독한 끈기를 무기로 첫 책 작업을 그렇게 해 나갔다.


뭐든 시작을 해 놓으면 끝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 마침표가 만족스러우려면 꽤 독해져야 했다.

    

약 일년이 걸렸다.   

  순수하게 편집자와 초고를 리뷰하고 목차를 완성해서 원고를 채워 나가고 몇 번의 수정을 거쳐서 드디어 초판을 이루어 내기까지. 약 일년 정도 였던 것 같다. 물론 초고가 이미 있었고 중간에 몇 개월의 저자 혼자서 작업을 해야 하는 공백기가 있긴 했지만 이 시간이 긴 수준인지 짧은 건지는 아직도 감을 잡을 수가 없지만서도 어쨌든 나오긴 나왔다! (두번째 책이 나오면 아마 비교할 수 있을 법도 같다. 부디 곧 비교해 볼 날을 꿈꾸며 기대한다)     

출판사에서 적어 주신 오글거리는 저자 프로필이 여간 부끄러워서 사실 숨어버리고 싶었는데...


초판이 나왔을 때  

  그것은 마치 내가 여태껏 경험해 보지 못한 미지의 영역을 건드리는 금기에 발을 담기 시작한 듯한 느낌이었다. 끈질긴 노력 끝에 얻어진 결과물. 아마 책 작업을 해 본 저자, 혹은 편집자시라면 아실 수 있는 소위 ‘이쪽 세계’에 몸을 담가 업을 행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예쁜 소름 끼침을 아시리라 믿어 본다.

  

  그리고 첫번째 책을 통해 알게 된 교훈 하나는, 책을 출판해 낸다는 것에는 독자의 시선과 저자의 시선이 모두 담겨내야 함에 하나부터 열까지 세심하고 꼼꼼하며 때론 다정 하지만 상당히 냉정해야만도 한다는 사실을.  

 

  그럼에도 아무렴 어떠랴 했던게 솔직한 내 마음이었다.  

  어쨌든 내 이름이 달린 한권의 책이 세상에 나왔을 땐, 마치 지금의 쌍둥이 아들들이 1분이라는 시간 간격 차로 세상에 태어난 것과 비슷한 크기의 기쁨이었다. 물론 책이 나오고 나서 출산을 경험했으니, 아마 당시에는 나의 가계부 책이 그 출산의 기쁨과 비슷하다고 나는 생각했겠지만.  

 

  지금도 노트북을 켜서 MS 워드로 ‘새로 만들기’를 더블 클릭하는 그 순간 무언의 전율이 느껴진다. 

  그건 마치 하얀 백지를 보고 있자니 그 속에 뭔가 또 재미있는 아름다운 슬픈 나의 이야기들을 채워보고 싶은 터무니 없는 욕심이 여전히 마음 깊숙한 곳에서 새어 나오는 느낌이다. '하루 10분 거꾸로 가계부' 책에 숨겨진 나의 삶의 경험들과 돈을 대하는 마인드에 대한 철학은 사실 굉장히 어리고 미숙 했을 것임엔 분명하다. 그래도 진심을 담아내고 싶어서 부단히 애쓴 첫번째 참 고맙고 미안한 책이다.  

   

글은 계속 된다.   

  책을 출판해 낸 이후에도 글쓰기라는 건 내게 크게 변함 없는 일상의 한 부분이었다. 다만 출판 전후의 ‘현실’들에는 몇 가지 크고 작은 변화가 분명 존재하긴 했다 (이는 다음 시리즈에서 좀 더 깊게 다뤄 보기로 하며)  

  

  하얀 백지 위에 한 장의 글을 적다 보면 시간이 어느새 훌쩍 지나가 있었다. 원고 한 꼭지를 채워 나가기 위해 소제목을 수정하다 내용을 고쳐 나가기도 하고 그러면서 쓰다 지우다를 반복해 나간다. 한탄의 숨소리가 나도 모르게 내쉬며 열 문장 쓰면 겨우 한 문장 걸려 드는, 스스로 만족스러운 마음에 드는 문장을 써 내려가면, 그 안도와 위안으로 정신줄을 붙잡고 시간가는 줄 모르고 글을 썼었다. 첫번째 책의 원고들은 모두 그런 시간들을 기반으로 태어난 너무나 소중한 나의 또 다른 ‘아이’였던 것이다.   


