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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Sep 17. 2018

12시, 나에게 보내는 편지

내가 '널' 마주하는 완전한 순간의 '나'에게 

'널'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을.  

의식적으로라도 더 열심히 하고 있는 지금은 오후 12시. 병원은 잘 다녀왔니. 목이 갈라진다 싶더니 어쩐지. 환절기엔 여러모로 조심해야 해. 심신 모두 잘 챙겨야 해. 알고는 있니. 넌 그래야 한다는 걸. 내려놓으면 안 돼. 그러고 싶지도 않은 너라는 걸 나만큼은 알고 있으니까.  

- 감기치곤 자주 뵙네요. 
- 아 네..
- 항생제 처방 일단 하겠고 목요일에 뵙죠 
- 네. 고 맙.. 습니다. 
- 괜찮아질 겁니다. 


누군가의 의미 없는 그 단순한 문장에서 눈물을 글썽일뻔한 너라는 걸 안다. 
이 목소리를 '그'에게 듣기를 여전히 넌 바라고 있구나. 들리지 않은 목소리를 애써 기대한다면, 그 마음이 계속될수록 같이 지쳐버리게 될 테니까. 그동안 잘 잠재워 두고 살았잖아. 7년을 같이 살든 17년을 같이 살든 변하지 않은 어떤 부분을 이제는 기대해선 안 된다는 걸. 알면서 왜 또 그랬을까. 너와 그가 함께 하기로 약속하면서 묵시적으로 네게 따라온 이쪽 세계의 룰과 같은 거였다는 걸. 넌 뒤늦게 알아버린 걸까. 아직 잘 안되는구나. 알아주기를 바라거나 기대고 싶은 어떤 마음은 다른 소리로 결국 입 밖으로 흘러나오게 되니. 


세상은 변하지 않아. 네 주위도 쉽게 변하지 않아. 오로지 변해야 하는 건 '너' 일 뿐이지. 
지금 네 마음 안에는 어른 아이가 잠에서 깨어났구나. 여전히 그대로구나. 헤븐. 널 다시 흔들고 있구나. 가면을 쓰고 살아 있다 한들 지금 마음이 그래서야... 일상이라는 시간이 그래 가지고 괜찮겠니. 걱정을 다시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있는 힘껏 난 널 지켜보고 있어. 이렇게 혼자 남겨진 시간만큼은. 아무것도 감추지 않은 채 민낯으로 발가벗겨진 24시간 중 단 몇 시간.. 너와 마주하는 이 짧은 시간만큼이라도 널 제대로 바라보고 싶어서. 난 이 시간을 지켜내고 있어.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은, 오로지 네가 나에게만 보여주는 이 소중한 시간을. 

회사 근처에 그 병원이 있더라. 근데 넌 무서운 거였지. 다시 찾아가기가. 그 약은 호르몬에 영향을 주는 약이기 때문에 자칫 예민한 기질의 사람에게는 큰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다는 말에 주춤했던 거지. 두려웠을 거고. 



기억하니. 그럴 때 난... 네 이름을 불렀었다. 

네가 그렇게 흔들리거나 눈물을 흘릴 때나. 심장이 머질 것 같은 순간에. 그럴 때마다. 네 이름을. 정말 열심히 불렀다. 넌 대답하면서도 울고 있더라. 네가 그래 버리면 나도 어쩔 도리가 없어. 널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어. 다가가지 못하고 안아주지 못한 채 그저 멀리서 널 바라보는 것 이외엔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래도 있잖아. 믿어 볼래. 언젠가는. 결국 제대로 되돌아온다는 걸..

네가 지금 품고 있는 나약함, 투명함, 알 수 없는 슬픔과 우울. 그 와중에 지속돼야 하는 일상이라는 쇼...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네 모습조차. 전부 너였고 그걸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봐 온 나는 널. 




놓치지 않을 거야.



혼자이지만 혼자가 아니라는 걸. 

네가 좀 더 강하게 기억해낼 수 있기를. 그럴 수만 있다면 나. 뭐든 해볼 거야. 널 위해서. 하나의 고통 혹은 하나의 희망, 하나씩 차곡차곡 감정들을 메 만져가면서. 그렇게. 울고 웃고 살아가다 보면. 

어느 날 어딘가에서. 
기다려온 진짜 바라던 내 모습을, 넌 마주하게 될 거야. 넌 다시 일어날 거고, 도약할 거야. 추락해도 다시 걸어갈 너를. 난. 믿어. 왜냐하면 넌 날 알고 있으니까. 나는 여전히 널 이렇게 바라보고 있고.. 

우린 숨어 있어도, 서로의 존재를 금방 들켜버릴 테니까. 사랑하니까. 사랑하는 한. 우리는 그럴 테니까. 내 마음은 널 향하고 있다는 걸 넌 기억하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그렇게 눈물도 나오는 거라고. 고마워서.... 아직 널 놓치지 않은 나에게 고마워서. 그렇지. 그럴 테지. 

들리니. 지금. 큰 목소리로 네 이름을 부르고 있는데. 
누구보다도 빨리 네게 다가가고 싶어서. 그러니 기다려. 내가 널 금방 되돌려 줄 거야. 기다려... 

사랑을. 해. 헤븐. 난. 너를. 그리고 넌. 나를.. 


                                               

몇 번이라도 쓸 수 있어. 난 너에게. 네가 괜찮아질 때 까지. 누구들이 비웃어도. 알아주지 않아도 몇번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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