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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Aug 04. 2017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기억은 왜곡될 수 있고, 그 기억은 내가 만든다.

 당시의 '기억'을 되새겨보며

지금은 '채식주의자' 덕분에 맨부커 상이라는 게 한국에서 꽤 유명해 졌으나 사실 이 책이 맨부커 상을 받든 받지 않든, 유명하든 아니든, 내가 끌린 건 당시 책 제목 때문이었다. (또! 하필! 왜 눈에 띄었는지...하하) 


 최근, 이 책이 조명받기 시작한 건 '영화'로 나온다는 최근 소식 때문일 지 모르겠다. 읽어 내리면서 당시 '기억'과 '현재' 그리고 '과거'에 대해서 깊은 사색을 잠시 했었던 20대의 끝무렵의 내가 떠오른다. 당시의 '기억'을 더듬어 오늘 다시 서재의 책을 꺼내본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 다산책방, 2012. 3. 26. 268p

 

사견이나, 영화를 보시기 전에 반드시 원작이 주는 묘사의 서사성과 묘미를 꼭 느꼈으면 좋겠다. 영화를 보지 않았기에, 얼마나 스토리가 비주얼로 잘 살려서 나왔을 지에 대한 기대는 덤으로. 약간의 스포(?) 기질 발휘하여 간단한 전체 맥락을 소개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남자 주인공인 토니, 여주인공은 베로니카의 이야기다. 열등감에 차 있는 토니는 베로니카와 젊은 시절 헤어지게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토니의 친구였던 에이드리언의 자살에 대해서, 40년이 지난 어느날 우연히 찾아온 '편지'로 인해, 혼자 조사를 해 내기 시작한다.

전체적으로는, 어느날 찾아온 편지 한 통으로 인해 주인공 토니에게 벌어지는 과거 지워졌떤 기억에 대한 진실을 찾아가는, 심리물이라고 표현해 두자. 잊고 지냈던 과거 젊은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첫사랑 베로니카에 대한 기억 속에, 또한 자신에게 유산으로 남겼다는 일기를 통해 서서히 그 기억속으로 찾아가는 이야기다.


사랑의 기억이 과거가 되고,  후회와 미련, 아쉬움과 그리움이 남는다면, 그럼에도 되도록 오래오래 기억해보자. 결국엔 사랑...


사람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삶을 살아가면서 여러 많은 사건들을 개인 삶에서 겪고, 또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게 우리 삶이다. 중요한건 그 삶을 흘러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그 마주한 '현재'를 기억하게 되는데 그 기억이라는 게 '상황'과 내가 처한 '환경'에 따라서 똑같은 객관적 FACT 임에도 FACT 는 때론 왜곡될 수도 있다.


  언제든지 내가 틀릴 수 있음을 우리는 얼마나 수용하면서 살고 있을까. 

 나만 해도 '내가 결국엔 잘났어, 내 말이 옳아'라고 부끄럽게 주장했떤 과거의 기억이 존재한다. 당시엔 내 가슴과 마음이 열린 자세가 아니었기에. 사람에게도, 시간에게도, 그렇게 열려 있지 않은 채, 내면 세계에만 갖혀진 상태에서는 소위 '열등의식'으로 사로 잡히다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한 기억도 누군가에겐 사건이 되고 만다.

 

 주인공도 열등 의식이 있다. 그래서 주인공의 과거 속 기억은 그 과거가 현재였던 순간과 시간이 지나 알게 되는 또 다른 진실과 마주하는 주인공의 기억은 다르다. 그리고 그 주인공의 시선에서의 기억이 아닌, 타자가 느끼는 기억도 다르다.


 이렇게 바라보는 사람이 누군지, 주체인지 객체인지, 진실인지, 사실인지 등등, 세상을 해석하는 건 그리고 내가 기억하는 당시의 FACT 를 대하는 기억은 상당히 주관적일 수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서로를 바라보며 느끼는 감정이 제각각 다르다. 

 그래서 서로를 바라보는 시점의 차이 때문에 사실을 받아 들이는 기억도 달라질 수 있음을 설명할 수 없어도 느낌으로 알 수 있다. 서로 다른 감정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세상에서는, 별 것 아니라고 치부될 수 있었던 나의 기억도, 누군가에게는 끔찍한 혹은 환희에 찬 기억으로 남아있을 수 있다.


오늘의 문장 


우리는 시간 속에 산다.
시간은 우리를 붙들어, 우리에게 형태를 부여한다.
그러나 시간은 정말로 잘 안다고 느꼈던 적은 단 한번도 없다.


이왕 기억할 거면 '행복'한 기억이고 싶다. 

  삶은 24시간의 연속이다. 그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우리가 산다. 진짜 나로 살든, 가짜 나로 살든, 우리의 삶은 고통이든 기쁨이든 행복이든 불행이든 사건과 에피소드들을 그렇게 만들어 가면서 흐른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우리가 대하는 현재, 그리고 그 현재에서 만나는 나의 기억이라면, 이왕 만나는 기억이 되도록 '행복'했으면 좋겠다. 시간이 흘러서 오늘이 어제라는 과거가 되니 기억이란 그렇게 옛것으로 변모될 지언정, 그렇다면 이왕 변모될 기억이라면 되도록 오래오래 행복하고 싶다.


몇 년 전, 미국에서의 겨울이라는 시간, 그 기억 덕분에 오늘을 살기도 해. 꽤 오래오래 마음에 담아 꺼내어 보곤 하니깐..


 그 어떤 현실의 고통과 고뇌, 힘듬과 빡침이 다가올 지라도, 난 오늘도 결심한다. 있는 힘껏. 오늘 지금 이 순간 행복을 선택하자고. 내겐 아직 그럴 힘이 남아 있고, 그래야 한다고. 그리고 되도록 오래오래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만들어갈 나의 이 시간들이, 부디 사랑 충만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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