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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Aug 10. 2018

나란 무엇인가

나란 무엇일까에 대한 짧은 단상  

나란 무엇일까 


'누구'라는 정의 대신 '무엇'이냐는 문장은 '형이상학적'인 질문으로 되돌아온다. 

'나'라는 사람을 존재하는 주변 수많은 것들 중 내가 사유하고 있는 것들을 기록하다 보면 결국 나란 '무엇'인가라는 것의 답이 나올까도 싶어서 곰곰이 생각해 본다. 

어느새 가 되었을까무엇이 나를 이끌었고 여전히 끌어당기고 있을까
쓰는 사람. 어느새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눈 떠 보니 어느새.라는 말은 사실 거짓말. 글 쓰는 사람이라는 수많은 나를 만드는 정체성 중 한 부분일 테다. 오늘을 흘러가고 있는 나만의 시간들이 모여서 나라는 인간을 만들어 내고 있는 걸지 모른다. 그래. 나도 정말 모르겠다. 나란 무엇인지. 죽음이라는 선물을 받아들일 때쯤이면 알 수 있을까. 
 
오늘의 시간들의 합이 '나' 일지도 모르겠다. 
스스로를 잔인하게 학대했었던 시절이 있었다. 반대로 어딘가에서 샘솟는 생을 향한 간절한 열망 끝에 나를 끌어 앉고 사랑하기로 마음먹었던 시간들조차도. 이런저런 시간들의 우여곡절 끝에 책을 만났고 빠져들다 글과 인연을 맺기까지. 그리고 그 시간들의 연속 안에 언제나 ‘사람’ 그리고 ‘사랑’ 이 있었다. 사람과 사랑을 갈망하는 나. 여전히 에고가 슈퍼에고를 이기지 못해서 현실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나. 현존을 희망하나 과연 ‘지금을 살고 있다’라고 자신 있게도 말할 수 없는 나. 
 
그렇지만 다행인 건 그런 나를 이젠 끌어 앉고 ‘괜찮아. 난 널 사랑해.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문장을 입 밖으로 뻔뻔하게 내뱉을 수 있는 일종의 자존감을 훈련시켜 가고 있는 나. 그게 바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라서 참 다행이고 고맙다. 
 
나는 요새 저녁을 기다리는 ‘나’를 늘 마음에 품고 산다
가즈오 이시구로, 남아있는 나날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저녁은 하루 중에 가장 좋은 때요. 당신은 하루의 일을 끝냈어요. 
이제는 다리를 쭉 뻗고 즐길 수 있어요. 내 생각은 그래요. 하루 중 가장 좋은 때는 저녁이오. 


나의 저녁은 때로는 넘치는 기쁨이기도, 때로는 간절한 슬픔이기도



역할극을 마치고 온전히 내가 되어 고요한 정적만이 남겨진 시간. 그 시간을 기다리며 쓸쓸함과 외로움, 뿌듯함과 오늘의 크고 작은 후회를 다시 글 속에서 그려내는 나는 오늘도 저녁을 기대한다. 


글을 쓰다 어떤 기억과 마주했을 때, 그 나쁜 기억들과 화해하는 법을 여전히 잘 몰라서 눈물을 흘려버리고 마는 나이지만. 반대로 싹싹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 덕분에 다시 끄집어내고 싶은 좋은 기억도 지금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싶은 나이기도 하다. 
 
때론 내가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글이 나를 써 내려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이 순간처럼. 그리고 감히 소원한다. 무섭고 떨리고 긴장되고 후회되는 하루의 시간들을 겪을 지라도. 반대로 용기를 되찾고 회복 탄력성을 기르며 다시 오늘을 살아갈 수 있기를. 그리고...


나란 무엇이냐의 끝에, 지금 여기 살아있는 '나'로 남기를... 


                                                                           


#나도나를알고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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