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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May 08. 2018

# 그냥 해 보기로 한다. 여전히, 주저하지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고. 부끄러워하지도 말고.... 이거 저거 재지도 말고

책이 나왔고, 잠깐 몸이 아팠고, 일과 육아를 병행해 내고 있었다. 별 반 달라질 건 없었다. 

좀 더 바쁘고 좀 더 게으르고 싶고, 아니 어쩌면 좀 더 '도망'치고 싶다는 마음이 앞서 나갈 요즘이어서. 그 와중에 이거 저거 그럼에도 닥치는 대로 틈틈이 읽고 쓰는 삶을 유지해 내보려고 안간힘을 쓰다가도 멍하니 뭔가에 빠져서 멍텅구리가 되어갈 무렵... 뭔가 공허해질 무렵... 다시 책 작업 의뢰를 '선물' 받았다. 그래 이건 내게 정말 선물 같은 기적과도 같은 일인 것만 같은 벅차오름이다.  


해 보기로 했다. 망설이기 이전에. 이 마음을 사라지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원래 시간이 흐를수록 기억도 마음도 점점 옅어진다는 걸 알기에. 그래서 남겨 본다. 여기에. 몇 년이 지나서 또 새로운 이야기가 세상에 나와서 버젓이 나를 기다려 주고 있을 때. 그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나는 이 글을 썼던 이 마음을 기억이나 할 수 있을까.. 온통 의식의 흐름으로 제멋대로 적어 내리는 낙서 같은 이 글을, 어떤 마음을 써 내려갔는지 여전히 기억이나 하면서 살까. 그 먼 훗날엔. 

바랐던 '연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브런치 위클리 매거진. 이제 막 긍정적인 메시지를 접했고, 여전히 '처음'의 앞에선 '끝'의 실체를 두려워하는 인간인 나로서는, 그럼에도 그 뚜렷하지 않은 실체를 앉은 채,  중요한 건 '시작'을 해내기 시작했다는 것. 


시댁으로 내려가는 차 안이었다. 여느 때와 같이 양쪽에 쌍둥이 카시트 중간에 끼여서 아기들을 달래 가며 비 오는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아이들이 잠들고 잠시 핸드폰으로 메일을 열어 보는 순간이었다. 

눈물이 흘렀다. 나도 모르게. 
메일을 보자마자... 바랐던 장면이 연출되기 시작해서, 아니 어쩌면 말이다. 글쓰기도 읽는 삶도, 모두 다 자신이 없어지는 요즘이어서 그랬을지 모르겠다. 식구들의 따뜻한 호응은 바라지도 않지만, 여전히 냉소와 차가운, 그런 시선을 받고 있는 요즘이어서, 내가 그렇게 느껴서. 자격지심에 그랬을지 모르겠다. 그 메시지는 내게..


'당신 글,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오늘의 이름이 나였으면 좋겠어
발간된 지 이제 한 달이 지나가는 소중하고 그만큼 아픈, 나의 또 다른 아이는, 사실 여전히 조각나고 모난 마음으로 가득하다. 읽어 주시는 감사한 독자 한 분 한 분을 생각하기 이전에, 그저 도망치고 싶었던 현실에서 살아내 보려고 잠깐 도망치듯 적어 내렸던, 어리고 어리숙한 저자 생각만 앞섰던, 이기적인 글이었기 때문에.... 그래서 사랑을 덜 받고 있는 걸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다만 그러든 말든 많이 읽히기보단 깊이 누가 좀 더 깊숙하게 들어갔다가 나와 주시고 또 진심이 작고 크게 전해지는지 그게 중요하지만.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욕심을 내는 나는 여전히 에고 덩어리 인간이기도 하다. (뭐가 이리 복잡스러운지) 

                                                                                                        

혼자 써 내려가는 시간이 참 감사하면서도, 요즘 더 시간을 내기 힘이 든다.... 놔주지 않아서.... 날.. 


바랐던 장면을 상상해 내는 이 어리석음, 조금 더 지속하며 살아봐도 좋은 걸까 
상상의 힘을 믿는 이 무언의 간절함이 어쩌면 통했던 걸까. 막연하게 생각만 했었다. 그러나 참 구체적(?) 이기도 했었고. 전략적인 인간이 전혀 아닌데 이런 것 보면 또 어딘가 교묘하게 전략적인 듯도 싶고 하여튼. 

다시 시작해 보고 싶다. 아니하려 한다. 다시. 새로운 이야기로. 
아니 어쩌면 완벽히 새롭지 않은 여전히 '나의 이야기와 너의 이야기'를 해내는 시간들의 이야기를 하게 되겠지만. 가능할지도 사실 모르겠다. 두 권의 책을 동시에 연재해 내는..... 에너지. 아이들이 커갈수록 시간은 더 없어지고, 또 회사에서도... 일을 병행하면서 가능한 일일지도. 그러나.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속 상상했던 장면을
주위의 따가운 에너지에 주저앉고 싶지 않아서, 다시 일어나 보려 한다.

                                                                                                         

다시 한번 열심히 담아 보고 싶은 2018년. 봄. 그리고 다가오는 여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이 다다를 때쯤엔, 세상에 '쌍둥이'가 출간될지 모르겠다. (내 팔자는 역시 쌍둥이인가-) 

이 글을 정말 세상에 내놔도 좋은 걸까. 
망설임과 동시에 소망 같던 꿈에 가까워지는 이 뭉클함.... 터질 듯한 이 마음. 놓치고 싶지 않은데..
내가 뭐라고 또- 당신이 이야기했던 것처럼 내가 뭐라고 난 이런 삶을 살고 있는 걸까- 

그럼에도 바란다

터질듯한 하루하루를 견뎌보다 보면 결국, 그날에 가까워지겠지라며. 그때 바랐던, 그리고 여전히 바라는. 그날....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는 그런 날.  


온통 새까맣게 칠해졌는데, 마음에서 여전히 오로라가 흐르나봐...


오늘도 안개 같은 꿈을 좇아 살아 있는 이 시간을 흘러가 본다.
잘... 흐르고 있다고 믿는다면. 굳게 스스로 믿을 수 있다면
나 이제, 못할 것. 정말 없겠지 싶어. 그럴 수 있을 것만 같아..




브런치 위클리 매거진을 연재하게 될 듯 싶습니다.
그 이야기를 좀 더 공개적으로 오픈하는 게 여전히 두렵지만, 해 볼까 합니다. 엄마 나 그래도 되겠죠..

'친애하는 엄마에게'  
미안해요 엄마 나 이렇게 여전히 쓰면서 살아야겠어요.... 안될까요. 


https://brunch.co.kr/magazine/dearmymo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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