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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Dec 03. 2018

11월의 책들

#책  #글  #말  그리고  #생각. 

11월. 

가장 '적게' 읽은 한 달이었지만, 책이란 양에 비례하지 않으니. 마음에 남는 이야기들은 여전히 살아 있음에 역시나 감사했던 11월이었고, 그 11월이 지나서야 몇 글자 적어내 본다. 




아는 와이프 1, 2
극 공감으로 몰입해서 읽었던 '아는 와이프' 시나리오집 두 권. 이 덕분에 11월의 시작에서 흠뻑 소설의 - 허구 창작의 - 세계로 다시 접어들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는 와이프'는 결혼과 육아 생활을 거치면서 '부부'의 서로 다른 시선이 잘 그려진, 극 사실주의(?)를 담고 있는 아는 와이프의 플롯 전개는 기혼남녀라면 - 특히 아이가 있는 부부라면- 한 번쯤 겪어왔던 감정선이 잘 담겨 있어서, 그래서 배울 게 많았고 공감도 참 많이 됐었다. 여담이나 타이밍에 딱 맞는 대사가 어찌 그렇게도 각 씬 별 장면과 잘 어울리던지. 빨아들이는 흡입력이란. 어쩔 도리가 없다. 역시 시나리오 쓰려면 이 정도의 대사는 돼야..... -  그리고 다시 돼 질문하게 만드는 이야기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 '라는. 



당신이 옳다 
마음이 무너졌을 때, 우리는 그 누구라도 '심폐소생술'을 일으킬 수 있는 누구의 구원자와 치유자가 될 수 있다. 의사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지 않아도. 사실은 사건이 일어난 어떤 현장에서 우리가 건넬 수 있는 손길 눈길 따뜻한 시선과 마음 씀씀이. 그것들만 가지고도 진심이 담겨 있다면 충분히. 충분히 어떤 사그라드는, 병들어진 누군가를 일으켜 세울 수 있는 CPR을 해낼 수 있는 사람들이 될 수 있을 거라며.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의사'이고 치유 자라는 메시지가 담겨있던 책. 

정혜신 박사님의 '당신이 옳다' 덕분에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어떻게 살아가는 게 진정 가치 있는 삶인지, 그리고 누군가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 지금의 '나' 인지를. '당신이 옳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을 남기를 바란다. 이번 생에 그럴 수만 있다면 되도록 충분하고 진한 손길을 건네고 싶어 진다. 물론 건넴으로써 받고 싶었던 마음 또한 있으니.. 




연애의 기억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의 '기억 연장선 시리즈물' 같았던... 연애의 기억. 이 책을 되도록 늦게 (?) 읽으려 했던 건 왜였을까. 단숨에 읽어 내려갔지만 어딘지 모르게 배배 꼬여 있는 인물들의 감정선을 쉽게 따라가기가 힘들었다. 그렇지만 알 것도 같다. 누군가와 함께하면서도 행복하기보다 점점 더 고통 속으로 이끌려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주인공의 마음을. 사랑이라는 것의 의미가 대체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해 내내 고투하게 된다. 첫 페이지에서부터 마지막 장을 덮는 내내. 


행복한 기억과 불행한 기억 가운데 어느 게 더 진실할까.

비교할 수 없고 또한 비교할 만한 대상도 아닌 무의미 한 질문이 남게 되는 책... (좀 어려웠지만..) 




데미안 
걸작이다. 역시나. 10년 전에 비해서 다시 읽었을 때의 느낌은 또 다르고 좀 더 깊고 진한 국물이 마음 깊숙한 곳에서 퍼져 나오는 느낌이다. 특히 이 유명한 구절은 곱씹을수록 더더욱 그렇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곧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헤르만 헤세가 자신일지 모르는 (자신이었겠다만) 싱클레어에게 보내는 일종의 고백 일기의 한 축으로 느껴졌던 '데미안'을 올해가 지나가는 말미에 다시 그 느낌을 되찾을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나 자신을 살려고 했을' 뿐이기에. 그것이 그리도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작가라면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중요하게 여길 테니까. 그가 그랬던 것처럼. 




비교하지 않는 연습 
열등감이 의미 없는 에너지 소비라는 걸 알지만, 역사가 반복되듯이 인간도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 내면의 열등의식이라는 것도 자신을 갉아먹는 무의미한 감정 선임을 알면서도. 우리는 열등감에 사로잡혀 뭔가를 계속 채워내려 하거나 인정을 갈구하는 - 때로 심하게 - 욕망이 자리한 사람들이다. 

나약함을 숨기기 위해 무리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열등감이 자신을 피폐하게 만들어서 결국 갉아먹게 놔두는 건 결국 파멸뿐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던져 주시긴 하지만, 저자의 말에 살짝 반박해 보기도 했다. 사실 신이 아니기 때문에 - 혹은 열반의 경지에 깨달았다는 사람도 더더욱 아니라면 - 열등감은 삶에서 작게나마 깔려 있는 심리일 수 있는데, 생각해 보면 비교하는 연습 때문에 그 반대로 성취도 생겨났던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까. 

다만 이제는 안다. 타인과의 진실된 교감으로 인해 그 열등의식은 성장의 변화를 촉진시키게 만드는 좋은 촉매제로 탈바꿈시킬 수도 있다는 것을. 그러니 결국은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는 말인가- 싶기도 하고. 모르겠다만 어쨌든. 비교하지 않는 삶이 꽤 단단하게 자리 잡혀 있는 요즘의 나에게 다행스러움을 느낀다..





난 잘 지내고 있어요. 
'사실 난 잘 지내지 못하고 있어요'라고 프롤로그에 고백해 버린 저자의 솔직함과, 특유의 감성 덕분에, 읽어내리는 잠깐의 시간이 계속해서 여태껏 잔물결처럼 감정이 일렁인다. '잘 있냐'라는 안부를 묻고 싶은 솔직한 바람의 목소리를 유지하고 싶은 걸까. 다만 그 안부를 이젠 스스로 '나'에게 돼 질문해본 11월. 덕분에. '난 잘 지내고 있어요'라고.. 많이 중얼거려 보았다. 






2018년 다이어리 속, 매달 채워 나가던 독서 리스트 목록이 어느새 11장이 되어 버렸다. 
남은 1장. 어떤 이야기들로 채워나가 볼까. 벌써부터 설레고 그 설렘은 여전히 시작되어 이렇게 하루하루 흘러가 본다. 언제나 책이 내게 주었던 것들은 어쩌면 이런 것들이었을 테다. 생경스러움과 동시에 익숙한 또 다른 나를 다른 캐릭터를 통해 만나게 되는 순간들, 기억하고 싶었던 혹은 묻어버리고 싶은 기억을 책을 통해 엉뚱하게 복기해 버리고 마는 시간들. 


여전히 진화해 나가고 있다는 사실은, 바로 책을 읽고 난 이후의 어떤 감정과 행동의 변화들을 일상에서 마주하게 되었을 때, 지그시 미소 짓고 있는 '나'를 발견했을 때의 알 수 없는 희열, 때론 고통, 그리고 여전한 그리움.. 

마음대로 여전히 읽어 내려가 볼 생각이다. 읽고 쓰다 보면 또 새로운 어딘가에 도달해 있겠지 싶은 마음과 함께 여행하듯,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그렇게. 흘러가 본다. 12월에도 끝까지.   


         

시간은 흘러가고 장면은 흑백처리 된다. 그래도 마음 한 켠에 살아있는 장면은, 때로 컬러풀하게 다시 살아난다고 믿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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