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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Feb 21. 2018

우아하게 걱정하는 연습

걱정을 걱정하는 당신 그리고 나에게 하고 싶은 말들 

걱정도 우아할 수 있을까. 

 '우아하게 걱정하는 연습'과 만났을 때, 책 겉표지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왕관을 쓴 블랙스완 한 마리가 그려져 있는 보랏빛 책. 띠지엔 하얀색 피부와 옥색 눈동자로 또렷하게 나를 지켜보는 한 사람의 사진이 담겨 있다.


'오늘도 머리가 복잡해 잠 못 드는 당신에게' 보내는 '생각이 많아 섬세한 사람들을 위한 일상 안내서' 로서 자기계발서로 분류된 책 치고는 말이다. 난 사실 작가의 삶, 그 내면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그녀는 걱정을 우아하게 하며 살았던 걸까? 그게 가능하다고? 어떻게? 


 보통 책을 들었을 때 바로 읽기보다 디자인과 책 겉표지에서 잠깐의 제멋대로 상상을 해 낸 끝에 한 장을 넘기곤 하는데 이 보랏빛 책의 그럴듯한 제목은 나를 쉽게 책을 넘기지 못하게 만들었다. 아마도 '걱정'과 '우아' 가 만들어 내는 조합에 대한 신선한 호기심과 충격 때문일지 모르겠다. 


표지 색깔이 마음에 든다. '우아우아'함


 제멋대로의 상상 끝에 겨우  한 장 한 장 넘기게 되면서 말미에 가서는 '아아' 했다. 

 책 제목 하나만으로도 뭔가 기가 막힐 듯한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게 있을 거라는 기대감과 호기심은 예상대로 그녀의 삶 곳곳에서 어떻게 걱정을 '뒤바꾸기'를 통해서 좀 더 유연하고 매끄럽게 삶을 유지하며 살아가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으니까. 


우아하게 걱정하는 연습, 이나 루돌프, 흐름출판, 2018. 02. 01. p.272


 걱정을 갖고 살았다. 작고 크게. 언제나. 

 그것은 없어지지 않는다. 삶에서 쉽게 소멸되지 않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어느새 걱정이라는 녀석은 그렇게 나의 삶 곳곳에서 잊을 만 할 때 찾아와 주었다. 신경증과 강박증, 거기에 예민하다는 성격 탓을 더해본다. 걱정을 달고 살았었다. 


그게 과연 잘 될까 
이러면 어쩌지
이런 말을 하면... 그가 받아줄까 나는 상처받게 될까
할까 말까 해도 될까 해선 안될까 


 걱정의 근본엔 '의심'이라는 친구가 자리했었다. 

그랬던 것 같다. 의심. 난 의심이 꽤 많은 성향이었던 것 같다. 지금은 꽤 과거형에 가깝게 말하게 된 건, 예전의 걱정을 했던 삶과 지금의 걱정을 하며 사는 삶이 좀 다른 느낌이어서. 그래서 그런 지 모르겠다. 


 저자도 이런 내 사견에 동의해 주실지 모르겠다. 그녀도 그랬다고. 그녀의 연기를 해 나갔던 삶 속에서, 엄마가 되어 아이들을 바라보며 집안의 일들을 일과 동시에 해 나가며. 글쓰기를 해 나가며, 사람을 만나며. 숱하게 만나야 했던 걱정들이 있다고 했고 그걸 보여주었다. 책 곳곳에는 여러 챕터로 나뉘어 있는 에피소드를 통해 간결한 저자만의 나름의 걱정을 대처하는 노하우와 길을 알려준다. 


이른바 저자의 '우아하게 걱정에 대처하는 방법'이랄까   


평소와 반대로 하기 : 습관 깨고 뒤바꾸기 (그게 과연 진짜일까, 그 감정이, 그 걱정이 진짜일까 라는 의문) 

스스로 만든 걱정 깨기 : 애초에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 까지 지레 걱정하게 만드는 악순환에서 탈피 

솔직하게 거절하는 두려움 벗기 : 솔직하게 마음을 비춤으로 인해 내면의 걱정을 없애는 것

남의 비판 수용하기 : 타인의 비판이 시작되면 내가 할 일은 없다. 받아들일 건 들이고 아닌 건 버리기

내 일 몰두하기 : 나만의 시간 즐기기 (이건 베스트 인정각!)

