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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May 10. 2018

# 그녀가 그랬다. 거짓말을 사랑했다고.

거짓말 같은 말도 안 되는 하루를 여전히 상상한다.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겉과 속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마음이 점점 더 바깥으로 새어 나오기 시작한다. 우울증이 다시 도진 걸까. 아니면 오래 먹고 있었던 항생제 때문일까. 체력이 바닥이고 웃는 에너지가 고갈되어 간다고 느끼기 시작하니, 모든 게 다 좋게 보이지 않는 요즘이다. 그러다 어제. 집으로 돌아가서 잠든 아이들을 바라보며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아서 아무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생각이라기보다 그냥 편안하고 평화롭고 좋고 미안하고 사랑스러운 느낌.... 만을 간직한 채 잠에 들었다. 자주 들었던 '헤븐스럽다'는 말이 주는, 밝은 느낌이라기 보단 감춰져 있던 내면의 불투명한 그레이에 가까운 마음이 겉으로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뭐냐 이 재수 없이 알량한 셀프디스각은.

어제는 모든 게 허탕이었다. 
집으로 부랴부랴 달려가던 중, 도서관에 잠깐 들르기로 했다. 읽고 싶은 책이 있었으니까. 그러나 결국 실패. 누군가가 빌려간 것도 아니었지만 서가에서 책들의 행방을 찾을 수 없었다. 아이를 보러 가야 하기에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 좀 더 도서관에 남아서 여기저기 둘러보며 찾아내고 싶었으나... 그럴 수 없었다. 그러지 않았다. 다만 그대로 눈에 띄는 생각 하지도 못했던 책 한권만 빌려서 그렇게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아이를 보고 엄마와 잠시 대화를 나눈 뒤 그렇게 잠이 들었다. 꽤 일찍... 아니 잠에 들어 버렸던 걸지 모르겠다. 

 아침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나도 모르게 음악 볼륨을 높여 버렸다. 
노래가 경쾌하다. '오후 12시 이후에 나를 사랑해줘'라는 제목과 걸맞게. 아이들은 아빠와 외할머니와 잘 갔을까, 종종 원고 쓴답시고 남들보다 한 시간 정도 일찍 출근하는 엄마를 아이들은 원망할까, 외할머니처럼.... 나의 엄마처럼.. 그러나 뭐 그러한들. 난 이미 출발했고 도착해서 이 글을 잠시 써대고 있으니. 이렇게 생겨먹은 건 역시 어쩔 수 없다. 


오후 12시 이후부턴 나를 사랑해줘. 
들리는 노래가 그러하니, 그래서 나는 나를 사랑해 보기로 한다. 
일단 오늘 약속부터 하고 본다. 그렇게 스스로.. 좀 더 단단해보자고. 


                                                                                                       

어제 그렇게 괜스레 마음이 시렸던 건 말이다. 그래. 항생제 때문이라는 핑계를 대 본다. 
무덤덤히 변명이 쌓여간다. 깊은 마음에 묻어 둔 장면들이 다시 속속 찾아온다. 괴롭지만 또 괴롭지 않은 건 역시 '흘러가는 시간'때문일지도 모르고. 여하튼... 결혼 이후 5월이라는 달은 생각해 보면 매 해 그랬던 듯싶다. 마음이 편치 않고 사사로운 사건들을 많이 격고 무엇보다 몸이 약해지는... 그런 달이랄까. 그래도 자책감 때문이라는 말, 하고 싶지 않아서, 다만 한 달 이상 복용하고 있는 항생제 때문이라고 중얼거려본다. 그래. 약 때문이라고 해 두자. 그게 마음 편하니까. 

나의 '최대' 작가이신 그녀는 '거짓말'을 집필했을 당시 서른두 살이라고 했었는데...
하...... 망했다 싶다. 여전히 사실 그렇다. 어쩜 이렇게 질투심이 많은지. 여전한 나의 신생아적인 유치 찬란한 마음은 스스로 감춰보기로 한다. 다만 이상하게 뜨거워지고 주체할 수 없는 떨림은 (여러모로) 글을 쓰며 잠시 다스려 본다. 