주로 밤과 새벽 시간에 적어 내려갔던, 나의 첫번째 이야기들의 모음...


사실 돈 이야기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좀 다른 이야기긴 하지만, 책을 써 내려가려 결심했던 이유 중 하나는 유산의 아픔을 치유하려 했던 나의 조금은 엉뚱한 치유의 행위였을 지 모른다. 유산을 했고 일만 매달려 삭막한 삶을 유지했던 과거가 있었고, 그 과거의 끝에서 삐뚤어진 생각을 하며 무의미하게 살다가, 너무 의미 없는 삶이 지루해져서 나쁜 생각을 해 나갈 어딘가쯤에, 막연히 책 한권 내보자는 오기 마저 들었었던 내가 있었으니깐...   


  책을 출판해 냈지만, 꿈 하나가 소소하게도 감사하게도 이루어졌음에도 당시의 내 피폐하고 결핍된 마음은 쉽게 걸러지지 않았었다. 출판을 해 내고 난 이듬해 나는 또 유산을 경험했으니깐. 책의 마지막 어느 구절에 ‘다시 다가올 나의 아이에게’라는 문장을 절실하게 적어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참 불행한 시간들을 겪어 나가야 했다.   


세상의 모든 상처와 어둠이 내가 살아낼수록 온 몸에 달라붙어 버리는 것 같이 느껴진 시간들 이었다. 

  다 필요 없이, 그냥 사라져 버리고 싶다는 생각 하에 무작정 연차를 내고 미국으로 떠나가버린 그 시절의 내가 있었지만, 동시에 이대로 나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어른’애’였던 나 또한 있었다. 달려오는 차를 향해 정면으로 내 몸을 부딪혀 내고 싶다는 충동이 매일 있었던 시간들을 겪었다.   


그래도 다행인건 처음의 고통보단 더 큰 비극과 슬픔이 찾아왔음에도 그럼에도 내가 이렇게 버젓이 살아서 오늘을 지낸다는 사실이고, 그 살아있음에 작고 큰 계기와 위로, 위안과 다시 할 수 있다는 무언의 용기를 준 책이 바로 '하루 10분 거꾸로 가계부'였다.    


2014년 11월 17일 초판 1쇄 발행   

  그리고 2년 반 정도가 흐른 지금, 나는 두 아들쌍둥이의 엄마가 되어 그 시절을 회상해 가며 다시 글을 쓰고 있다.   

책장에 꽂혀진 책을 다시 집어 들었을 때, 처음 종이를 만졌을 때의 빳빳함이 얼마나 뭉클했던지..아직도 그 때를 생생히 기억해. 그래서 감사해 그리고 미안해...
불평도 두려움도 없이 그저 묵묵히 해 나가면
결국 꿈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Keep Calm and carry on, 하루 10분 거꾸로 가계부, p12   



그리고 나는 지금 다시 그 때와 비슷한 마음의 꿈을 다시 꿔 나가기 시작한다.   

잘 될 우리들을 응원한다고 적혀진 나의 첫번째 책에 이어 또 다른 두 번째 이야기를 준비하는 2017년을 말이다. 


To be continue


2년도 더 된 그 시절인데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는 건, 그 때의 절실함과 순수함, 그래서 움직이고자 애썼던 치열하게 살아낸 내가 있었기 때문인 듯 합니다.

출판을 해 내고 난 이후의 삶도 바뀌었어요. 그 변화는 다음 이야기를 통해서 또 써 내려가 보겠습니다.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지만 또 올거라 믿어보는 자유로운 토요일입니다. 좋은 글 마음에 담아가시면서 부디 편안한 하루 보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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