이성적 생각 : 감정 말고 이성 (난 이게 어렵다... 언제나 늘. 요즘은 더더욱) 

더 나아지려고 노력하지 말자 : 때론 그냥 내버려두는 게 최선

평가 말고 인정, 받아들임 

지금 여기 집중 


오늘의 문장 


나에 대한 상대방의 이해 여부는 내가 상관할 바 아니다. 나를 이해하고 말고는 그가 알아서 할 일이다. 

삶이란 물처럼 흘러간다. 나도 함께 흘러간다. 타인에게 거부감을 주거나 충돌하거나 붙잡거나 변화를 바라거나 내 맘대로 판단을 내릴 필요가 없다.

나는 세상의 일부로서 세상 어느 것과도 뗼 수 없는 관계다 


 이왕 할 걱정이면 '우아'하게. 그렇게 '좋은 걱정'을 택하고 싶다. 

 이 책은 '심리'와 밀접한 내용, 그리고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진리들을 저자만의 생각으로 여러 에피소드들과 함께 잘 어우러져 우리를 찾아온다. 어떤 이야기는 공감이, 어떤 면에선 나의 가치관과의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다. 


나에게 좀 더 관대하고 너그러워지는 연습, 거기서부터가 어쩌면 자존감의 시작이 아닐까. 


 가령 '자신에게 회초리를 휘두를 필요 없다'는 내용은 극 공감이었다. 나조차 나를 너무 자학하거나 학대하면 삶이 너무 아플 테니까...   반대로 '남의 비판을 수용'하라는 메시지는 그 저의에 충분히 동의했지만 그럼에도 반문을 던져내도 본다. 왜 타인들은 '비판'을 좀 더 '칭찬'보다 하게 되는 걸까?라는 식의 일종의 세상의 악의 넘치는 불특정 다수를 향한 나만의 소리 침이겠다. 


 타인의 삶을 함부로 이야기할 수 없는 우리는, 서로의 삶을 함부로 옳고 그르다를 쉽게 기준 지을 수 없을 테다.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나와는 달리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너일지도 모를 일이니 말이다. 그러니 가급적 내가 아닌 '타인'에게 걱정거리를 심어주는 날 선 비판은 가급적 하지 않게 되었다. 난 이제 좀 더 열려 있어 보고 싶은 걸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그리고 남인 너에게도.. 


너그러운 시선으로 타인의 삶을 인정하고 존중할 줄 안다면 말이다
애초에 내면의 걱정 씨앗이 되는 '타인들의 날카로운 비판'도 없어지지 않을까..


 우린 서로에게 결국 '타인'일 테니까. 

 우주의 모래알만 한 나약한 존재가 바로 '나'이고, 나는 다른 이들에겐 '타인'이 될 테다. 그렇다면 나의 이왕 하는 걱정이 '타인' 때문에 생기는 게 아니라 '나' 때문에 생겼으면 좋겠다. 반대로 타인의 걱정이 '나로'인한 게 아니라 그 혹은 그녀의 오롯한 문제 때문에 생기는 걱정이기를 바란다. 


걱정은 '남의 시선'을 생각하다 보니 생기는, 섬세한 내면에서 나오는 것일 테니까.


 좀 더 나 자신에게도 관대하고 너그럽게. 그리고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그렇게 내가 바라보는 이상향과 내가 되고자 하는 내 모습과 근사치에 가까울 수 있다면. 나는 걱정을 이제 덜 두려워하고 싶다. 아니 이미 고통스럽거나 불안하지는 않게 되었다. 물론 불면증이 여전히 있으나 예전의 고통스러운 불면증이 아닌, '내일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사람을 만나서 어떤 이야기를 나누지'라는 정도의 설레고 괜찮은 걱정으로 인한 불면증이 생겨 버린 건 사실이다. 어느 정도의 자존감의 근력이 생긴 걸까. 모르겠다.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한 날들은 이렇게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내가 있으니. 그러나 또 알 것도 같다. 내가 어느새 이만큼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말이다. 


 생각이 많아 섬세한 사람들을 위한 일상 안내서, 우아하게 걱정하는 연습. 

 오늘도 잠 못 이룬 당신에게 책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메시지들이 부디 조금 더 용기 낼 수 있는 나로 다가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기를 바란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당신도 그러하기를. 


걱정 조차 하지 못하게 만들어 버릴 강력한 '사랑' 어쩌면 그게 정답일지도요.... ! :) (사랑쟁이가 되어가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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