공모전 2개를 준비하고 그 와중에 다른 느끼의 원고 작업을 시작해야 하는 요즘이다. 일과 육아. 그건 기본 세팅값이고...... 그럼에도 '꿈'을 포기할 수 없어서 이 모양으로 살고 있다만. 포기하지 않을 거라면 애초에 이런 마음조차 먹지 않고 열심히 웃으면서 '캔디스럽게'달려가야 할 텐데. 망한 요즘이지 싶다. 도저히 글이 좀처럼 써지지 않는다. 어제 다 엎어버렸다........ 1/3을 써냈는데, 챙겨보고 있는 연재물과 그녀의 '서른두 살의 집필 물'이 생각나서. 아니 사실. 


그래. 그럼에도 나의 가장 큰 무기.. '그 분'이 오셨을때 엄청 써 댄다. 분량 뽑는 건 자신 있음...지금처럼.


내 문장은 '읽히지 않는, 팔리지 않는 가짜'다.라는 알량한 생이 나를 붙잡아서 
알 수 없는 초라함을 느낀다. 용기가 떨어져 간다.

                                                                                          


그녀가 그랬다. 
주어졌던 시간들은 힘들게 얻은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집착. 작가로 출세해야겠다는 욕망, 그로 인한 불안함과 두려움 초조함. 이미 돈을 받기로 했으니 써내야 하는 부채감까지 겹쳐서 정작 글보다는 악몽에 시달리게 한 시간들이라고.. 딱.. 그런 마음. 이율배반적인 삶을 살고 있는 걸까. 나 지금 왜 글을 쓰고 있지. 지금 이 순간 글에 몰려 살아가고 싶지만 따가운 식구들의 눈총, 그럼에도 달려가려는 나. 여전히 괴리감에 빠진다 그게 요즘 좀 더 심해진다.


그러다가 탄생된 그 대사와 문장, 이야기... 가짜를 이기는 숨겨진 '진짜' 이야기.                                                                       


생각을 하다가, 노래를 듣다가 이 글을 아침에 맥락 없이 써 내려가다가... 여전히 주섬주섬 글을 써 보기로 한다. 아니 써야만 한다. 그는 나에게 이제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지만, 아니 그 어떤 대사도 말도 먼저 꺼내는 법이 없지만. 내가 쓴 글을 도중에 읽고 싶지 않다는 그와 함께 생을 살고 있음에 문득문득 억울하고 분노하고 또 서운하고 화가 나지만, 그럼에도 그와 나라는 각자 따로 또 같은 이 삶을 존중하며.... 그렇게 그의 감정보다 나의 감정에 집중한 채, 나는 이렇게 스스로를 또 발가벗기듯 글로 꺼내보려 한다. 


여전히 닿지 않고 기다리고 있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상상하며.
한 글자, 두 문장, 세 단락.. 주섬주섬 그냥 해보기로 한다. 


깨끗한 삶을 위하여. 좀 더 지저분하지 않을, 다스려진 나의, 너의, 그의, 그녀의. 모두의 마음을 상상하며. 원래 이야기란 그렇게 시작하는 법일 테니까. 


'컴퍼니' 라는 가제로 중편(이든 단편이든 일단 상관 없이) 소설을 연재해 볼 생각입니다. 11년차 밥벌이로 직장에서 있었던 일들과 제가 요즘 상상하는 여러 것들을 그냥 허구와 실화, 여러가지 다 섞어서 제멋대로 써 내볼까 합니다. 심심풀이 (+화풀이) 삼아서....

오기와 독기가 아침에 뿜어져 나와서 일단 이렇게 이 공간에서 '확언'합니다. 생각은 언제나 선행하니까요. 언제 시작할 지 모르겠지만 프롤로그 시작하면 뭐 어떻게든 되겠죠. 




#거짓말_같은_대작은_그래_1000번 쓰면_1번_터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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